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개과 요양병원 전문의 가산제 폐지 임박 '폭풍전야'
수가개선 협의체서 대안 모색 추이 관심, 政 '제도 실효성 의문'
2017.05.08 06:32 댓글쓰기

“정말 이렇게 푸대접을 해도 되는 건가.”


보건복지부가 최근 의료서비스 질(質) 향상을 위해 요양병원 수가개편을 추진하는 동시에 8개과 요양병원 전문의 등급에 따른 가산 제도 폐지를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진 후 그야말로 폭풍 전야다.


일부 진료과에만 적용되고 있는 현행 요양병원 전문의 가산제도에 대한 개편이 머지 않았음을 예고하고 있다.


최근 들어 정부가 잇따라 진행한 연구용역에서 "8개 전문의 고용과 의료 질 개선 간 관련성이 크지 않다"는 결과가 보고되는 등 제도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되면서 지금이 의사 등급제 폐지를 위한 적기라는 판단이다. 
 

외과계 “낮은 급여·불리한 조건서 근무 등 불합리한 차별”

현재 요양병원에서는 내과, 외과, 정형외과, 신경외과, 신경과, 정신건강의학과, 재활의학과, 가정의학과 등 특정 8개과 전문의가 전체 의사 인원의 50% 이상인 경우 20% 가산된 입원료를 지급 받을 수 있도록 차등등급제를 시행하고 있다.


고시로 8개과 전문의 수가 50% 이상인 경우와 50% 미만인 경우로 구분, 각 요양병원 입원료 소정점수의 20%, 10% 가산을 구별 적용하는 제도를 시행해 온 것이다.
 

하지만 비뇨기과·산부인과·흉부외과 의사들을 중심으로 그 동안 “8개과 이외 전문의는 요양병원에 취업할 기회를 박탈당하거나 제한 받고 있다”는 지적이 끊임없이 제기돼 왔다. 


실제 흉부외과의사회 한 관계자는 “그 동안은 물론, 지금도 일선 진료 현장의 분위기를 들어 보면 채용되더라도 상대적으로 낮은 급여와 불리한 조건에서 근무해야 하는 등 불합리한 차별을 받고 있다”고 씁쓸함을 토로했다.
 

흉부외과학회 관계자도 “사실 포함되지 못하는 해당 진료과 전문의들은 요양병원 채용기회 박탈 등을 직접 경험했다”며 “게다가 요양병원에 채용됐다 하더라도 박탈감이 이만 저만이 아니라는 얘기를 들었다. 이 것이 현 주소”라고 비판했다

이어 “8개과 전문의 가산제라는 현대판 골품제도 철폐가 공론화된 만큼 부당한 차별제도는 반드시 시정돼야 한다”며 “그 동안 너무나도 자존감을 훼손당했다”고 지적했다.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수 년 간 산부인과, 비뇨기과, 흉부외과 전문의들은 다양한 노인질환에 전문 지식을 갖춘 전문가인 3개과 전문의들도 가산 진료에 포함시킬 것을 주장해왔다.

정부 "8개과 전문의 수가 가산, 질(質) 향상으로 안 이어져"

지난 2015년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발표한 ‘요양병원 수가 개선방안’ 연구보고서를 비롯해 최근 8개과 전문의 수가 가산이 실질적인 요양병원 의료 질 향상에 도움을 주지 못한다는 논리가 설득력을 얻기 시작한 것은 최근 에서다.

워낙 첨예한 사안이고 의료계 내에서도 진료과별, 종별로 입장 차가 엇갈리기 때문에 본격적인 논의는 이뤄지지 않았다. 

그러나 최근 들어 요양병원의 8개과 전문의 가산 폐지 논의가 급물살을 탔다. 외과계 전문의들의 관심이 집중될 수밖에 없었던 대목이다. 

대한비뇨기과의사회 한 관계자는 “생명의 근간을 다루는 외과계 의료전달체계가 올바르게 확립될 수 있어야 하지만 역부족”이라고 분통을 터뜨렸다.
 
요양병원의 실질적 입원료 인하로 이어지는 단편적인 정책이 돼선 안 된다는 총론에는 동의했다. 하지만 각론으로 들어가면 사정과 입장이 달라진다.

흉부외과학회 관계자는 "검토 중인 요양병원 전문의 가산 제도 폐지가 어찌 보면 바람직할 수도 있지만 흉부외과가 진입해야 하는 당위성은 지금도 충분하다"며 진료과 진입에 대한 필요성을 피력했다.

산부인과의사회 관계자는 “산부인과도 내과, 외과, 소아과와 더불어 엄연히 사람의 생명을 다루는 메이저 과목이고 여성암, 여성내분비, 청소년, 노년기 여성 질환에 대한 내용과 응급상황의 힘든 수련과정을 거쳐 어느 과 못지않은 양질의 전문의”라고 주장했다.

이처럼 각론에서는 입장 차를 보이고 있다. 산부인과학회와 의사회 등은 요양병원 질 향상을 위해 도입된 ‘8개과 전문의’ 의사 등급제 폐지 자체를 지속적으로 촉구하고 있다.

전공의 수급 등 좌절···요양병원 수가개선 협의체서 접점 찾을까

외과, 흉부외과, 비뇨기과, 산부인과 등의 상대적 박탈감은 커지고 있고 이들 진료과의 전공의 수급은 매년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요양병원의 실질적 입원료 인하로 이어지는 정책이 돼선 안 된다고 입을 모으는 것도 그나마 활로를 찾고자 하는 바람에서다.

실제 암, 심장수술 등 중증질환은 물론이고 비뇨기과 수술마저도 규모의 경제를 실현하고 있는 소위 ‘빅5’ 병원에 몰리고 있다.


간단한 시술조차도 개원가에서 이뤄지지 못하는 게 현 주소다. 전문의를 따고도 개원가에서 설 자리가 마땅치 않다보니 당연히 젊은의사들이 외면하고 있다.

 

그러다보니 이번 제도 개편 만큼은 요양병원의 서비스 질 향상을 위해 노인질환에 대한 전문적인 지식을 가진 전문의 대상을 넓히는 등의 정책 방향이 필요하다는 얘기도 흘러 나온다.

특히 “병상 수 대비 전임의 비율에 따른 수가차등제를 도입하는 등 실질적 서비스 질 향상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합리적인 대안이 마련돼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복지부와 건보공단, 요양병원협의회 등은 ‘요양병원 수가개선 협의체’를 구성해 논의를 진행 중이다.
 

내과, 외과, 신경과, 정신과, 재활의학과, 가정의학과, 신경외과, 정형외과 등 8개과 전문의를 1등급으로 하는 등급제 폐지가 논의될 예정이다. 

대안으로는 전문의 가산제가 검토되고 있지만 진료과별로 첨예한 입장차를 보이고 있는 만큼 신중을 기하고 있는 모습이다.
 
그 가운데 비뇨기과, 흉부외과, 외과 개원의사들이 외과계 활로 모색에 힘을 모으기로 했다.


대한비뇨기과의사회, 대한흉부외과의사회, 대한외과의사회는 최근 '외과계 일차의료기관 연합회'를 출범하고 적극적인 공조체계 강화에 나섰다.

이들은 "개선 기미가 보이지 않은 위기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 '수술전문의원' 등 연합전선을 구축하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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