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지역·필수의료 붕괴…“日 분권형·재정 참고”
의료정책연구원 “지자체 권한 강화·기능 중심 지원·의료-요양 통합시스템 구축” 제언
2026.04.12 18:58 댓글쓰기

일본 의료시스템인 ‘분권형 거버넌스’와 ‘재정 모델’을 벤치마킹해야 한다는 의료계 제언이 나왔다. 


지난 2024년 의대 정원 확대로 촉발된 의정 갈등을 계기로 한국 보건의료체계의 구조적 한계와 지역·필수의료 붕괴 위기가 수면 위로 드러난 데 따라 이를 해결하기 위해 제안된 방안이다.


최근 강주현·신요한·이정찬·김계현 대한의사협회 의료정책연구원 연구팀은 중앙대학교 국가정책연구소 학술지 국가정책연구에 ‘지역·필수의료 정책 개선을 위한 법제도적 고찰’ 연구를 공개하고 국내 의료정책 한계를 진단하고 일본의 입법례를 바탕으로 한 개선안을 제시했다.


중앙집권적 거버넌스 탈피, 지방정부 실질 권한 강화 ‘시급’


연구팀은 현재 한국 지역·필수의료 정책의 근본적인 문제로 중앙정부가 권한과 재정을 독점하고 지방정부와 현장 전문가가 배제된 중앙집권적 구조를 지목했다.


현재 우리나라는 보건복지부 장관이 기본계획을 수립하면 지방자치단체가 이를 단순히 따르는 하향식 구조를 취하고 있어 지역별 실정에 맞는 유연한 대응이 불가능하다는 분석이다.


특히 지방정부는 지역 주민 건강에 대한 책임은 있으나 이를 해결할 정책 수단과 권한이 없는 ‘책임과 권한의 불일치’ 상황에 놓여 있다고 평가했다.


반면 일본은 의료법을 통해 각 도도부현이 지역 의료계획 수립의 실질적 주체가 되도록 법적 기반을 마련하고 있다.


일본의 도도부현 지사는 지역의료 구상 달성을 위해 민간 병원을 포함 의료기관 병상 기능을 조정할 수 있는 강력한 법적 권한을 보유했다.


계획에 따르지 않는 기관에 대해 요청과 권고를 거쳐 최종적으로 명령 및 불이행 사실 공표까지 가능한 단계적 이행 확보 수단을 갖추고 있다.


연구팀은 한국도 관련 법 개정을 통해 지방정부에 실질적인 자원 배치 및 관리 권한을 부여하고, 지역의사회가 주도적으로 참여하는 분권형 협치 모델을 구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설립 주체 아닌 ‘수행 기능’ 중심, “민간 자원 활용도 높여야 ”


우리나라 지역·필수의료 정책이 국공립병원 등 설립 주체를 중심으로 지원 대상을 설정하는 점도 한계로 지적됐다. 


전체 병상 90% 이상을 민간이 담당하는 현실에서 정책 대상을 공공의료기관으로 한정하는 것은 필수의료 공백을 메우는 데 근본적 제약이 된다는 것이다.


일본의 경우 설립 주체와 관계없이 지역의료 지원 병원 기능을 수행하면 공적 지원과 의무를 동시에 부과하는 방식을 취하고 있다. 


연구팀은 “필수의료특별법 하위 입법 과정에서 지원 대상을 ‘기능’ 중심으로 재편, 민간의료기관이라고 해도 응급·분만·소아 등 필수의료 기능을 수행할 경우 차별 없는 재정 지원을 보장함으로써 민간 자원의 공공적 활용을 유도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안정적 재원 확보, ‘특별회계’ 대신 별도 ‘기금’ 


재정 측면에서는 최근 국회를 통과한 필수의료특별법상의 ‘특별회계’ 방식에 대한 우려를 나타냈다.


특별회계는 일반회계 전입금 등 기존 재원에 의존할 가능성이 높아 안정적인 확보를 담보하기 어렵고, 예산 심의 과정에서 정치적 상황에 따라 변동 위험이 크기 때문이다.


연구팀은 이에 대한 일본 ‘지역의료·개호 종합확보기금’ 사례를 제시했다.


일본은 소비세 인상분이라는 명확한 세입원을 기반으로 기금을 설치해 인구 고령화에 따른 재정 소요에 안정적으로 대응하고 있으며, 지자체가 지역 실정에 맞게 자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포괄 보조금 형태로 운영하고 있다. 


연구팀은 한국도 불확실한 특별회계를 넘어 안정적인 국고 지원을 법제화한 별도 기금 설치를 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의료와 돌봄 통합하는 ‘지역포괄케어시스템’으로 정책 범위 확장마지막으로 연구팀은 지역·필수의료 정책의 범위를 급성기 치료 중심에서 지역사회 돌봄(Care)까지 확장해야 한다는 점도 분명히 했다. 


초고령사회에서는 퇴원 후 지역사회에서의 요양 및 돌봄 문제가 필연적으로 대두될 수밖에 없는 탓이다. 


일본은 ‘지역의료·개호 종합 확보 추진법’을 통해 의료와 개호를 통합하는 지역포괄케어시스템을 법제화해 의료기관 기능 전환과 재택의료 연계를 국가와 지자체 책무로 규정하고 있다. 


연구팀은 “‘의료·요양 등 지역 돌봄의 통합지원에 관한 법률’을 지역·필수의료 정책과 유기적으로 결합해 환자가 지역사회 내에서 의료와 돌봄서비스를 끊김 없이 받을 수 있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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