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9월 14일 한의사 초음파 진단기기 사용 관련 파기환송심 선고를 앞두고 의료계가 사법부의 현명한 판단을 촉구하며, 만약 사용 허용 판단이 나올 경우 끝까지 싸우겠다는 강경한 입장을 피력했다.
대한의사협회는 오늘(11일) 의협회관 대회의실에서 '한의사 초음파 사용 관련 파기환송심에 대한 대한의사협회 기자회견'을 개최하고, 사법부의 판단에 대한 우려를 밝혔다.
대법원은 지난해 12월 전원합의체 판결을 통해 한의사 초음파 진단기기 사용을 허용하는 취지의 판결을 내린 바 있다.
이에 대해 의료계는 "한의사 초음파기기 사용이 보건위생상 중대한 문제 발생 및 환자 생명권 침해 우려가 있다"고 주장했다.
이필수 회장은 "이 판결은 현대 의료기기인 초음파 진단기기 특수성을 간과하고 동시에 의료법상 의료인 면허제도 존재 의미를 부정하며, 나아가 국민 건강권에 심각한 위해(危害)를 줄 것"이라고 경고했다.
홍순철 고대안암병원 산부인과 교수는 "한의사 A씨는 68회에 걸쳐 골반 초음파 진단기기를 사용했지만 자궁내막암 진단을 놓쳤다"며 "자궁내막암은 골반초음파검사에서 이상 소견이 보일 때 자궁내막조직검사로 확진이 가능하지만, 2년이 넘는 진료 기간 동안 한 번도 이를 시행하지 않은 것은 검사 수행과 판독 능력이 없음을 의미한다"고 지적했다.
홍 교수는 "의사면허가 없는 상태에서 아무리 의학과목 및 진단장비에 대해 배운다하더라도 의과의료기기를 사용할 수 없다"며 "법을 많이 공부해도 변호사 자격이 없으면 법정에서 변호하거나 판검사를 할 수 없는 것과 같은 이치"라고 강조했다.
황성일 분당서울대병원 영상의학과 교수는 "초음파 검사는 탐촉자를 환자의 신체에 접촉해 육안상 보이는 구조물로 평가할 수 있는 단순한 행위가 아니다"라며 "해부학, 병태생리학, 영상의학적 지식이 필수적으로 요구되고, 나아가 X-ray, MRI 등 다양한 영상의학적 검사를 같이 시행해야 정확하게 평가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원적 의료체계 틀 깨는 등 사법부에 의한 입법권 침해적 판결 우려"
또 의료법에 기반한 이원적 의료체계 틀을 깨는 것으로, 사법부에 의한 입법권 침해적 판결이라고 평가하며 현명한 판단을 촉구했다.
이정근 의협 상근회장은 "대법원 판결은 현행 한국의 이원적 의료체계 기반인 의료법을 전면으로 부정하고, 이를 넘어서는 결정"이라며 "이는 사법부에 의한 입법권 침해적 판결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의협은 오는 14일 파기환송심에서 한의사 초음파기기 사용 허용 판결이 나올 경우 사법적 대응 방안을 끝까지 모색한다는 계획이다.
이필수 회장은 "법원이 한의사의 초음파 사용을 허용하는 판결을 내릴 경우 로펌 등과 논의해 사법적 대응 방안을 모색할 것"이라며 "현 집행부 임기가 얼마 남지 않았지만, 끝까지 집요하게 이 문제를 파고들 것"이라고 천명했다.
이 회장은 "이는 보건의료 전문가 단체로서 의무라고 본다"며 "제때 진단 받지 못해 질병이 악화되는 환자들이 늘어나지 않도록, 오진으로 피해를 보는 환자가 나오지 않도록 의협은 국민 건강권 보호를 위해 적극 나서겠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