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부가 응급실 미수용 문제의 해법으로 인공지능(AI) 도입에 속도를 내고 있지만 병상과 전문의 등 의료자원 자체가 부족한 상황에서는 AI만으로 문제를 해결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AI가 환자 평가와 이송병원 추천을 지원할 수는 있지만 실제 현장 적용을 위해서는 환자정보 연계와 관련 법·제도, 기존 응급의료 시스템과의 연결 사안도 함께 풀어야 한다는 것이다.
류현욱 경북대병원 응급의학과 교수는 16일 서울대병원 암연구소 이건희홀에서 열린 제32회 보건의료포럼 ‘AI 기본의료, 지역에서 어떻게 작동시킬 것인가’에서 응급실 미수용 문제에 AI를 적용하기 위한 과제를 짚었다.
류 교수는 응급환자가 발생한 현장에서 환자를 평가하고 중증도를 분류한 뒤 필요한 치료를 판단해 적절한 병원을 결정하는 과정 자체가 어렵다고 진단했다. 병원 역시 제한된 정보만으로 응급실과 중환자실, 수술·시술 가능 여부 등을 종합해 환자 수용 여부를 판단해야 한다.
류 교수팀은 이를 개선하기 위해 AI 기반 응급의료 플랫폼 ‘SAVE’를 개발했다.
병원 전(前) 단계에서 AI가 구급대원의 환자 평가를 지원하고, 환자 중증도와 필요한 치료를 예측하면 관제 단계에서 해당 의료자원을 갖춘 병원을 연결하는 방식이다.
다만 류 교수는 “응급환자 미수용 문제를 AI만으로 완전히 해결할 수는 없다”며 “의료자원 자체가 없다면 기술이 아무리 고도화돼도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고 선을 그었다.
이어 류 교수는 “의료자원은 있지만 이를 일일이 확인하고 조합하는 데 시간이 걸리는 경우 AI가 역할을 할 수 있다”며 “가령 병원 자원정보를 AI가 해석해 적합한 병원을 추천하면 사람이 하나 하나 전화로 확인하는 과정을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수용 가능한 병원 찾는 과정에서 의료기관들이 환자정보 공유하는 제도적 근거 부재”
류 교수는 고위험 산모를 사례로 들었다. 응급수술이 필요한 산모는 산부인과 의료진뿐 아니라 수술실과 중환자실, 신생아중환자실(NICU) 등 여러 조건이 동시에 갖춰져야 한다.
현재는 119 상황실 등이 여러 병원에 일일이 연락해 수용 가능 여부를 확인하고, 병원 내부에서도 관련 진료과와 NICU 등에 다시 연락해야 한다. AI가 병원별 의료자원 정보를 분석해 적합한 병원을 추천할 경우 사람이 반복적으로 전화해 확인하는 과정을 줄일 수 있다고 봤다.
실제 적용을 위해서는 응급현장에서 필요한 환자정보를 실시간으로 연결할 수 있는 체계가 필요하다. 현재는 동일 환자의 과거 진료정보와 현장 정보를 연결할 식별수단 활용에 제약이 있고, 건강정보 고속도로 등 기존 데이터도 응급상황에서 즉시 불러오기 어렵다.
특히 수용 가능한 병원을 찾는 과정에서 여러 의료기관과 환자정보를 공유할 수 있는 제도적 근거가 명확하지 않다는 점도 문제로 꼽혔다.
류 교수는 “실제 전원되는 병원으로 환자정보를 보내는 것은 문제가 없지만 수용 가능한 병원을 찾으려면 최종 전원되지 않는 병원에도 정보가 전달돼야 한다”며 “이를 허용하는 법률은 현재 없다”고 지적했다.
새로운 AI 플랫폼을 기존 응급의료 시스템과 어떻게 연결할지도 과제다. 소방 구급대 관제 시스템과 응급의료 관련 정보시스템, 병원 전자의무기록(EMR)을 모두 새로 바꾸기는 현실적으로 어렵기 때문이다.
류 교수는 “기존 시스템을 한꺼번에 갈아엎고 새로 만드는 것은 불가능하다”며 “개발한 기술이 현재 운영 중인 국가 시스템에 녹아들어 큰 부담 없이 사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연구과제가 끝난 뒤에도 지속적으로 사용할 기반은 현재로써는 없다. 계속 운영하고 발전시킬 수 있는 거버넌스를 함께 고민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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