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특별기고] 얼마 전 황금연휴 중 일요일이었다. 진료를 마치고 퇴근하는 길에 감기 기운이 올라왔다. 저녁 7시가 넘은 시각 번화가 근처 약국 세 곳을 돌았지만 ‘약이 없다’는 말을 세 차례 듣고 나선 어안이 벙벙했다.
처방받은 감기약 조제가 어디서도 되지 않는다니. 귀가하고 나서야 공공심야약국이 떠올라 버스 정류장 몇 개 되는 거리를 지나 겨우 약을 받았다. 돌아오는 길에 문득 생각했다. 비대면진료가 제도화된 나라에서 약(藥) 배송은 왜 안되는 걸까.
설령 약 배송이 가능했어도, 대형·공장형 약국이 있어도 이 상황이 즉각 해결됐으리란 보장은 없다. 다만 그날 저녁 의료인인 본인조차 감기약 하나 구하지 못해 헤맸던 경험은 우리나라의 접근성 좋은 의료 이용과 대비돼 며칠간 머릿 속에 남았다.
평범한 시민 입장에서 보면 납득이 안되는 영역이 이 분야에 참 많겠구나 하는 생각과 함께 말이다.
쉴 새 없이 밀려드는 보건의료 정책 '홍수'
현 정부 출범 이후 보건의료 분야에서 통과되거나 추진 중인 법안과 제도 변화 목록은 놀라울 정도로 길다.
비대면진료 제도화를 담은 의료법 개정, 지역의사제 법률 제정과 시행령 공포, 국립의학전문대학원 설립 법안 통과, 환자기본법 제정, 돌봄통합지원법 시행, 의료분쟁조정법 개정, 상급종합병원 구조전환 시범사업 확대, 일차의료 혁신 시범사업 추진, 의대 정원 증원 확정, 보건·복지 AI 혁신계획 수립, 검체 위수탁 보상체계 개편, 관리급여 도입 논의까지 쏟아졌다.
이전 정부에서 추진하다가 중단되기를 반복했던 해묵은 과제들이 하나씩 법제화되거나 시행 단계에 들어서고 있다. 여기에 의료기사법 개정안까지 합치면 현안이 한꺼번에 쏟아지는 양상이다.
하나 하나 떼어 놓고 보면 큰 틀에서 방향이 잘못됐노라 확언하기 어려운 과제가 다수다. 지역 간 의료격차 해소도, 비대면진료 제도적 안착도, 초고령사회 대비 통합돌봄도, 환자 권익 강화도 모두 일정 부분 필요하다는 데 동의하지 않을 수 없다.
오히려 그동안 논의가 미뤄져 왔다는 사실 자체가 문제였을 수도 있다. 그러나 정책 방향이 옳고 그름과 그 정책이 현실에서 원만히 작동하는 것은 별개 이야기다. 방향이 맞다면 어떻게 현장에 안착시킬 것인가가 관건인데, 그 과정이 순탄치 않다.
정책은 만들어졌는데 과연 현장은 준비됐는가?
정책의 현장 작동 가능성을 담보하기 위해 수많은 위원회가 꾸려진다. 각계 전문가가 토론을 벌이고, 합의점이 잡힌 듯하면서도 명확히 결론나지 않은 회의가 마무리된다.
그리고 어느 순간 논의 결과물이 그럴듯한 문장으로 다듬어져 정책 계획을 수립했다는 보도자료와 함께 배포된다. 막상 현장에서 원활히 구동될지 여부는 알 수 없다.
시범사업을 통해 검증 과정을 거치고자 하지만 정작 정책 개입 효과를 평가하기 위한 기초자료 수집은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다. 이해관계자 간 신뢰를 쌓아가는 과정은 이처럼 지난하고, 누적된 지난함은 논의에 대한 회의감을 마주하게 한다.
이런 패턴이 개별 정책에서 어떻게 반복되는지는 조금만 들여다보면 쉽게 드러난다.
지역의사제를 보자. 법률이 공포되고 시행령까지 마련되었지만 정작 현장에서 이 제도를 받아 안을 준비는 아직 갖춰지지 않았다. 지역의료에 특화된 교육과정은 윤곽조차 잡히지 않은 상태에서 제도의 외형만 먼저 들어선 형국이다.
보건·복지 인공지능(AI) 전환도 사정은 비슷하다. AI 혁신계획이 추진되고 1조원이 넘는 R&D 재원이 투입되지만, 이 기술이 의료 현장에 어떤 조건과 절차 아래 도입돼야 하는지에 대한 합의는 뒤로 밀려 있다.
어느 정책을 들여다봐도 법과 제도 틀은 빠르게 갖춰져 가는데, 그 안을 채울 현장 이행 조건은 비어 있다는 같은 이야기가 반복된다.
비용 절감 매몰, 제도 지속 ‘불가’
건강보험 재정 우려 속에서 비용 절감에 무게를 싣는 정책 기조는 자연스럽다. 상급종합병원의 중증 진료 집중이나 포괄 2차 종합병원 육성, 그리고 지역사회 일차의료 혁신 시범사업 등 근래 추진되는 정책은 거의 모두 건강보험 재정의 지속 가능성과 직결되는 과제들이다.
다만 비용 구조를 재편하는 과정에서 빠지기 쉬운 변수가 하나 있다. 그 구조 안에서 실제로 진료하는 의료인 개인의 지속 가능성이다. 수가가 조정되고 역할이 재배치될 때 정작 그 역할을 수행할 사람이 현장을 떠나면 제도는 껍데기만 남는다.
비용 효율성과 의료인 직업적 존엄이 서로 부딪치는 가치라고 보기는 어렵다. 오히려 후자가 무너지면 전자도 버틸 수 없다는 것을 우리 사회는 이미 뼈아프게 확인한 바 있다.
의료계가 앉는 정책 논의 테이블은 그 수가 결코 적지 않다. 그러나 참여한다는 것과 의견이 반영된다는 것 사이 거리가 좁혀지지 않으면 협의는 형식으로 남고 정책은 현장과 동떨어진 채 흘러간다. 정책 속도가 빠른 것 자체를 탓하려는 게 아니다. 그 속도 만큼의 현장 검증과 이행 준비가 뒤따라야 한다는 뜻이다.
비대면진료 제도화 과정에서 의료계가 대안을 제시하며 협력했던 것은 현장에서 굴러가는 제도를 함께 만들기 위해서였다.
동일한 원칙이 지금 동시에 밀려오는 모든 정책에도 적용될 수 있어야 한다. 제도는 결국 사람을 향해야 하고, 그 사람 안에는 국민도 의료인도 함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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