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심장 기능 저하를 초기에 찾아내기 어려운 환자들이 있다. 인공지능(AI)을 활용한 심전도 분석은 미세한 신호를 포착해 심장질환 위험 가능성을 한 번 더 확인하고, 환자 선별에 도움을 준다. 특히 지역 병원에서는 위험 신호를 협진으로 신속하게 연결, 진료 완결성을 높일 수 있다.”
김의순 유성선병원장[사진]은 진료 현장에 인공지능(AI) 심부전 분석 등 도입과 관련해 “환자에게 필요한 진료가 지연되지 않도록 진료 연결성을 높이게 될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최근 의료AI 활용 영역은 빠르게 넓어지고 있다. CT·MRI·엑스레이 등 의료 영상 분석을 넘어 심전도와 혈압·맥박 등 생체신호를 분석해 환자를 선별하는 방향으로 활용 범위가 확대되는 모습이다.
유성선병원은 심전도와 뇌혈관·뇌영상, 심정지 위험 예측 등 영역에 AI 기술을 접목해 나가고 있다. 특히 심장 분야에선 심전도 검사에 AI를 결합, 파악하기 쉽지 않은 심장 기능 이상 가능성을 파악하고 후속 진료로 연결하는 시스템을 구축했다.
김의순 병원장은 “AI 활용 출발점은 기술 자체보다는 병원 진료 현장에서 반복되는 문제였다”면서 “환자 안전과 실제 진료 흐름에 도움이 되는 영역부터 하나씩 검토해 도입 중”이라고 말했다.
이어 “심전도는 외래와 응급실, 입원 전(前) 과정에서 흔히 시행하지만 증상이 불확실한 상황에서 심장 기능 저하를 초기 발견하기 쉽지 않다”며 “AI는 보조 역할로서 가치가 높다”고 설명했다.
에티아 등 AI 분석·진단, 진료 질(質) 높이고 의료진 보조 역할 우수
현재 심장 분야에서는 AI가 심전도에서 육안으로 쉽게 구분하기 어려운 미세한 신호를 찾아 심부전이나 구조적 심장질환 등의 위험군을 선별하는 연구가 활발하다.
유성선병원은 심전도 데이터를 분석하는 AI 심전도 분석 좌심실수축기능부전 조기진단 시스템 ‘에티아(AiTiA LVSD)’를 병원 전자의무기록(EMR) 환경과 연동해 운영하고 있다.
환자 안전과 실제 진료 과정에서 활용도가 높은 부분을 우선으로 AI 적용에 속도를 내고 있다.
병원에서는 입원환자와 외래 진료 후 입원으로 이어지는 환자를 중심으로 심전도 AI를 적용하고 있으며 외래, 응급실까지 활용범위를 단계적으로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심전도 AI 에티아 LVSD는 구체적으로 환자가 12유도 심전도 검사를 받으면 필요한 동의 절차를 거쳐 인공지능 분석이 이뤄지고 의료진이 그 결과를 확인한다.
이후 증상과 활력징후, 과거 병력, 이전 심전도 등을 함께 비교한 뒤 위험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하면 심장내과 협진과 심장초음파, 혈액검사 또는 추가 영상검사를 시행한다.
위험도가 곧바로 진단이 되는 구조는 아니다. 고위험 신호를 제시해도 의료진이 기존 심전도와 환자 상태 등을 다시 확인한 뒤 심장초음파 필요 여부를 결정한다.
위험도가 낮아도 의료진이 환자 증상이나 다른 검사를 통해 의심하면 추가 검사를 시행한다. 의료진은 AI를 조력자로 활용해 판독 정확도를 높이는 교차 검증 시스템 안에서 진료 질을 높이고 업무강도가 낮아지게 된다.
김 병원장은 “AI 점수가 높다는 이유만으로 자동으로 진단을 내리거나 처치하지 않는다”면서 “AI 결과는 의료진이 먼저 확인해야 할 환자를 빠르게 파악하는 참고 정보”라고 말했다.
“육안으로 쉽지 않았던 심장 기능 저하, AI가 먼저 파악”
유성선병원에선 최근 입원 당시 뚜렷한 이상 증상이 없었던 한 환자에서 심정지 위험 예측 AI가 높은 위험점수를 제시한 사례가 있었다.
