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간보험사에 환자정보 등 빅데이터 제공 논란 이후
심평원-건보공단, 유형별 제공 포함 공동기준안 마련 중
2018.02.23 05:45 댓글쓰기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민간보험사의 이익을 위해 환자 의료정보 등 빅데이터를 제공했다는 사실이 공개되면서 논란이 일어났다. 당시 더불어민주당 정춘숙 의원에 따르면, 심평원은 2014~2017년 8월까지 8개 민간보험사 및 2개 민간보험연구기관에게 1건당 30만원의 수수료를 받고 표본 데이터셋 총 52건, 6420만명분의 개인정보를 제공했다. 국정감사 이후 자료 재검토 과정에서 추가로 35건, 4430만명분의 표본 데이터셋을 제공한 것이 확인됐다. 의료단체 및 시민단체는 감사원 공익청구를 제기하고 법정 소송을 예고했던 만큼 사안은 중대했다. 현재 이 사안은 법적인 다툼으로 이어지지는 않고 있지만, 자료제공 등 기준을 공동으로 마련하는 등 개선책이 검토되고 있다. 

심평원-건보공단, 애초 달랐던 빅데이터 제공 근거


논란이 가중되던 시기, 심평원이 사회적 지탄을 받을 수밖에 없던 이유는 유관기관인 건보공단은 민간보험사에 빅데이터 제공을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결국 비교대상이 생기면서 잘못된 행위라는 프레임이 강력하게 씌워졌다. 하지만 양 기관의 빅데이터 제공 기준은 판이하게 달랐다.


우선 심평원은 ‘공공데이터 제공 및 이용 활성화에 관한 법률’ 제3조 제1항, 제2항 및 제4항의 근거인 이용권의 보편적 확대 및 평등의 원칙으로 인해 영리적 이용인 경우에도 빅데이터 제공이 가능한 것으로 판단했다.


이를 토대로 심평원 내부규정인 ‘공공데이터 제공 및 이용업무 운영지침’에는 특수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영리·비영리적 이용 목적을 불문하고 공공데이터 제공을 금지하거나 제한할 수 없다고 명시됐다.


이는 비식별화 환자표본자료 민간보험사에 제공하는 것이 가능하다는 해석이 가능한 이유다.


건보공단은 동일한 ‘공공데이터 제공 및 이용 활성화에 관한 법률’ 제28조 제1항 제2호에 의거해 민간보험사에 자료를 제공하는 것은 제3자의 권리를 현저하게 침해하는 경우로 판단했다.


실제로 국민건강정보자료 제공 운영규정 상에는 공익적 목적의 연구를 위해서만 빅데티어 제공이 가능한 것으로 제한을 뒀다. 민간보험사에 자료 제공을 금지한 근거도 바로 여기에 있다.


양 기관의 운영규정 차이는 빅데이터 활용 및 발전에 근거한 법령에 중심을 둘 것인지, 아니면 개인정보보호에 가치를 더 둘 것인지에 대한 해석 차이로 인해 발생한 것이다.


이와 관련, 심평원 및 건보공단 관계자는 “빅데이터 관련 여러 가치들이 충돌하고 있지만 교통정리가 없었던 법령 상 한계에 의해 문제가 발생했던 것으로 본다. 올해부터는 조율점을 찾아가는 형태로 변화하고 있다”고 밝혔다. 


맞춤형연구DB·표본코호트DB·단면표본자료 등 공동기준 마련


심평원은 민간보험사 자료제공 논란 후 국정감사 후속조치로 복지부 및 건보공단과 협의과정을 거쳐 총 4회 공동기준 협의체 회의를 진행했다. 이를 통해 심평원은 건보공단의 운영기준을 준용하는 형태로 협의를 본 것으로 파악됐다.  
 

심평원과 건보공단의 빅데이터 제공 공동기준은 ‘공익에 반하지 않거나 제3자의 이익을 부당하게 침해하지 않는 범위에서 제공’하는 것으로 결정됐다.


공동기준 범위는 각 기관이 생성하거나 수집·취득해 공유·관리하고 있는 원시(Raw)자료를 가공·정제한 유형별 빅데이터를 제공하는 경우에 적용한다.


가장 큰 변화는 각 기관이 동일하게 맞춤형연구DB, 표본코호트DB, 단면표본자료 등 3유형으로 명칭을 구분해 자료를 제공한다는 것이다.


구체적으로 ‘맞춤형 연구 DB’는 보유하고 있는 정보를 신청자의 이용목적에 따라 추출‧가공해 정보주체를 알아볼 수 없도록 조치하여 구축한 자료를 말한다.


‘표본코호트 DB’는 정보 중 특정 대상 또는 표본을 추출하고 장기간(2년 이상) 추적해 정보주체를 알아볼 수 없도록 조치한 후 주제별로 규격화한 자료를 뜻한다.


‘단면표본자료’는 단기간(1년 이내)의 정보를 표본 추출하고 정보주체를 알아볼 수 없도록 조치한 후 주제별로 규격화한 자료를 의미한다.


이처럼 심평원과 건보공단의 빅데이터는 각 기관이 별도로 구축한 자료를 기반으로 하지만 큰 틀에서 3유형으로 구분돼 제공될 전망이다.


빅데이터 심의위원회 운영도 동일한 형태로 조정된다.


양 기관은 빅데이터 제공 등 결정을 위해 위원장을 포함해 11명 이내의 위원으로 심의위원회를 구성하기로 했다. 


위원은 내부위원 5명, 외부위원(관련 학계, 유관기관, 시민단체 등) 5명으로 하고, 외부위원 중 유관기관은 건보공단이나 심평원 담당부장을 당연직 위원으로 지정하는 방식으로 정해졌다.


심평원-건보공단 통합 심의위원회가 아닌 기관별로 논의체를 구성하는 형태로 협의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 심평원 관계자는 “총 11인으로 구성될 심의위원회를 준비하고 있다. 그러나 아직 회의 소집 간격 등 구체적 사항은 결정되지 않았고 논의를 더 거쳐야 한다. 추후 위원회 운영이 결정되면 자료제공 시 발생했던 애매모호한 부분이 해결될 것으로 관측된다”고 밝혔다. 
 

건보공단 관계자는 “현재 한달에 2회정도 심의위원회를 열고 있으며 단면표본자료를 제외한 매 건에 대한 심의를 하고 있다. 달라지는 점은 위원회 외부위원으로 심평원 담당자가 참여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댓글 0
답변 글쓰기
0 / 2000
메디라이프 + More
e-談