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국 메드봇(MicroPort MedBot) 내시경 수술 로봇 ‘투마이(Toumai)’가 870㎞ 떨어진 서울과 상하이를 연결하며 원격수술 활용 가능성을 선보였다.
강석호 대한비뇨내시경로봇학회 회장(고려대학교 안암병원 교수)은 최근 코엑스에서 KUA 2026 일환으로 내시경 수술 로봇 ‘투마이’를 활용한 원격수술을 시연했다.
강 회장은 서울 행사장에 마련된 콘솔에서 중국 상하이의 수술로봇을 조작해 돼지 방광 일부를 절제하고 봉합했고, 참석자들은 화면을 통해 수술 과정을 지켜봤다.
투마이는 지난 3월 식품의약품안전처 허가를 획득했으며 국내에서는 리드헬스케어가 수입·유통·판매를 맡고 있다.
원격수술은 집도의와 수술 대상이 물리적으로 떨어진 상태에서 통신망을 통해 수술로봇을 실시간으로 조작하는 방식이다.
숙련된 전문의가 현장에 직접 가지 않고도 수술에 참여할 수 있어 의료 접근성이 낮은 지역의 의료격차를 줄일 방안으로 주목받아 왔다.
대표적인 사례는 지난 2001년 시행된 ‘린드버그 수술’이다. 당시 미국 뉴욕의 의료진이 ZEUS 수술 로봇을 활용, 프랑스 스트라스부르에 있는 환자를 대상으로 담낭절제술을 시행하며 가능성을 제시했다.
“상하이에 있다는 사실 잊을 정도로 수술에 집중”
최근 정보통신기술 발전으로 통신 지연이 줄고 네트워크 안정성이 향상되면서 원격수술 활용 가능성이 확대되고 있다.
이날 현장에서도 집도의 조작 신호가 870㎞ 떨어진 수술로봇에 전달되고 수술 영상이 다시 콘솔로 돌아오는 과정 등 네트워크 지연과 안정성이 주요 점검 요소였다.
강석호 회장은 “네트워크 안정성을 볼 때는 얼마나 늦어지는지, 지연이 일정한지 불규칙한지, 데이터가 모두 전달되는지 일부만 전달되는지 등을 살펴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에 따르면 시연에 앞서 진행한 사전 리허설에서는 통신 지연이 30~40밀리초 수준이었다. 이는 0.03~0.04초에 해당하는 시간이다.
실제 시연에서도 비슷한 수준으로 조작에 따른 지연을 거의 체감하지 못했다는 평가를 내놨다.
강 회장은 “상하이에 있는 돼지라는 게 믿어지지 않을 정도”라며 “지연을 거의 느끼지 못했다”며 “상하이에 누워 있다는 것을 잠시 잊어버릴 정도로 수술에만 집중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기존에 사용하던 수술로봇과의 조작감 차이는 있었지만 원격 연결에 따른 지연과는 무관하다”며 “콘솔에서 확인하는 수술 영상도 평소 수술할 때와 화질이나 시야가 거의 같았다”고 덧붙였다.
상용 로봇 활용한 시연…임상 적용까지 검증 과제
강석호 회장은 이번 실증이 국내에서 상용 수술로봇 플랫폼을 기반으로 국가 간 원격수술을 구현한 첫 사례라고 설명했다.
그는 “환자에게 적용하기 전에 전임상으로 하는 개념”이라며 “한국과 중국이라는 물리적 거리를 넘어 실제 수술환경에서 원격수술이 어떻게 구현될 수 있는지를 확인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장기적으로는 해상이나 극지뿐 아니라 우주와 같은 극한 환경에서도 활용 가능성을 모색할 수 있다는 점에서 향후 발전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다만 실제 환자 적용을 위해서는“윤리적·비용적인 측면, 사회적 합의, 정보 보안 등이 더 보완돼야 한다”며 “실제로 환자에게 적용하려면 이런 문제들이 해결돼야 한다”고 제언했다.
구체적으로는 환자정보와 수술 영상의 보안, 사고 발생 시 원격 집도의와 현장 의료진 간 책임 소재, 추가 비용의 부담 주체, 응급상황 대응체계 등을 과제로 꼽았다.
특히 원격으로 수술을 집도하더라도 응급상황에 대응할 현장 의료진이 필요하다는 점을 짚었다.
통신망으로 수술 관련 정보와 영상이 오가는 과정에서 이를 안전하게 보호하는 방안과 현장 의료진·원격 집도의의 역할 및 책임에 대한 논의가 함께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다.
국내 임상 적용 시점에 대해서는 “장담하기는 어려울 것 같다”며 신중한 입장을 밝혔다. 그러면서 국내에서도 동물모델을 활용한 시험을 통해 경험을 쌓고 관련 연구에 참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기술 발전이 환자와 의료진의 혜택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의료계도 안전성을 검증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강석호 회장은 “의학적인 부분, 의료적인 부분을 안전하게 수술하는 것을 증명해 내고 시험하는 노력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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