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신재우 기자 = 2008년 이후 사실상 중단된 대북 보건의료 지원사업이 방역을 중심으로 급물살을 탈 것으로 보인다.
남북은 15일 판문점 남측 평화의집에서 고위급회담을 열고 "남과 북은 전염성 질병의 유입 및 확산방지를 위한 남북보건의료 분과회담을 10월 하순경 남북공동연락사무소에서 진행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양측은 "우선 전염성 질병 공동대응체계 구축을 위한 논의를 개시하고 중장기적 관점에서 단계적으로 남북 보건의료 협력 방안을 모색해 나감으로써 '한반도 건강공동체'구현에 노력하겠다"고 설명했다.
남북 간 보건의료 교류는 양측의 공동대처가 시급한 방역을 필두로 범위를 점점 넓힐 것으로 예상된다.
전염병 관리는 남북 인적교류 활성화와 철도 및 도로 연결 등 사회기반시설(SOC) 건설 본격화를 위한 전제 조건이다.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은 지난 5월 "향후 남북 간에 인적교류가 활발해지면 남한의 감염병이 북한에 갈 수도 있고 거꾸로 북한의 감염병이 남한에 전파될 수 있다"며 "특히 휴전선 근방에서 발생하고 있는 말라리아는 현재 우리가 직면하고 있는 감염병 중 하나"라고 말한 바 있다.
정부는 과거 북한의 말라리아 대처 능력을 지원하기 위해 말라리아 전문가 연수 프로그램을 기획한 바 있지만, 예산이 실제로 투입되지는 않았다.
북한의 결핵 문제는 말라리아보다 더욱 심각하다.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2015년 북한의 인구 10만명당 결핵 유병률은 561명에 달한다.
하지만 북핵 문제 등으로 국제적인 지원이 하나씩 끊기면서 '북한발 슈퍼결핵 전파' 우려마저 나오는 실정이다.
북한은 결핵과 말라리아뿐만 아니라 방역체계 붕괴와 백신 부족으로 수인성 질환과 신종 전염성 발생에도 사실상 무방비 상태인 것으로 알려졌다.
대북 보건의료 지원은 2007년 노무현 정부 때 이뤄진 '10·4 정상선언'을 계기로 활발하게 추진됐다.
의료 소모품 공장 설립, 감염병 통제, 실태조사 등을 함께 추진하기로 합의하고, 약솜공장 설립 등 4개 사업을 확정한 후 2008년 2월 실태조사를 했으나 실행되지는 않았다.
그러다 2010년 3월 천안함 사건이 발생하고 이명박 정부가 '5·24 조치'로 대북 제재에 나서면서 보건의료 지원은 중단된 상태였다.
남북은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지난달 19일 평양정상회담 합의 사항을 토대로 향후 모자보건, 병원·의료기구·제약공장 현대화 및 건설, 원료지원, 전염병 통제, 한의학 발전 등의 영역에서도 협력을 추진할 것으로 전망된다.
산모와 영유아에게 영양과 보건을 지원하는 모자보건사업과 의료 소모품이나 처치물품, 의약품, 특수치료영양제품 등을 생산할 의료인프라 구축은 우리 정부가 관심을 갖고 있는 분야다.
보건의료협력 사업은 정부가 주도하되 민간에서도 참여할 것으로 보인다.
이날 회담에 남측 수석대표로 나선 조명균 통일부 장관은 "많은 민간단체가 보건의료협력 사업에 관심을 갖고 있고 이미 시작한 곳도 있다"며 "남북보건의료 분과회의는 당국 간 회담으로 시작하고, 민간을 어떻게 참여시킬지도 논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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