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방의료원의 가장 중요한 역할은 지역주민 생명과 건강을 지키는 최후 의료안전망입니다. 민간 의료기관에서 수행하기 어려운 응급·분만·소아·감염·재활·호스피스와 같은 필수의료를 안정적으로 제공하고, 경제적·사회적 여건 때문에 의료서비스에서 소외되는 이들이 없도록 해야 합니다”
21일 전문기자협의회와 만난 홍성의료원 김건식 원장[사진]은 지방의료원의 존재 이유에 대해 이 같은 의미를 전했다.
김 원장은 “특정 분야는 24시간 의료진을 유지하고 시설과 장비를 갖춰야 하기 때문에 비용은 많이 들어 수익성을 확보하기 어렵다. 이 같은 이유로 해당 의료서비스가 사라지면 결국 피해는 지역민에게 돌아가게 된다”고 지적했다.
지방의료원이 가진 다른 역할에 대해 김 원장은 “의료원 안에서의 치료에 그치지 않고 퇴원 이후 지역사회까지 의료와 돌봄을 연결하는 것도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소개했다.
이곳 의료원 역시 지역책임의료기관으로서 중증응급환자 이송·전원, 퇴원환자 지역사회 연계, 정신건강, 감염 및 환자안전 등의 협력사업을 수행하고 있다.
김건식 원장은 “결국 지방의료원은 단순히 환자를 진료하는 병원이 아니라, 지역 전체의 필수의료체계가 무너지지 않도록 중심을 잡아주는 공공의료 플랫폼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홍성·예산·청양·보령을 아우르는 지역책임의료기관으로서 지역주민이 가까운 곳에서 안심하고 적정한 의료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의료안전망을 더욱 튼튼하게 만들어 나간다는 방침이다.
“필수의료 분야 가장 큰 어려움은 결국 사람, 의료인력 부족 문제 해결 절실”
김 원장은 “응급·분만·소아·외과 분야는 환자가 언제 발생할지 모르기 때문에 24시간 대응체계를 유지해야 한다”면서 “의료진 한두 명을 채용하는 것으로 해결되는 것이 아니라 당직과 휴일, 응급상황까지 고려해 일정 규모 이상의 전문인력이 확보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수도권과 지방의 의료인력 격차가 커지고 필수과목을 선택하려는 의료진도 부족해지면서 지역 공공병원은 필요한 전문의를 채용하기가 매우 어려운 실정이다.
어렵게 의료진을 영입하더라도 혼자서 과도한 당직이나 응급진료를 감당하게 되면 장기간 근무하기 어렵다. 결국 채용의 문제이면서 동시에 지속가능한 근무환경의 문제로 이어진다.
따라서 김 원장은 “필수의료는 환자가 적은 날에도 의료진과 시설을 유지해야 합니다. 따라서 단순히 진료량에 따라 보상하는 구조에서 벗어나, 필수의료를 유지하고 있다는 사실 자체에 대한 정책적 보상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지역의료원의 인력난은 단순한 급여 문제만으로 설명하기 어렵다. 의료진 입장에서는 본인의 전문성을 충분히 발휘할 수 있는 진료환경, 교육과 연구 기회, 배우자의 직장, 자녀 교육, 주거환경 등 여러 조건을 함께 고려하게 된다”고 강조했다.
수도권과 비교하면 지방의료원이 이러한 여건을 모두 충족시키기 쉽지 않다. 또 특정 진료과에 인력이 부족하면 기존 의료진에게 업무와 당직이 집중되고, 이는 다시 이직으로 이어지는 악순환을 만들게 된다.
간호사도 마찬가지다. 3교대와 야간근무가 필요한 병동이나 응급실 등은 충분한 인력을 확보하고 유지하는 것이 쉽지 않다.
김 원장은 “의료인력 문제는 개별 병원이 연봉을 조금 더 지급한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니라,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급여·주거·교육·연구·정주여건을 함께 지원하는 종합적인 정책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재차 피력했다.
“공공성과 수익성 동시 추구해야 하는 지방의료원 현실 극복해야”
김건식 원장은 “지방의료원이 안고 있는 가장 어려운 숙제 중 하나가 공공성과 수익성을 모두 갖춰야 하는 것”이라며 “이곳도 하나의 사업장이기 때문에 지속가능한 경영을 위해 경영효율성을 높이고 수입을 확보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지방의료원의 존재 목적은 이익을 최대화하는데 있지 않다. 응급실을 24시간 운영하고, 분만실과 소아청소년과를 유지하며, 감염병에 대비하고, 취약계층을 지원하는 사업들은 지역사회에 꼭 필요하지만 반드시 수익으로 연결되지는 않는다.
따라서 지방의료원의 경영성과를 단순히 흑자와 적자만으로 평가해선 안된다는 것이 김 원장 생각이다.
얼마나 많은 주민이 지역 안에서 치료받을 수 있게 됐는지, 응급환자 골든타임을 얼마나 지켜냈는지, 취약계층의 의료 접근성을 얼마나 개선했는지와 같은 공공적 성과를 함께 평가해야 한다는 판단에서다.
이곳 의료원도 불필요한 비용은 줄이고 진료 경쟁력은 높이는 경영혁신을 지속하되, 공공의료기관으로서 반드시 지켜야 할 영역은 흔들림 없이 유지하겠다는 원칙을 갖고 있다.
김 원장은 “필수의료를 유지하는데 드는 비용에 대한 안정적이고 지속적인 정부 지원이 필요하다”고 입장을 전했다.
현재와 같이 환자를 많이 진료해야 수입이 발생하는 행위별 수가 중심 구조에서는 응급·분만·소아·감염처럼 24시간 인력과 시설을 유지해야 하는 분야가 구조적으로 불리한 상황이다.
환자가 오지 않는 시간에도 응급의학과 전문의와 간호사가 근무해야 하고, 언제 발생할지 모르는 응급수술과 분만에 대비해야 한다. 이것은 단순한 진료행위가 아니라 국가가 유지해야 할 의료 인프라다.
김 원장은 “필수의료 인력과 시설을 유지하는 데 필요한 비용을 보상하는 공공정책수가와 필수의료 유지비 지원을 보다 확대하고 장기적으로 제도화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우리가 바라는 것은 거창하지 않다. 어디에 살든 필요한 순간에 적절한 치료를 받을 수 있는 나라, 그리고 지역에서 치료할 수 있는 환자는 지역에서 안심하고 치료받을 수 있는 의료체계를 만드는 것”이라며 “앞으로 우리나라 공공·필수의료가 나아가야 할 방향”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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