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가업상속 공제 대상에서 병원을 제외하는 정부의 세제 개편 논란이 점입가경이다. 병원계 반발에 정부가 반박하는 등 공방전으로 비화되는 모양새다.
병원계는 가업상속 제도 취지와 경제적 실질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 정책이라고 연일 목소리를 높이고 있지만 주무부처인 재정경제부는 제도 악용 방지 차원이라는 입장을 고수 중이다.
정부의 세제 개편안 발표 직후인 지난 11일 재정경제부, 보건복지부, 국회 등에 건의서를 제출한 바 있는 대한병원협회는 보름 만인 26일 재차 의견서를 보냈다.
이번 의견서에는 최근 재정경제부가 내놓은 ‘가업상속공제 대상 업종에서 병원 제외’ 관련 설명자료에 대한 반박 내용이 담겼다.
앞서 재정경제부는 세제 개편안 발표 이후 병원계의 반발이 거세지자 변호사·회계사·변리사 등 공제 대상에서 제외됐던 전문직과의 형평성을 고려해 병원을 제외했다고 설명했다.
제도 본연의 목적인 전문 기술과 노하우 승계는 유지하되, 상속세 회피 등 제도 악용을 방지하고 과도한 지원을 적정화하기 위한 조치라는 입장이다.
이에 대해 대한병원협회는 우선 ‘전문직 배제’가 당초 입법예고에서 명시된 기준이 아니었다는 점을 지적했다.
당초 개정안에서 명문화한 제외 사유는 △프랜차이즈 등 타인 기술로 사업하는 경우 △부동산·이자·배당 등이 주된 소득인 경우 등 두 가지였다.
하지만 입법예고 과정에서 제시되지 않았던 ‘전문직’이라는 새로운 기준으로 특정 업종을 배제하는 것은 조세제도의 예측 가능성을 떨어뜨릴 수 있다는 지적이다.
특히 병원협회는 ‘배제된 것은 의사가 아니라 병원업’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의료법상 의원과 병원은 명확히 구분되며, 병원은 30병상 이상, 종합병원은 100병상 이상으로 진료과별 전속전문의를 갖춰야 한다.
따라서 병원은 단순히 개인 의사의 면허에 기반한 사무소가 아니라 시설과 인력, 자본이 결합된 조직이라는 주장이다.
실제 병원급 의료기관에서는 의사뿐 아니라 간호사, 약사, 의료기사 등 다수의 보건의료 인력과 행정·지원 인력이 함께 근무한다.
입원과 수술은 물론 응급·중증환자 진료 등 필수의료 기능도 수행하고 있어 소수의 전문직으로 운영되는 개인 사무소와 동일한 기준으로 판단하는 것은 무리라는 게 병협의 주장이다.
오히려 이번 개편이 조세 형평성을 훼손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변호사·회계사 사무소의 경우 가업상속공제가 적용되지 않더라도 승계할 유형자산이 상대적으로 적고 고객관계 역시 대표자 개인에게 귀속되는 특성이 있다.
반면 병원은 토지와 건물, 의료장비 등 상당 규모의 자산이 상속재산으로 평가돼 최고 50%의 상속세 부담이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병원협회는 “획일적으로 같은 대우를 하는 게 형평성이 아니라 병원에만 부담이 집중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변호사·회계사도 제외”↔“병원을 개인 사무소 취급”
“개인병원 비중 57.4%…개정안 재검토 결사항전”
제도 적용 기준이 일관되지 않다는 점도 짚었다.
개편안에는 음식점업 16개를 공제 대상에 포함하고 있으며, 제과·제빵 역시 국가기술자격에 해당하는 만큼 자격이나 면허를 배제 기준으로 삼는 것은 일관성을 상실했다는 입장이다.
무엇보다 병원협회는 가업상속공제의 정책 목적을 강조했다.
가업상속공제가 전문직 간 세제 형평성을 맞추기 위한 제도가 아니라 기업의 계속 운영과 고용, 사회적 기능 유지에 목적이 있다면 병원 역시 그에 부합하는지를 따져야 한다는 것이다.
동일한 규모와 고용을 유지하는 제조업체 등은 지원하면서 대표자가 의사라는 이유만으로 병원을 제외하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는 지적이다.
실제 통계에서도 개인이 개설한 병원이 의료현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상당한 것으로 나타났다.

2026년 6월 30일 기준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자료에 따르면 전국 병원급 의료기관 3361개소 가운데 개인이 개설한 기관은 1928개소로 57.4%를 차지한다.
특히 병원급만 보면 1429개소 가운데 1084개소가 개인 개설로 75.9%에 달한다. 요양병원도 1287개소 중 657개소가 개인이 개설했다.
개인병원이 담당하는 고용 규모도 적지 않다. 전체 병원급 의료기관 종사자 가운데 개인병원 종사자는 추정 19만1963명으로 전체의 30.5%를 차지한다.
직종별로는 간호사 6만8705명, 의료기사 3만953명, 간호조무사 3만6511명 등이 개인병원에서 근무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병원협회는 이러한 현실을 고려할 때 병원을 고용과 투자, 지역사회 의료서비스 제공이라는 경제적·사회적 기능을 종합적으로 판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병원이 지역주민 입원·수술 및 필수의료를 담당하는 중요한 기반이라는 점에서 과도한 상속세 부담이 발생할 경우 지속 운영과 고용 유지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우려다.
병원협회는 앞으로도 가업상속공제 대상에서 병원을 일률적으로 제외하는 방안은 재검토 돼야 한다는 입장을 적극 전달해 나간다는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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