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메디 양보혜 기자] 안국약품의 53년 오너 경영 체제가 마침표를 찍었다. 전문경영인(CEO) 체제로 전환한 안국약품은 여러 과제를 안고 있지만, 새로운 날개를 펼쳐 도약할 수 있는 기회를 마련했다는 평이다.
6일 업계에 따르면 안국약품은 지난 3일 어준선 회장과 어진 부회장 각자 대표체제에서 원덕권 사장 단독 대표체제로 변경된다고 공시했다.
그동안 오너 1세인 창업주 어준선 회장과 2세인 어진 부회장이 경영 총괄을, 원 사장은 R&D 및 생산 총괄을 맡아왔다.
1963년생인 원덕권 사장은 서울대 약학대학 석사 출신으로 수원대에서 경영학 박사를 취득했다. 대웅제약, 한국얀센, 동화약품 등을 거쳐 삼아제약 사장을 역임한 뒤 2018년 3월 안국약품에 합류했다.
오는 3월 29일 열리는 정기 주총에서 원덕권 사장의 사내이사 재선임이 의결되면, 본격적으로 회사를 경영하게 된다.
갑작스러운 오너 부자의 동반 퇴진으로 원 사장은 코로나19 대유행 장기화로 위축된 실적 개선과 함께 R&D 성과 도출, 신규 사업 발굴 등의 중책을 맡게 됐다.
지난해 안국약품의 경영 성적은 전년 대비 호전됐지만, 2018년 수준으로 회복하려면 아직 갈 길이 멀다. 작년 매출은 전년보다 14.1% 증가한 1635억원이고, 영업이익은 5억원으로 전년 대비 흑자 전환했다.
그런데 2018년의 경우 매출은 1857억원, 영업이익은 154억원을 기록했다. 이후 2019년 매출 1559억원, 영업이익 24억원으로 떨어졌고, 2020년 매출 1434억원, 영업이익은 적자 전환으로 급락했다.
코로나19 사태로 대표 품목의 처방 실적 저조가 한몫했다. 진해거담제인 '시네츄라' 원외처방액은 2018년 357억원에서 2019년 339억원, 2020년 223억원, 2021년 178억원으로 감소하고 있다.
손씻기와 마스크 착용 등 개인 위생관리가 강화되면서 감기나 독감 환자가 급격히 줄어들었고, 동시에 약 처방도 함께 감소한 것이다.
매출이 계속 하락하자 안국약품은 이 기간 동안 영업인력을 감축하고 대신 영업대행사(CSO)를 적극 활용하는 방식으로 경영 전략을 수정했다. 실제 CSO 이용 비중 증가를 보여주는 지급수수료 규모가 커졌다.
작년 3분기 기준 안국약품 지급수수료는 317억원으로, 전년 대비 35.3% 증가했다. 직원 수는 2021년 3분기 353명(정규직)으로, 2020년 3분기 397명보다 44명 줄었다.
또한 신약 및 개량신약 개발을 위한 R&D 활성화도 중요한 과제다. 원 사장은 자체 개발 천연물 의약품인 시네츄라 이후 잠잠했던 신제품 개발에 대한 의지도 피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안국약품은 수익성이 하락한 상황에서도 R&D 투자 기조를 이어왔다. 2020년 매출 대비 R&D 비중은 11.85%, 2021년 3분기 11.34%로 제약업계 평균 이상 수준을 유지해왔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오너 1, 2세가 동반 사임하는 사례는 드물다"며 "어 회장은 연로해서 은퇴를 한 것으로 보이고, 어 부회장은 평소 갖고 있던 심혈관계 질환 치료가 필요해 물러난 것으로 안다"고 귀띔했다.
이어 그는 "대표 변경 발표 이후 안국약품 주가가 상승세를 보인 것을 보면 시장은 호재로 평가하는 것 같다"며 "작년 경영 성적도 반등에 성공하면서 원 신임 대표 행보에 힘이 실릴 것으로 전망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