해당 환자는 입원 당시 특별한 증상 없이 전신에 기운이 없다는 정도만 호소했고 외형적으로도 명확한 이상 소견은 확인되지 않았다. 그러나 입원 후 24시간이 지나기 전에 AI가 산출한 심정지 위험 예측 점수가 높게 나타났다.
김 병원장은 “의료진은 해당 결과를 토대로 환자 상태를 평소보다 면밀하게 관찰하며 응급상황 가능성에 대비했다”면서 “이후 실제로 환자 상태가 악화되는 상황이 발생했고 의료진은 지체 없이 응급 대응에 들어갈 수 있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위험 신호를 미리 인지하고 환자를 관찰하고 있던 상황과 상태가 나빠진 뒤 처음 이상을 파악하는 것은 대응 속도에서 차이가 크다”고 덧붙였다.
AI 심전도 판독을 통해 추가 검사가 이뤄진 사례도 확인됐다. 일반적인 심전도 파형만 육안으로 확인했을 때는 이상 여부를 명확히 판단하기 어려웠던 환자에서 AI가 좌심실수축기능부전 가능성을 제시했다.
그는 “좌심실수축기능부전은 심장의 주된 펌프 역할을 하는 좌심실 수축력이 떨어져 혈액을 충분히 내보내지 못하는 상태”라며 “AI 분석 결과를 참고해 추가 검사를 시행했고, 기존에 확인할 수 없었던 심장 기능 저하를 실제로 확인했다”고 밝혔다.
다만 유성선병원은 개별 사례만으로 AI 효과를 단정하지는 않았다. 기존 진료 방식과 비교해 판독·협진·처치 시간이 얼마나 단축됐는지 등 수치로 제시할 만큼 데이터가 충분히 쌓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병원 내부적으로도 AI를 보조 판독 도구로 한정하고 원본 검사와 AI 결과를 함께 확인토록 하고 있다. 의료진 판단과 AI 결과가 크게 엇갈린 경우에는 진료과와 적정진료관리·전산 관련 부서가 사후 검토할 수 있도록 기록을 남기는 체계도 마련하고 있다.
특히 심장내과가 아닌 다른 진료과에서도 AI 결과와 원본 심전도를 함께 확인하고 필요할 경우 심장내과 협진을 요청할 수 있어 진료과 간 의사소통 기준을 맞추는 효과도 기대된다.
“외래·응급실 확대 검토, 지역병원 진료 완결성 높이는데 최선”
유성선병원은 향후 입원환자를 중심으로 운영 중인 AI 심전도 분석을 외래와 응급실로 확대하는 방안을 검증할 계획이다.
동시에 응급실에서는 뇌 CT 혈관조영 영상을 분석해 뇌졸중 판독을 지원하는 AI 도입을 확정하고 전산 및 운영 절차를 준비 중이다. 흉부CT AI 역시 복수 제품의 위양성 정도와 실제 진료 유용성, 전문의 판독 결합 가능성을 비교하고 있다.
궁극적인 목표는 각각의 AI를 따로 운용하는 데 그치지 않고 외래와 응급실, 입원, 퇴원 후 관리까지 연결하는 것이다.
심전도 AI가 특정 위험 신호를 포착하면 심장내과 협진과 추가 검사로 연결되고, 입원 중에는 심정지 위험 예측이나 연속 모니터링을 함께 활용하며, 퇴원한 이후에도 이전 검사 결과를 외래에서 이어서 확인하는 구조다.
김 병원장은 특히 AI가 지역 종합병원 역할을 보완하는 도구가 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상급종합병원이 중증·희귀·고난도 질환과 연구에 집중한다면 지역 종합병원은 생활권 내에서 환자를 빠르게 평가하고 필요한 전문진료와 협진을 제공한 뒤, 고난도 진료가 필요한 환자를 상급종합병원으로 연결하는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외래·응급실·입원에서 발견된 위험 신호를 전문진료로 빠르게 연결하고 필요하면 상급종합병원과 협력하되 지역에서 가능한 진료는 지역 안에서 마무리하는 모델을 만들고자 한다”고 말했다.
이어 “AI 성과 역시 몇 개를 도입했느냐가 아니라 적절한 진료로 연결되기까지 걸린 시간과 환자 안전, 이후 관리가 끊기지 않았는지로 평가해야 한다”며 “지역 병원들이 이런 방식으로 디지털 전환을 추진하려면 기술 구매비뿐 아니라 시스템 연동과 교육, 유지관리 비용까지 고려하는 지원체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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