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메디 박다영 기자] 단순 문진은 진료로 볼 수 없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서울고등법원은 최근 비만 치료를 받은 환자가 부종 치료를 받았다며 요양급여비용을 청구해서 775만원 가량을 지급받은 한 의원에 패소를 선고했다.
비급여 진료를 받은 환자에게 증상에 대해 단순청취하는 것은 진료행위로 볼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복지부는 2014년 5월 경 대구의 A가정의학과의원에 대해 2011년 6월 1일부터 같은 해 10월 31일까지, 2014년 1월 1일부터 같은 해 3월 31일까지 기간을 쟁점으로 두고 현지조사를 실시했다.
그 결과 A의원이 비만 치료나 피부 레이저 시술을 받기 위해 수차례 내원한 경우 동일 수진자에게 '상세불명의 갑상선기능저하증, 상세불명의 부종', '상세불명의 급성, 기관지염, 상세불명의 알레르기 비염' 등을 진찰했다는 이유로 요양급여비용을 청구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A의원은 780회에 걸쳐 총 775만원 가량의 요양급여비용을 지급받았다.
복지부는 요양급여비용 부당 지급을 이유로 A의원에 업무정지 72일 처분을 내렸다.
A의원 측은 "해당 질환의 일반적인 증상을 호소한 환자들에게 필요한 진찰을 했고 이후 청구해 받은 것"이라며 "이와 다르게 본 업무정지 처분은 부당하다"고 주장하며 소송을 제기했다.
예컨대 비만치료를 하는 과정에서 비만 치료의 경우 환자 소화 상태, 부종 여부 등 일반적인 증상에 대해 문진과 진찰을 했기 때문에 보험급여를 요청했다는 것이 A의원 주장이었다.
하지만 법원은 A의원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법원은 진료행위를 기준으로 삼았다.
A의원 진료가 혈액 검사를 비롯해 확진을 위한 진료행위로 나아가지 않고 단순 문진에 그쳤기 때문에 부당 수급에 해당한다고 봤다.
법원은 "위 요양급여비용은 모두 진찰료에 관한 것뿐이고 해당 질환의 진단을 위한 검사나 처치, 처방 등에 관한 것은 없다"고 설명했다.
A의원은 조사대상 기간 동안 6회 진료를 하면서 매번 '상세불명의 급성 기관지염'을 진단하고 해당 진찰에 대해 요양급여비용을 지급받으면서 약제 처방 등 치료행위는 하지 않았다.
법원은 "진찰만 할 뿐 어떠한 처방도 하지 않았다는 점에 비춰 볼 때 진료행위가 진실된 것으로 보기 어렵다"면서 "상세불명의 급성 기관지염, 갑상선기능저하증, 당뇨병 등 단순 문진만으로 확진하기 어려운 질병에 대해 A의원은 증상을 청취했을 뿐 확진을 위한 진료행위로 나아가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 사건 처분은 적법하고 A의원 청구는 받아들일 수 없으므로 기각한다"고 판시했다.
A의원 측은 이 판결에 불복하고 항소심을 제기했다.
A의원 측은 항소심에서 "실제 검사, 처치, 처방까지 한 경우도 있다"며 "요양급여비용을 청구한 것은 적법하다"고 호소했다.
A의원은 "비만 환자들 중 부종 소견이 있는 경우 혈액검사를 실시한 경우가 다수 존재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항소심 재판부 역시 같은 결론을 내렸다. A의원 구두 조언은 진료로 보기 힘들다고 본 것이다.
법원은 "A의원은 환자가 질환에 대해 문의했을 때 구두로 조언하는 정도를 진료라고 생각한다고 진술했지만 이러한 경우까지 요양급여진료로 보고 건보공단이 비용을 부담하게 하는 것은 국민건강보험법의 취지에 맞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A의원이 주장한 혈액검사에 대해서도 "혈액검사를 실시했다고 주장한 부종 소견이 있는 환자들은 모두 항목이 동일한 검사를 받았고 비만 치료 목적의 의약품만을 처방받았다"면서 "이들은 부종 치료가 아니라 비만 치료를 위해 A의원을 찾은 것으로 보이고 비만 치료 목적의 의약품을 처방하는 데 있어 부작용을 예방하기 위해 필요한 검사를 한 것으로 보인다. 의약품 처방 역시 비만 치료 목적의 의료행위로 요양급여 대상에서 제외되는 것이 타당하다"고 판시했다.
이어 "제1심 판결은 이와 결론을 같이 해 정당하므로 A의원 항소를 기각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