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기관의 부당청구에 대한 보건당국의 가중처분은 잘못이라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행정처분 착오는 일선 의료기관 입장에서는 치명타로 작용할 수 있는 만큼 보다 신중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서울고등법원은 최근 "보건복지부의 가중처분이 부당했다"며 B산부인과에 대한 과징금 2943만원 부과 처분 취소 판결을 내렸다.
복지부는 A원장이 운영하는 B산부인과의 요실금수술 청구내역에 관해 현지조사를 실시한 결과 인정기준 조작 사실을 확인하고 과징금 처분을 내렸다. 또한 국민건강보험공단은 이를 토대로 요양급여비용 환수를 결정했다.
이에 대해 A원장은 요실금수술 심사지침의 의학적 근거가 부족하고, 현지조사가 위법인 만큼 복지부의 재량권 일탈‧남용에 해당한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서울고등법원은 '복지부 과징금 처분과 건보공단 급여비용 환수처분이 모두 적법하다'는 1심을 파기하고 복지부의 과징금 처분을 취소한다고 판시했다.
복지부가 국민건강보험법을 근거로 과징금 가중처분을 내린 것은 지나치다는 게 고등법원의 판단이다.
국민건강보험법에는 업무정지 또는 과징금 처분을 받은 자가 위반사실이 확인된 시점으로부터 5년 이내에 처분 받은 사실이 있는 경우 업무정지 또는 과징금의 2배에 해당하는 처분을 할 수 있다고 명시돼 있다.
A병원은 지난 2010년 5월 복지부로부터 내원일수 허위청구 등을 이유로 60일 업무정지 처분에 갈음한 9400여만원의 과징금 부과 처분을 받았다.
하지만 복지부는 과징금 처분 이전인 2009년 1월 6일부터 2009년 7월 18일까지 조사기간 동안 요류역학검사 결과를 조작해 요양급여비용을 청구‧지급받았다는 사실을 문제 삼았다.
법원은 “5년 이내에 위반행위를 한 바 없음에도 위반사실 확인만으로 가중처분을 적용하는 것은 처분청의 자의적이고 불합리한 법 적용”이라고 판시했다.
업무정지 또는 과징금 처분을 받은 이후 위반행위를 한 경우가 아니어도 가중처분을 적용할 수 있다고 해석하면 국민건강보험법상 과징금 부과 및 가중처분의 성격이나 목적과 부합하지 않는다는 판단이다.
법원의 이러한 판결에 대해 개원가는 "행청처분에 착오가 생기면 해당 의료기관은 큰 피해를 입을 수 밖에 없다"며 "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는 방안 마련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대한개원의협의회 김재연 보험이사는 “복지부 행정처분에 착오가 생기면 개원가는 치명적인 타격이 불가피하다"며 "착오가 생길 경우 즉시 시정조치를 내려 개원가의 피해를 최소화 해야 한다”고 전했다.
경기도 산부인과지회 이동욱 회장은 “당국은 행정처분이 처벌보다 계도에 목적이 있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되며 계도 후에도 위법행위가 반복됐을 때 고의성에 근거해서 처분을 내려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복지부 한 관계자는 “이번 판결의 경우 가중처분이 이뤄진 2차 적발의 시점에 문제가 있었다”며 “1차 처분 후 동일한 위반행위가 적발되더라도 그 행위가 처분 이전에 발생한 경우 가중처분은 불가하다는 취지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 같은 사례는 굉장히 드물다”며 “이번 판례의 취지를 반영해서 앞으로는 비슷한 위반행위 발생과 행정처분 시점을 잘 살필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