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특별기고] 정부가 지역·필수·공공의료 강화를 명분으로 보건지소와 보건진료소의 기능을 재편하고 이른바 ‘공공보건의원’ 도입을 추진하고 있다. 지역 의료공백에 대응하고 진료와 건강관리 기능을 강화하겠다는 취지다.
의료취약지역 의료공백을 해소하고 국민들 의료접근성을 높이기 위한 공공의료 필요성에는 의료계도 충분히 공감한다.
문제는 공공의료 역할과 범위를 어디까지로 볼 것인가이다. 공공의료 역할은 민간의료와 경쟁하는 것이 아니라 민간의료만으로 해결하기 어려운 의료공백을 메우는 데 있어야 한다.
이미 의원급 의료기관이 충분히 존재하고 정상적으로 의료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 지역에 국민 세금으로 별도 공공 진료기관을 설치한다면 공공과 민간이 같은 환자를 두고 경쟁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 이는 한정된 의료인력과 재정을 효율적으로 활용하는 방법이라고 보기 어렵다.
우리나라 동네의원은 국민과 가장 가까운 곳에서 만성질환 관리, 소아·노인 진료, 예방접종 등 지역사회의 일차의료를 담당해 왔다.
따라서 새로운 공공 진료기관을 만드는 것에 앞서 이미 존재하는 의료자원을 어떻게 활용하고 지원할 것인지부터 고민해야 한다.
공공의료기관, 기존 일차의료 활용하고 취약지·필수의료 집중 필요
원칙은 분명하다. 민간의료가 충분히 존재하는 지역에서는 기존 의료기관을 적극 활용하고, 민간의료만으로 해결하기 어려운 의료취약지역과 필수의료 분야에는 공공의료가 적극적으로 책임져야 한다.
산간·도서지역이나 인구 감소 지역처럼 의료기관 자체가 부족한 곳, 응급·분만·소아 등 유지가 어려운 필수의료 분야가 공공의료 역할이 절실한 영역이다.
지역의료와 필수의료가 어려워진 원인도 공공 진료기관이 부족해서만은 아니다. 낮은 보상과 높은 의료사고 위험, 과도한 사법적 부담, 의료인력 확보의 어려움 등 구조적인 문제가 오랫동안 누적된 결과다.
이러한 문제를 그대로 둔 채 공공 진료기관을 늘리는 것만으로 지역의료를 살릴 수는 없다.
정부가 해야 할 일은 기존 일차의료 체계를 약화시키는 새로운 경쟁자를 만드는 것이 아니라 지역의료자원을 살리고 부족한 부분을 공공이 보완하는 것이다. 공공의료와 민간의료는 경쟁자가 아니라 상호 보완하는 관계여야 한다.
그런 측면에서 “민간의료가 있는 곳에는 협력을, 의료공백이 있는 곳에는 공공 책임을” 이라는 원칙 아래 한정된 의료인력과 국민 세금을 반드시 필요한 곳에 투입, 지역의료와 필수의료를 더불어 살리는 지속가능한 의료체계를 만들어 나가야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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