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대법원이 실손의료보험사의 위법·부당 진료비 환수 소송에 엄격한 기준을 적용, 의료기관을 상대로 한 직접 소송을 인정하지 않는 추세가 확인되고 있다.
이에 법원이 보험사와 병원 간 분리된 법률관계를 강조하며 사후적인 가격 통제에 제동을 걸면서 향후 실손보험 정책은 병원에 책임을 전가하는 소송 방식에서 벗어나 상품 자체를 정교하게 설계하는 방향으로 전환돼야 한다는 제언이 나왔다.
최근 김소연 중앙대 법학전문대학원 부교수는 한국보험법학회 학술지 ‘보험법연구’에 게재한 ‘실손의료보험 사후통제 한계와 상품설계의 법적 과제’ 논문을 통해 이같이 밝혔다.
법원, 진료-보험 계약 엄격 분리…“의료기관 비급여 결정 통제 못해”
김 교수는 최근 선고된 대법원 판례들을 분석하며, 법원이 보험계약 관계와 진료계약 관계를 엄격히 구별하고 있다는 점을 짚었다.
과거 보험사들은 임의비급여나 가격 배분 등을 문제 삼아 의료기관을 상대로 채권자대위소송, 채권양도에 따른 양수금청구, 공동불법행위 손해배상청구 등 대규모 사후 환수 소송을 전개해 왔다.
그러나 대법원은 의료기관이 비급여 비용을 정할 때 실손보험사 손익을 고려할 법률상 의무가 없으며, 보험사가 환자의 자산 관리 자유를 침해하거나 소송신탁 방식으로 병원에 직접 개입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판단했다.
아울러 환자가 할인이나 환급을 받아 최종적으로 부담한 금액만 실손보험 보상 범위에 해당한다는 ‘최종 실부담액 원칙’을 도출했다.
본인부담상한제 환급금이나 위험분담제 환급금, 지인할인 금액 등은 환자 본인이 최종 부담하지 않은 돈이므로 보상에서 제외하는 것이 타당하지만, 이것이 보험사가 의료기관에 직접 가격 통제권을 행사할 근거는 될 수 없다는 취지다.
5세대 실손, 병원 압박 대신 약관 명확성·설명의무 높여야
결국 보험사가 사후 소송으로 의료기관 진료비 수취를 제한하는 방식은 법적 한계가 확인된 만큼, 도입을 앞둔 5세대 실손보험은 상품 내부 통제 장치 구축에 집중해야 한다는 분석이다.
5세대 실손보험은 비급여 진료를 중증과 비중증으로 이원화하고 자기부담율을 건강보험과 연동하는 구조적 개편을 앞두고 있다.
이에 가장 시급한 과제는 보험사가 계약 단계에서 약관 예측가능성을 높이고 설명의무를 실질적으로 이행하는 것이다.
중증과 비중증을 가르는 산정특례 기준이나 보상에서 제외되는 비급여 항목 범위를 약관에 명확히 담아, 장래에 발생할 수 있는 환자와의 분쟁을 사전에 차단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의료계와 민감하게 얽힌 제도적 보완책도 제시됐다. 도수치료처럼 보건복지부가 지정하는 ‘관리급여’가 새로 도입될 경우, 이것이 실손보험금 산정에 미치는 영향을 보건당국과 금융당국이 함께 평가해 투명하게 안내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약관상 명시적 근거가 없는 ‘비급여 분쟁조정 기준’ 등이 의료기관의 정당한 진료행위에 대한 보장 축소 근거로 남용돼서는 안 된다는 시각도 포함됐다.
김소연 교수는 “최근 대법원은 의료기관을 상대로 직접 환수 소송하는 것을 막는 분위기”라며 “결론적으로 실손의료보험 지속가능성은 손해전보성과 약관 예측가능성, 설명 실질성, 기존계약 보호 및 외부기준 연동 투명성이 함께 확보될 때 달성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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