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맥 치료, 새로운 합리적 진료지침 제정 필요”
노환규 대한정맥통증학회장 “하지정맥류 등 정맥 질환 ‘과잉·과소 진료’ 만연”
2026.08.24 06:36 댓글쓰기



그동안 의료계에서 주목받지 못했던 ‘정맥 통증’에 대한 관심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하지정맥류 등 정맥 질환에서 과잉진료와 과소진료가 범람하고 있는 만큼 정맥 치료 분야에 새로운 합리적인 진료지침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노환규 대한정맥통증학회장(前 대한의사협회장)은 지난 20일 서울 동작구 하트웰의원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이같이 밝혔다. 


정맥 통증학은 정맥 부전이 통증을 비롯한 다양한 증상들의 원인으로 작용하는 현상과 그 진단 및 치료법은 연구하는 학문이다. 


말초 혈액순환 장애가 통증을 일으키는 원인이 된다는 사실은 이미 많은 연구를 통해 입증됐다. 


다만 그동안 정맥 치료를 담당하는 혈관외과·흉부외과 의사는 통증 분야에, 통증 치료를 담당하는 신경근골격계 의사들은 혈관에 무관심하면서 사각지대에 놓여있었다는 진단이다.


더욱이 정맥 부전에 의한 역류가 방치되면서 혈관이 돌출되는 증상에 하지정맥류라는 병명이 붙으면서 ‘돌출되지 않은 정맥은 병이 아니다’라는 잘못된 인식이 만연하다는 점도 문제다. 


이에 따라 현재 하지정맥류와 정맥 부전이 혼용돼 사용되면서 진단 및 치료기준 혼란과 논란이 발생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밖에 30여 년 전 만들어진 CEAP 분류법이 여전히 유일한 분류법이라는 점, 지급 보험금을 줄이기 위한 치료 적응증·입원 기준 축소 등 실손보험 문제 등도 이슈로 꼽힌다. 


대한정맥통증학회와 대한정맥학회의 ‘불편한 관계’ 역시 해결해야 하는 과제다. 


노 회장에 따르면 혈관외과·흉부외과 의사들을 중심으로 구성된 정맥학회가 정맥통증학회를 통한 정형외과·신경외과 등 비(非) 혈관 전문의들 진료영역 관여를 못마땅해하며 관계가 틀어졌다.


특히 과거 초음파 기기 성능 문제로 정맥질환 진단 및 치료가 원활하지 않은 상황에서 ‘검증되지 않은 치료를 한다’며 정맥통증학회의 학문적 논리를 부정하고 공격하기도 했다.


아울러 정맥학회 임원들이 실손보험사 자문의로 활동하는 등 환자 권리보다 보험사 이익을 대변하는 듯한 행보를 정맥통증학회가 비판하면서 두 단체 갈등은 심화됐다.


이와 관련, 노 회장은 “대한정맥학회와의 갈등 관계를 끝내고 힘을 합쳐 환자들의 올바른 진료를 받을 권리와 의사들 진료권을 지키기 위해 함께 노력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대법원 판결 확대해석 경계, 환자 치료기회 박탈 우려”

“대한정맥학회가 적극 적인 역할 수행했으면 하는 바람”


하지정맥류 치료에서 가장 심각한 문제는 과잉진료와 과소진료가 범람하고 있다는 것이다. 


과잉진료 측면의 경우 시술 적응증에 대한 지침과 공감대가 없는 상황에서 불필요한 치료, 마취, 입원이 자행되고 있다고 해석이다. 


노 회장은 “시술 대상이 되는 뿌리 정맥 숫자는 1~4개가 돼야 하고 평균 숫자는 2개에 수렴하는 것이 정상”이라며 “그러나 시술의 평균 뿌리 정맥 숫자가 3.5~4개에 이르는 병의원들도 있다”고 짚었다. 


이어 “지침이 없어 윤리적으로도 법적으로도 문제가 없는 상태”라며 안타까움을 표했다. 


과소진료 측면에서는 혈관 돌출이 없는 정맥 부전을 병으로 인지하지 않아 검사조차 하지 않고 ‘하지정맥류가 아니다’라며 환자를 돌려보낸다는 것이다. 


실제 증상을 일으키는 복재 정맥의 가지 정맥을 치료하기 위해서는 혈관경화주사치료가 필수적인데 이를 생략하는 의료기관도 적지 않다.


노 회장은 “대학병원에서 정맥 치료를 제대로 진료하는 의료진이 없어 배운 적이 없기 때문”이라고 꼬집었다. 


이러한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 정맥통증학회는 환자들이 올바른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합리적인 기준을 마련해야 하며 그 과정에 정맥학회가 적극 나서줄 것을 촉구했다.


먼저 노 회장은 “대한정맥학회가 지난 수년간 보여온 보수적인 행보와 실손보험사와 타협을 우선하는 행보는 회원들에게 적지 않은 실망을 줬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이제는 열린 마음으로 정맥 비밀을 밝혀내고 그 결과에 따라 과잉진료와 과소진료가 공존하는 정맥 치료 분야에서 새로운 합리적인 진료 지침을 만드는 데 앞장설 것과 의료 원칙과 환자들의 권리를 당당하게 주장해 줄 것을 기대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실손보험사를 향해서는 이틀에 걸쳐 2개 하지정맥류 시술을 받은 사례에 대해 입원 필요성을 최종적으로 인정하지 않은 대법원의 지난 6월 11일 판례를 확대해석해서는 안 된다고 했다.


노 회장은 “해당 판례는 지극히 비정상적인 진료 사례에 대한 대법원 최종 판단”이라며 “전체 하지정맥 시술에 대한 입원 필요성을 대법원이 인정하지 않은 것처럼 주장하는 것은 의료 전문지식이 없는 화자들에 대한 기만”이라고 비판했다. 


나아가 “이는 환자들이 치료 기회를 박탈하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며 “실손보험사들은 이 같은 기망행위를 즉시 중단하고 환자가 된 보험 가입자들에게 올바르고 정확한 내용을 안내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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