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신 의료장비와 디지털 예외주의(Digital exceptionalism)
“기존 신의료기술평가체계로 유효성·안전성 입증 등 기준 마련 필요'
2018.09.18 06:36 댓글쓰기
[데일리메디 한해진 기자] 최근 국내외를 막론하고 혁신기술을 접목한 디지털 의료기기 출시가 늘어나면서 기존 의료기기와 다른 허가 기준을 통해 시장 진출 활성화를 요구하는 업계의 목소리가 높다.
 
그러나 의료계 한편에서는 최신 의료기기에 대한 무조건적인 보호보다는 유효성과 안전성 입증을 위한 기준을 제대로 마련하는 데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인공지능(AI)·3D프린팅 등을 활용한 혁신 의료기술이 등장하면서 이들을 기존 신의료기술평가 체계를 통해 판단하기 어렵다는 의견에 힘이 실리는 중이다.
 
이에 따라 보건당국에서는 혁신 의료기술을 위한 별도의 신의료기술평가 체계를 마련하겠다는 방침을 발표했다.
 
그러나 관련 공청회에 참석한 서울아산병원 박성호 교수는 “의료계에서 디지털기기, 특히 인공지능(AI) 관련 단어만 붙으면 그냥 허가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많다”며 “디지털 예외주의(digital exceptionalism)라는 말이 있을 정도”라고 밝혔다.
 
의료기기에 있어 디지털 예외주의란 영국 유명 의학저널 란셋(The Lancet)에서도 등장한 개념으로, 최신 기술이 적용된 의료장비가 더 높은 효과를 나타낼 것으로 기대하고 안전성과 유효성 등 기존 의료기기에서 중시됐던 기능 문제를 소홀히 다루는 것을 의미한다.
 
란셋의 최근 저널 ‘Is digital medicine different?’에 소개된 사례를 보면 영국은 최근 국민건강서비스(NHS) 70주년을 맞아 전문 애플리케이션을 발표했다. 환자가 진료 문의를 하거나 병원 예약, 처방전 주문 등을 가능케 하는 시스템으로 모바일 헬스케어가 부각되고 있는 일반적인 흐름에 따라 개발된 셈이다.
 
그러나 출시 후 이는 영국 의사협회 및 로얄 종합대학 등에서 많은 비판을 받았다. 헬스케어 앱은 기존 임상시험 프로토콜을 적용하기 어려우며 장비에 비해 시험 비용이 지나치게 높아 다른 방식으로 효과를 입증하는 경우가 많은데, 해당 앱이 의료 데이터 보호 및 비용효과성이 제대로 입증됐는지 의심된다며 학계에서 문제를 제기하고 나선 것이다.
 
결국 ‘별도 체계’가 ‘특혜’가 돼서는 안 된다는 것이 의료계 우려다.

박 교수는 “현재 의료영역에서 활용되는 AI 기술 가운데는 검증이 제대로 안 된 것도 많아 학계서는 이에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지도 고민되는 점 중 하나다”라며 “기술 자체의 정확도가 아니라 특정 장비가 환자와 의료진의 편의를 구체적으로 어떻게 개선시킬 수 있는가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한 “디지털 장비들의 불필요한 의료행위에 따른 부작용에 대한 경각심도 적다”며 “인허가를 받은 의료기기가 막상 시장에서 판매되지 않는 모순점은 개선돼야 하지만 이후 시장에서 모니터링을 통해 효과가 입증되지 않을 경우 퇴출되는 것도 받아들여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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