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특별기고] 외래 진료 때 많이 듣는 말이 있다.
“자궁경부암 백신을 꼭 맞아야 하나요?” 또는 “이미 고위험군 인유두종바이러스에 감염됐는데 백신 접종이 의미가 있을까요?”라는 질문이다.
자궁경부암 백신은 인류가 개발한 백신 중 유일하게 암을 직접 예방하는 백신이다. 안전성과 효능을 인정받아 지난 2016년부터 만 12~13세 여아 대상 국가예방접종 프로그램에 포함됐다.
남성 접종에 대한 필요성, 기존 백신에 이은 인유두종바이러스(HPV) 9가 백신 추가 접종 등 HPV 백신과 관련된 이슈에 대해 2024년 개정된 대한부인종양학회 HPV 백신 진료 권고안을 바탕으로 정리했다.
인유두종바이러스(HPV)와 HPV 백신 이해
고위험 인유두종바이러스는 자궁경부암, 질암, 외음부암 등의 발생과 관련이 있으며 자궁경부암 발생 원인의 약 80%를 차지한다. 고위험 인유두종바이러스 예방백신 접종은 자궁경부 전암병변과 자궁경부암은 물론 구인두암, 항문암, 음경암 등 남성에서 발생하는 암도 예방할 수 있다.
현재 승인된 HPV 백신은 2가, 4가, 9가 백신 세 종류다. 2가 백신은 주요 원인 바이러스인 HPV 16, 18형 감염을 예방할 수 있고 자궁경부암의 약 70%를 예방할 수 있다.
4가 백신은 생식기 사마귀 원인 90%를 차지하는 HPV 6, 11형을 추가로 예방할 수 있으며, 9가 백신은 여기에 다섯 가지 고위험인 HPV 31, 33, 45, 52, 58형을 예방할 수 있다.
HPV에 감염됐어도 백신 접종이 효과가 있을까
HPV 백신은 성(性) 접촉이 일어나기 전에 접종하는 것이 예방효과가 가장 좋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성인 여성이나 심지어 이미 HPV에 감염된 경우에도 만 45세 이하라면 HPV 백신 접종에 따른 혜택을 기대할 수 있다.
실제로 24~45세 여성을 대상으로 한 4가 백신 임상시험에서 HPV 관련 질환 예방 효과가 90.5%로 보고됐다. 또한 HPV에 감염됐더라도 백신 접종을 통해 아직 감염되지 않은 다른 HPV 유형에 대한 감염 위험을 현저히 낮출 수 있어 접종을 권고하고 있다.
단, 현 HPV 백신은 치료가 아닌 예방 백신으로 이미 감염된 HPV 유형을 제거하거나 치료할 수는 없다.
남성도 HPV 백신 접종을 해야 할까
HPV는 여성만의 문제가 아니다. 남성에게도 항문암, 구인두암, 생식기 사마귀 등을 유발할 수 있다. 무엇보다 남성 접종은 HPV 전파를 줄여 자궁경부암 예방에 기여하는 집단 면역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고위험 HPV 감염 연령대를 보면 여성 25%가 35세 이상, 남성 29%가 27~45세이므로 HPV 관련 질환 예방과 전파 차단을 위해 성인 남녀 모두 적극적인 예방접종이 필요하다.
이에 따라 우리나라에서도 2026년 5월 6일부터 만 12세 남성 청소년도 국가예방접종 지원 대상에 포함됐다. 단, 대한부인종양학회는 만 15~26세 남성 접종을 권고하고 있으며 27세 이상 남성은 의료진과 충분한 상담 후 접종 여부를 결정토록 권고하고 있다.
이미 백신 접종한 여성에게 HPV 9가 백신 추가접종이 필요할까
2016년도 9가 백신 도입 이전 2가 또는 4가 백신접종을 완료한 여성의 9가 백신 추가접종에 관한 임상적 수요가 존재했다.
보고에 따르면 9가 백신 추가접종에 따른 주사 부위 통증, 부종, 홍반 등 국소 이상반응은 더 많이 보고됐으나 전신 이상반응에서 유의한 차이는 없었다.
효과적인 측면에서 추가된 HPV 아형 감염 위험을 낮출 수 있으므로 9가 백신 재접종을 권고하고 있다. 특히 국내에서는 HPV 16, 52, 58형 감염이 흔한 만큼 9가 백신 추가 접종은 HPV 52, 58형 등 고위험 유형 예방 측면에서 의미가 있다.
HPV 백신은 안전할까
2013년 일본에서 HPV 백신 접종 후 일부 여학생에서 만성 통증, 보행 장애 등 원인을 알 수 없는 전신 증상이 나타났다. 이에 HPV 백신 안전성에 대한 논란이 국내에서도 있었다.
일본 정부와 세계보건기구(WHO) 국제백신안전성자문위원회는 대대적인 역학 조사를 실시했고 HPV 백신이 매우 안전하다는 입장을 발표했다. 일본은 2022년부터 HPV 백신의 적극적인 접종 권고를 재개했다.
다만 유의할 부작용으로는 접종 부위 통증 및 부종, 가벼운 어지럼증 등이 있다. 이는 면역 형성 과정에서 나타나는 자연스러운 반응으로 접종 후 15~30분 정도 의료기관에 머물며 아나필락시스 대비를 철저히 하면 안전하게 관리할 수 있다.
현재 국가필수예방접종 사업 및 자궁경부세포검사의 선별검사 등의 노력으로 만 12세 여아 HPV 백신 접종률은 74%, 자궁경부세포검사 수검율은 51.5% 수준이다. 이러한 추세가 유지된다면 우리나라는 2044년에 WHO 경부암 퇴치 기준에 도달할 전망이다.
WHO가 제시한 90%의 HPV 백신 접종률과 70%의 수검률을 목표로 한다면 퇴치 시점을 10년 더 앞당길 수 있다. 이러한 내용을 고려해 모두가 적극적으로 백신접종을 받는다면 우리나라도 빠른 시일 내 자궁경부암 퇴치국으로 자리 잡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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