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메디 박민식 기자] 코로나19 팬데믹으로 공공의료원의 존재감이 부각되고 있는 가운데 지방의료원 확충에 대해서는 예비타당성 조사를 면제하거나 평가 지표를 개선해야 한다는 주장에 힘이 실리고 있다.
30일 국회도서관 소회의실에서 열린 ‘신종 감염병 예방을 위한 대전의료원 등 지방의료원 필요성 토론회’에서 발제자로 나선 정백근 경상대 의대 예방의학교실 교수는 감염병 대응수단으로서 지방의료원 역할을 강조하며 이 같이 주장했다.
실제 이번 코로나19 위기에서 35개소의 전체 지방의료원이 감염병 전담병원으로 지정돼 코로나19 확진자들을 치료했다. 이는 전체 69개 감염병 전담병원 중 절반(50.7%)에 달하는 수치다.
정 교수는 “경증환자를 담당하는 생활치료센터와 최중증 및 중증 환자를 맡은 상급종합병원 사이에서 지방의료원이 증등증 환자를 관리하며 완충 작용을 했다”며 “이 같은 지방의료원들의 활약이 없었다면 중등증 이상 환자가 상종으로 이송돼 코로나19 외에 다른 중증환자들의 진료에 차질이 생겼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러한 중요성에도 불구하고 지방의료원을 추가로 건립하는 데는 어려움이 있다는 것이 정 교수의 지적이다. 대전, 경남 등을 비롯한 지자체들이 지방의료원을 확충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예비타당성 조사가 발목을 잡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역의료 강화대책 일환으로 추진되고 있는 9개 중진료권 공공병원 신축 계획은 예비타당성 조사의 문턱에 막혀 진행이 쉽지 않은 실정이다.
이에 정 교수는 "울산 산재 전문 공공병원의 예타 면제 사례와 지난해 5월 개정된 예비타당성 조사 운용지침에 근거해 지방의료원 확충시 예비타당성 조사를 면제하거나 기준을 완화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울산 산재 전문 공공병원의 경우 지역주민 삶의 질을 제고하는 의료시설이라는 이유로 예타가 면제된 바 있다.
또한 예비타당성 조사 개정 지침에서는 비수도권 지역의 균형발전을 평가할 때 지역 낙후도를 가점제로 개편하고 공공서비스 접근성 및 건강생활 불편 개선, 일자리 창출 등의 정책효과 항목을 신설해 사회적 가치 평가를 강화토록 했다.
조부활 대전의료원 설립운동본부 집행위원장도 “최근 대전에 확진자가 급증하고 있는데 메르스 사태 당시와 마찬가지로 공공의료원이 없어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지방의료원은 대부분 수익성이 낮고, 건축비와 고가 의료장비 등으로 B/C값이 낮게 나올 수밖에 없기 때문에 예비타당성조사 면제사업으로 지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형준 인의협 사무처장 역시 “만약 예비타당성 조사를 한다고 하더라도 평가 항목을 완전히 재편할 필요가 있다”며 “지방의료원을 통해 과잉진료에 따른 의료비 증가, 서울 소재 병원으로 내원하기 위해 드는 환자들의 교통비, 숙박비 등이 줄어드는 부분 등도 고려돼야 한다”고 주장말했다.
복지부 "예타 문제 공감, 투트랙 전략으로 가야"
토론회 참석자들의 이 같은 지적에 대해 복지부는 적극 공감한다는 입장을 피력하면서 투트랙 전략을 통해 예비타당성 조사 문제를 해결해 나가야 한다는 입장을 피력했다.
보건복지부 노정훈 공공의료과장은 “현재 제도 내에서도 지역주민 삶의 제고 부분을 근거로 예비타당성 면제를 주장하는 것도 일리가 있지만 보다 명확한 근거를 마련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궁극적으로는 학교처럼 예비타당성 면제가 될 수 있도록 법 개정이 필요하지만 이는 시간이 소요될 수 밖에 없기 때문에 지역주민 삶의 질 제고라는 측면을 근거로 재정당국 설득 노력도 병행해 나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현재 국회에 공공보건 의료사업 시행 과정에서 예타를 면제할 수 있도록 하는 국가재정법개정안이 발의 돼 있다”며 “국회에서 건설적인 논의를 거쳐 좋은 결과가 최대한 빠른 시일내에 나오길 바란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