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삼성서울병원 암병원이 수술 건수 등 정량적 지표를 넘어 환자가 체감하는 건강 결과와 삶의 질을 최우선으로 삼는 ‘가치 기반 의료(Value-Based Healthcare)’를 통해 국내 암 치료 패러다임 전환을 주도하고 있다.
김희철 삼성서울병원 암병원장(대장항문외과 교수)은 최근 삼성서울병원 출입 기자단과 만나 병원을 넘어 환자 인생을 함께하는 ‘비욘드 호스피탈(Beyond Hospital)’을 지향점으로 제시하며 가치기반의료 중심의 미래 전략을 소개했다.
미국 뉴스위크가 발표한 ‘월드 베스트 전문병원’에서 암 분야 세계 5위 및 국내 1위에 오르고 전체 암 환자 5년 생존율 75.4%(2019~2023년 기준)를 기록한 삼성서울병원 암병원은 이제 단순한 생존율 향상을 넘어 치료 이후 삶까지 포괄하는 질적 도약에 집중하고 있다.
김희철 암병원장은 “가치 기반 의료는 환자가 실제로 얻은 건강 결과와 삶의 질을 중심으로 의료 성과를 평가하고 개선해 나가는 방식”이라며 “국내에는 아직 익숙하지 않지만 더 나은 결과와 삶의 질을 드리려는 암병원의 노력으로 이해해 달라”고 설명했다.
이어 “가치 기반 의료 핵심은 환자에게 의미 있는 건강 결과를 얼마의 비용과 노력으로 만들었는지 보는 데 있다”며 “학계와 여러 병원이 함께하면 국내 암 치료 질도 한 단계 높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국제 표준 부합…진료 현장 ‘환자자기평가결과(PRO)’ 이식
삼성서울병원은 지난 3월 유럽 최대 암 임상연구 기관인 유럽암연구치료기구(EORTC)와 한국형 환자자기평가결과(PRO) 도구의 번역 표준화 및 타당성 검증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암병원은 국내 도메인 기관으로서 기존 도구 재번역과 신규 도구 번역을 맡아 평가 신뢰성을 높이고 있다. 2024년부터는 독일 샤리테 병원과 격월로 ‘PRO SHARE 공동세미나’를 개최, 임상 경험을 공유하고 있으며 향후 협력 범위를 넓혀 국제심포지엄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특히 금년 4월에는 질환별 표준 건강 결과 지표를 보급하는 국제 비영리 기구 ‘ICHOM’으로부터 국내 최초 1단계 인증을 획득했다. 환자 임상 정보와 PRO를 수집·관리·축적하는 전(全) 과정이 국제 기준에 부합함을 입증한 결과다.
암병원은 유방암 분야에서 2단계(데이터 신뢰성 검증·진료 활용) 및 3단계(진료 질(質) 개선·성과 입증) 인증을 준비 중이며, 폐암 분야 역시 준비에 착수해 순차적으로 인증 획득을 추진하고 있다.
수집된 데이터는 실제 진료와 직결된다. 암병원은 PRO를 전자의무기록(EMR)에서 즉시 확인할 수 있도록 디지털 플랫폼 ‘프리즘(PRISM)’을 구축했다. 의료진은 이를 통해 환자 건강 상태와 미충족 의료 수요를 체계적으로 파악, 치료 결정에 반영하고 있다.
아울러 2019년 시작해 격년으로 발간한 이후 2024년부터 매년 펴내는 ‘아웃컴북(Outcome Book)’ 제6판에는 PRO 데이터와 일부 암종의 TNM 병기별 성과 지표를 추가해서 환자 중심 의료성과 평가를 강화했다.
70세 이상 고령 암 특화 모델 ‘CCCS’ 가동… 진료 문화 전면 개편
가치기반의료를 임상에서 구현하는 핵심 축 가운데 하나는 고령 암 환자 특화 케어 모델인 ‘CCCS’다. 70세 이상 고령 암 환자가 수술을 위해 입원할 경우 노인 종양학을 기반으로 치료 위험도를 사전 평가, 안전하게 치료를 마치도록 돕는 시스템이다.
암병원은 지난 7월 국내 표준 마련을 위해 CCCS 위원회를 발족하고 김희철 병원장이 위원장을 맡았다. CCCS는 노년내과나 시니어 전담팀 등 별도 단일 진료과가 고령 환자를 관리하는 타 병원 방식과 궤를 달리한다.
의료진이 미국 모핏 암센터(Moffitt Cancer Center)와 시티 오브 호프(City of Hope) 등을 벤치마킹한 결과, 특정 조직에만 맡기는 방식은 현장에서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초기 임상 성과도 긍정적이다. 김 병원장은 “지난해 9월부터 현재까지 폐암과 전립선암 환자를 대상으로 파일럿을 운영하고 있는데 초기 결과에서 낙상과 섬망이 감소하는 경향을 보였고 퇴원 시 환자의 기능 상태가 개선되는 모습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암병원은 이르면 올해 말부터 70세 이상 모든 암 환자를 대상으로 CCCS 적용을 확대할 예정이다.
김 병원장은 “CCCS는 단일 부서의 업무가 아니라 암병원 전체 진료 문화를 바꾸는 프로젝트”라며 “초고령 사회에서 고령 암 환자가 뉴노멀이 된 만큼 만성 복합질환이 많고 체력 부담이 큰 고령환자 특성을 고려해 국내 의료 현장에 맞는 새로운 표준을 만드는 것이 목표”라고 밝혔다.
끝으로 환자 치료 여정 전반과 동행하는 병원 시스템 변화도 소개했다.
김 병원장은 “국내 최초로 첫 방문·예진상담실을 도입해 환자가 병원에 오는 순간부터 전문적인 상담과 데이터 수집을 동시에 시작하고, 진단 및 치료 결정 단계에서는 패스트트랙(Fast-track)과 대면·비대면 다학제 시행을 통해 빠르게 치료 결정까지 도달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치료 과정에서는 표준진료지침(CP)을 통한 표준 치료를 시행하고 방법이 없는 환자는 암정밀치료센터를 통해 새로운 방안을 찾는다”며 “치료를 잘 받고 집과 일터로 복귀할 수 있도록 암교육센터와 암치유센터를 통해 치료 후에도 정신적 및 사회적 지지 케어를 제공하며 삶의 질을 높이고자 노력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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