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 많이 부족한 대한민국…헌혈 ‘정년 연장’ 검토
政, 혈액 부족 심화 70세 이상 고령층까지 확대…“안전성 확보 전제”
2026.07.14 06:15 댓글쓰기



최근 의료현장의 혈액 부족 현상이 갈수록 심화되면서 정부가 추진 중인 ‘헌혈 정년’ 연장 실현 여부에 귀추가 주목된다.


저출산과 고령화로 헌혈 가능 인구가 감소하는 상황에서 건강한 고령층 헌혈 참여를 확대해 중장기적인 혈액 수급 기반을 확보하겠다는 취지이지만 안전성에 대한 우려도 나온다.


병원계에 따르면 최근 일부 의료기관에서는 수술 일정이 혈액 확보 여부에 따라 좌우되거나 환자와 보호자가 직접 헌혈자를 찾아야 하는 사례까지 발생하고 있다.


혈액 수급 문제가 더 이상 일시적 현상이 아닌 구조적 문제로 대두되면서 정부는 제2차 혈액관리 기본계획에 헌혈 가능 연령 상한을 69세에서 74세로 상향하는 방안을 포함시켰다.


현재 국내에서 헌혈을 할 수 있는 나이는 16세부터 69세까지다. 헌혈 가능 연령 상한선이 2008년 혈액관리법 개정 때 64세에서 69세로 올라간 뒤 18년째 유지되고 있다.


정부는 의학적 안전성을 전제로 건강 상태가 양호한 고령층의 헌혈 참여를 허용하는 방안을 중장기 과제로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헌혈 연령 상한 조정 배경에는 날로 심각해지는 혈액 부족 현상이 자리한다.


실제 적십자사의 혈액사업통계연보에 따르면 전체 총헌혈 실적은 2015년 308만2918건에서 2025년 283만9632건으로 10년 사이에 7.9% 감소했다.


특히 청년층의 참여가 급감했다. 2015년에는 전체 헌혈자의 77%를 차지했던 20대 이하 비율이 2025년에는 52.3%로 15%p 가까이 하락하며 헌혈 구조의 노령화가 심화하고 있다.


국립장기조직혈액관리원의 연구 용역 보고서 역시 중증 질환자 증가로 혈액 수요는 늘어나는데 공급 기반은 약화해 부족 현상이 만성화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현재 국내 헌혈은 10~20대가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지만 학령인구 감소와 저출산 영향으로 젊은 헌혈 인구는 지속적으로 줄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반면 평균수명은 꾸준히 증가하고 있으며, 70세 전후에도 건강을 유지하는 고령층이 크게 늘고 있다.


정부는 이러한 사회 변화를 반영해 단순히 연령만으로 헌혈을 제한하기 보다 건강 상태와 의학적 적합성을 중심으로 헌혈 가능 여부를 판단하는 방향을 검토하고 있다.


미국은 헌혈 연령 제한이 없고, 호주는 75세 이하면 헌혈이 가능하다. 일부 국가는 일정 연령 이후에도 의사의 판단이나 건강검진 결과 등을 토대로 헌혈을 허용하고 있다.


다만 헌혈 정년 연장이 곧바로 시행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고령층 헌혈자의 안전성과 혈액 품질, 채혈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이상반응 등을 충분히 검증해야 하기 때문이다.


혈액관리 전문가들은 “연령 자체가 절대적인 기준은 아니지만 고령층은 기저질환이나 복용 약물이 많아 보다 정교한 선별 기준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또 다른 전문가는 “건강한 70세가 건강하지 않은 60대보다 헌혈에 더 적합할 수도 있다”며 “획일적인 연령 제한보다는 건강 상태 중심의 평가체계 마련이 국제적인 흐름”이라고 말했다.


의료계 역시 혈액 부족 해소를 위한 제도 개선 필요성에는 공감하면서도 충분한 임상 근거와 단계적인 시범사업을 통해 안전성을 확보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전문가들은 헌혈 정년 연장만으로 혈액 부족 문제가 해결되기는 어렵다고 입을 모은다.


청년층 헌혈 참여 확대와 기업·공공기관 단체헌혈 활성화, 반복 헌혈자 관리, 혈액 사용의 적정성 제고 등 종합적인 혈액관리 정책이 함께 추진돼야 한다는 것이다.


정부 역시 제2차 혈액관리 기본계획을 통해 혈액 수급 안정화와 함께 미래 헌혈 기반 확대, 혈액관리 체계 고도화 등을 추진할 방침이다.


의료계 관계자는 “혈액은 인공적으로 만들 수 없는 대표적인 공공의료 자원”이라며 “초고령사회에서는 혈액 수요는 늘고 공급은 줄어드는 구조적 문제가 더욱 심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헌혈 정년 연장은 이러한 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하나의 대안이 될 수 있지만 무엇보다 국민 신뢰를 바탕으로 한 안전성 확보가 선행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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