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년 묵은 신포괄수가 개선…마취료 빼고 MRI 추가
보건복지부, 포괄·비포괄 구분 기준 대폭 재정비…필수의료 보상 강화
2026.10.22 06:54 댓글쓰기



15년 넘게 시범사업을 이어오며 복잡성이 가중됐다는 지적을 받아온 신포괄지불제도가 대대적인 수술대에 오른다.


정부가 의료행위의 포괄·비포괄 구분 원칙을 재정립하고 그동안 제도를 복잡하게 만들었던 ‘80% 비포괄’ 영역도 단계적으로 정비하기로 했다.


특히 마취료는 현재 포괄 영역에서 비포괄로 전환해 별도 보상을 강화하는 반면 MRI·PET 등 영상검사는 비포괄에서 포괄 영역으로 이동시키는 방안이 추진된다.


약제에 적용되던 ‘80% 비포괄’은 아예 폐지하고 포괄 또는 전액 비포괄로 양분하는 방안도 검토되고 있어 신포괄수가 참여 병원들 진료 및 보상체계에 적잖은 변화가 예상된다.


신포괄수가 협의체는 최근 회의를 열고 이 같은 내용의 ‘행위 포괄·비포괄 구분 기준 재정비’ 방안을 논의했다.


‘신포괄지불제도’는 기존 행위별수가제 과잉진료 우려와 포괄수가제 과소진료 가능성을 보완하기 위해 지난 2009년 도입된 한국형 혼합 지불제도다.


입원이나 검사 등 예측 가능한 의료는 포괄수가로 묶고 수술·시술 등 주요 의료행위는 행위별수가 방식으로 별도 보상함으로써 의료의 질과 비용 효율성을 동시에 확보한다는 취지다.


하지만 도입 이후 15년 이상 시범사업에 머물면서 포괄과 비포괄을 나누는 기준이 지나치게 복잡해졌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특히 의료행위는 물론 약제와 치료재료까지 포괄, 80% 비포괄, 전액 비포괄 등으로 세분화되면서 제도에 대한 의료기관의 이해와 수용성을 떨어뜨린다는 비판이 제기돼 왔다.


이에 정부는 이번 개편을 통해 분류 원칙을 보다 명확하게 정립하는 동시에 지역·필수·공공의료 강화라는 최근 보상정책 방향을 신포괄수가에도 반영한다는 구상이다.


마취료 별도 보상…MRI·PET은 포괄수가로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마취료와 MRI·PET의 포괄·비포괄 영역이 뒤바뀐다는 점이다.


우선 현재 포괄 영역에 포함돼 있는 마취료를 비포괄로 전환하는 방안이 추진된다. 오는 2027년 7월 개정 시점부터 적용하는 방식이 논의 중이다.


정부는 의료행위의 포괄·비포괄 여부를 ‘의사행위 성격’을 기준으로 분류한다는 원칙을 적용키로 했다.


특히 마취는 수술 과정에서 의사가 직접 수행하는 핵심적인 의료행위인 동시에 필수의료 성격이 강하다는 점을 감안했다.


지역별 의료격차 해소와 필수의료 기능 유지를 위해 보상을 강화한다는 최근 정책방향 역시 이번 결정에 반영됐다.


마취료가 비포괄로 전환되면 포괄수가에 묶여 있던 기존 방식과 달리 실제 의료행위에 따른 별도 보상이 가능해지는 만큼 수술과 마취 등 필수의료 분야 보상 강화 효과가 기대된다.


반대로 MRI와 PET 등 영상검사는 현재 비포괄에서 포괄로 전환하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았다.


영상검사는 의료장비를 이용한 촬영이라는 점에서 ‘의사행위’보다 장비를 활용한 검사 성격이 강한 만큼 포괄수가에 포함시키는 게 분류 원칙에 부합한다는 판단이다.


다만 즉시 적용하지 않고 2028년 상대가치 상시조정 이후 전환할 예정이다.


결국 이번 개편은 의사의 전문적인 의료행위에 대해서는 별도 보상을 확대하고 장비 중심의 검사는 포괄수가에 포함시키는 방향으로 분류 원칙을 보다 명확히 하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복잡한 ‘80% 비포괄’ 손질…약제부터 폐지


신포괄수가의 대표적인 복잡성으로 꼽혀왔던 ‘80% 비포괄’ 영역도 손질한다.


80% 비포괄은 불필요한 의료서비스의 과다 이용을 방지하기 위해 운영돼 왔지만 포괄과 전액 비포괄 사이에 또 하나의 영역을 둠으로써 수가모형을 지나치게 복잡하게 만든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정부 역시 제도의 수용성을 높이기 위해 80% 비포괄 영역을 단계적으로 정비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다.


우선 약제에 대해서는 80% 비포괄을 폐지한다.


약제의 80% 비포괄 비중이 치료재료에 비해 낮고 증가 폭 역시 크지 않아 이를 폐지하더라도 신포괄수가 재정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라는 분석이다.


현재 80% 비포괄로 분류된 약제들은 향후 ‘포괄’ 또는 ‘전액 비포괄’로 재분류된다.


1인당 사용금액이 10만원 미만인 약제는 포괄로 분류한다. 10~20만원의 경우 해당 약제가 DRG 금액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10% 미만이면 포괄, 10% 이상이면 전액 비포괄로 구분한다.


1인당 사용금액이 20만원 이상인 고가 약제는 주DRG 사용분률이 50% 이상이면 포괄, 50% 미만이면 전액 비포괄로 분류한다.


2군·기타 항암제와 초고가 약제, 일부 희귀의약품 등은 전액 비포괄을 적용하는 방향이다.


즉 기존 ‘포괄-80% 비포괄-전액 비포괄’이라는 3단계 구조에서 약제만큼은 중간 영역을 없애고 포괄과 전액 비포괄로 단순화하겠다는 구상이다.


치료재료 ‘80% 비포괄’은 일단 유지


다만 치료재료에 대해서는 당장 80% 비포괄을 없애지 않기로 했다.


치료재료는 약제와 달리 전체에서 80% 비포괄 영역이 차지하는 비중이 상당해 이를 한꺼번에 폐지할 경우 재정과 의료기관 진료행태에 미치는 영향이 클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특히 기존 80% 비포괄 치료재료를 전액 비포괄로 대거 전환할 경우 전체 신포괄수가에서 비포괄 영역이 오히려 확대되는 결과를 초래할 가능성도 고려됐다.


이에 따라 치료재료는 현행 체계를 유지하되 약제 80% 비포괄 폐지 이후 재정 변화와 진료행태를 모니터링하기로 했다.


이를 토대로 치료재료의 현행 구분 기준이 적정한지를 추가 분석한 뒤 80% 비포괄 폐지 여부를 다시 검토한다는 계획이다.


결국 신포괄수가의 복잡성을 줄이기 위한 80% 비포괄 폐지는 상대적으로 제도에 미치는 충격이 작은 약제부터 시작해 치료재료로 확대 여부를 판단하는 단계적 접근인 셈이다.


병원 관계자는 “이번 논의는 단순히 일부 의료행위와 약제의 포괄·비포괄 위치 전환 차원을 넘어 장기간 복잡해진 신포괄수가의 구조 재정비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의사행위’라는 기준을 보다 명확하게 적용해 마취료를 별도 보상하면서 지역·필수·공공의료 강화라는 정책 방향을 반영했다는 점이 주목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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