

인공임신중절에 대해 건강보험을 적용하는 방안이 추진 중인 가운데 의료계가 난색을 표하고 나섰다. 법령 정비가 이뤄지지 않은 상태에서의 급여화는 혼란을 초래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대한의사협회는 최근 진보당 손솔 의원이 발의한 ‘모자보건법 개정안’에 대해 관련 법률과 제도 정비가 충분치 않은 상황에서의 건강보험 적용은 적절치 않다며 반대입장을 분명히 했다.
앞서 손 의원은 △‘인공임신중절’ 용어 ‘인공임신중지’로 변경 △약물 임신중절 허용 △임신중절 허용 한계 조항 삭제 △임신중절 건강보험 적용 등이 담긴 법률 개정안을 발의한 바 있다.
의협은 이 중에서도 임신중절에 대한 건강보험 적용에 주목했다.
손솔 의원은 임신중절 한계 조항 삭제와 함께 임신중절에 대한 지원 범위 확대를 위해 건강보험법 개정을 통한 급여화도 예고했다.
하지만 의협은 인공임신중지 관련 법률과 제도적 기준이 충분히 정비되지 않은 상황에서 건강보험 급여 근거를 먼저 마련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실제 우리나라는 1953년 형법 제정 당시부터 낙태를 금지하고 처벌하는 규정을 뒀지만 2019년 헌법재판소가 낙태죄에 대한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리면서 효력이 정지됐다.
헌법재판소는 태아의 생명 보호와 임신 여성의 자기결정권 간의 조화를 고려한 입법적 개선을 국회에 요청했지만 7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후속 입법이 마련되지 않고 있다.
의협은 “헌법불합치 결정은 낙태를 전면 허용한 게 아니라, 임신기간·사유·절차 등 제도적 기준을 포함한 입법적 보완을 통해 두 법익 간 균형을 마련하도록 한 취지”라고 강조했다.
이어 “하지만 현재까지 형법 및 모자보건법 등 관련 법률에 대한 개선 입법이 이뤄지지 않아 인공임신중지의 허용 범위 및 제도적 기준이 명확히 정리되지 않은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섣부른 급여화에 대한 우려도 전했다.
건강보험은 질병이나 부상으로 인한 국민의 의료비 부담 완화를 위해 운영되는 사회보험으로, 의학적 필요성과 효과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급여 여부를 결정하고 있음을 상기시켰다.
인공임신중지와 같이 사회적 논쟁이 지속되고 제도적 기준이 확립되지 않은 사안에 대해 별도의 제도 정비 없이 급여화부터 도입하는 것은 신중할 필요가 있다는 입장이다.
의협은 “인공임신중지와 관련한 사회적 합의와 법적 기준을 먼저 마련하고 형법 및 모자보건법 등 관련 법체계를 정비한 이후 건강보험 적용 여부를 논의해야 한다”고 피력했다.
한편, 헌법재판소의 낙태죄 헌법불합치 판결 이후 제21대 국회에서 수 차례 비슷한 내용의 발의가 있었지만 결국 논의가 이뤄지지 못하고 폐기됐다.
2020년에는 낙태죄 폐지와 후속 입법을 요구하는 국민동의청원이 10만명 이상의 동의를 받아 국회에 제출되기도 했다.
또 제22대 국회 들어 더불어민주당 박주민, 유인순, 남인순 의원 등이 유사한 법안을 발의했고 현재 상임위원회에 계류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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