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비의료인 수술 가담 숨긴 건보청구는 사기”
인공관절 수술서 일부 진료보조 참여…“수술비 사기 무죄” 판결 전체 파기환송
2026.10.09 06:59 댓글쓰기

의사가 주된 수술을 직접 시행했더라도 비의료인이 의료행위에 가담했다면 해당 수술에 대한 건강보험 급여비용을 적법하게 지급받을 수 없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와 주목된다. 


이를 숨기고 국민건강보험공단에 급여를 청구해 지급받았다면 사기죄가 성립한다는 취지다.


대법원 제1부(주심 천대엽 대법관)는 최근 보건범죄단속법 위반과 의료법 위반, 사기 등 혐의로 기소된 병원장 A씨 등의 상고심에서 A씨에 대한 원심 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중앙지방법원으로 돌려보냈다.


A씨는 2015년 5월 서울 관악구 소재 병원에서 환자 인공 고관절 반치환 수술을 시행했다. 당시 A씨가 수술 부위를 절개하는 등 주요 의료행위를 담당했지만, 의사가 아닌 B씨도 참여했다.


B씨는 수술용 기구인 리트렉터로 수술 부위를 벌리거나, 인공관절을 뼈에 삽입할 때 사용하는 기구인 임팩터를 잡아주는 등의 행위를 했다.


그러나 A씨는 비의료인 참여 사실을 알리지 않고 자신이 단독으로 수술한 것처럼 국민건강보험공단에 요양급여비용을 청구했다.


검찰은 A씨가 2015년부터 2019년까지 같은 방식으로 총 23차례에 걸쳐 9539만원의 요양급여비용을 편취한 것으로 보고 기소했다.


원심은 A씨 사기 혐의에 대해 고의가 충분히 입증되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비의료인이 담당한 행위는 수술 부위를 벌리거나 기구를 잡아주는 등 극히 일부 진료보조행위에 그쳤고, 주된 의료행위는 A씨가 직접 시행했다고 봤다.


이에 비의료인이 수술 과정에서 일부 진료보조행위를 했다는 사정만으로 A씨에게 요양급여비용을 편취하려는 고의가 있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대법원은 이러한 원심 판단에 법리오해 등의 잘못이 있다고 봤다.


대법원은 “의료기관에서 의료인이 아닌 사람이 의료행위를 한 경우 그 의료기관은 국민건강보험법상 요양급여비용을 적법하게 지급받을 자격이 없고, 이는 의료기관에서 의료인이 아닌 사람이 의료인과 함께 의료행위를 한 경우에도 마찬가지”라고 밝혔다.


건강보험 급여를 청구하려면 의료기관이 적법하게 개설됐을 뿐 아니라 개별 의료행위 역시 의료법에 따라 적법하게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다.


대법원은 비의료인이 의료행위에 참여한 사실을 숨긴 채 정상적인 진료가 이뤄진 것처럼 요양급여비용을 청구한 행위도 사기죄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대법원은 “이런 청구행위는 국민건강보험공단으로 하여금 요양급여비용 지급에 관한 의사결정에 착오를 일으키게 하는 것으로 사기죄 기망행위에 해당하고, 피고인이 이런 기망행위로 건보공단으로부터 해당 수술에 관한 요양급여비용을 교부받은 부분은 사기죄가 성립한다”고 판시했다.


또한 병원 대표자가 이 같은 사정을 알면서도 미필적으로 용인했다면 사기죄의 고의를 인정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대법원은 A씨의 직업과 경력, 범행 경위 및 행위 양태 등을 종합하면 요양급여비용 편취의 고의도 있었다고 판단했다.


다만 사기죄 성립 범위를 의료행위 전체로 확대하지는 않았다. 비의료인이 해당 수술에만 가담한 만큼 수술 이외 입원비와 약제비, 검사비 등에 대해서는 사기죄가 성립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봤다. 


대법원은 수술 관련 요양급여비용에 대한 사기 혐의까지 무죄로 판단한 원심에 잘못이 있다고 보고, 다른 유죄 부분과의 관계 등을 고려해 A씨에 대한 원심 판결 전체를 파기환송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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