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현두 보건복지부 의료기관정책과장이 현행 의료분쟁조정법상 기소제한 특례를 전면적인 형사책임 면제로 가기 위한 ‘중간 단계’라고 평가했다. 고의나 중대한 과실이 없는 의료사고는 장기적으로 의료진에게 형사책임을 묻지 않는 방향이 바람직하다는 판단이다.
신 과장은 12일 서울 그랜드인터컨티넨탈 파르나스에서 열린 대한의사협회 제43차 종합학술대회에서 ‘바람직한 의료사고 안전망 구축 방안’을 발표하며 “의료사고가 발생했을 때 의료진의 고의나 중과실이 없다면 형사책임을 면제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어 “아직 그렇게 나가기에는 어려운 부분이 있어 일단 중간 단계로 기소제한 규정을 뒀다”고 말했다. 국민 법 감정과 환자·시민단체의 입장 등을 고려하면 당장 전면적인 형사책임 면제를 도입하기는 어렵다는 취지다.
이에 이번 개정법은 고위험 필수의료행위 과정에서 발생한 사고에 대해 일정 요건을 충족하면 의료진의 기소를 제한하도록 했다. 의료사고심의위원회가 해당 사고가 고위험 필수의료행위에 해당하는지, 의료진에게 중대한 과실이 있었는지를 판단하는 구조다.
복지부는 이 과정에서 적용할 12개 중대한 과실의 구체적인 판단 기준을 별도 가이드라인으로 마련할 계획이다. 일부 조항이 추상적으로 규정돼 문구만으로 중과실 여부를 가리기 어렵다는 의료계 우려를 반영한 조치다.
신 과장은 “기본적인 안전관리 의무 위반이나 의학적 진료지침에서 벗어난 경우처럼 별도의 판단이 필요한 내용이 있다”며 “전문가 협의체와 연구용역을 통해 중대한 과실을 어디까지로 볼지 가이드라인을 만들겠다”고 밝혔다.
일례로 가이드라인에는 체내 이물질의 크기와 발견 가능성, 약제 투여 전 과민반응 검사의 의학적 필요성 등이 반영될 예정이다.
신 과장은 “눈에 보이지 않는 작은 이물질까지 모두 찾아내기는 어려운 만큼 이런 경우는 중과실로 보지 않는다든지, 과민반응 검사도 필요한 경우와 그렇지 않은 경우를 구분해 각 과의 의견을 충분히 취합한 상세한 가이드라인을 만들려고 한다”고 말했다.
시술 전 설명의무도 일부 설명이 부족했다는 이유만으로 곧바로 중대한 과실로 판단하지 않을 방침이다. 환자 동의 없이 설명과 다른 수술이나 시술을 시행해 중대한 결과가 발생한 경우 등을 중심으로 구체적인 판단 기준을 마련한다.
의료사고 발생 후 설명 과정에서 나온 발언은 유감 표현뿐 아니라 전반적인 내용이 재판에서 증거로 활용되지 않도록 하는 방향으로 사법부와 해석을 협의할 계획이다.
신 과장은 “의료진과 환자가 사고 이후 적이나 원수처럼 되지 않고 충분히 소통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제도의 목적”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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