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대 증원 추진으로 의료대란이 장기화되면서 민심이 악화되자 정부가 뒤늦게 의료계에 화해의 제스처를 취하고 있는 가운데 대한의사협회 회장 결선투표가 시작됐다.
강경파로 분류되는 임현택 후보와 주수호 후보 간 양자대결이 펼쳐지는 것. 승부처는 정부와 의료계 간 관계와 득표 수가 많았던 박명하, 박인숙 후보의 표를 누가 흡수하느냐에 달렸다.
의협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의협 회장 결선 투표는 3월 25일 8시부터 26일 18시까지 실시된다. 당선인은 26일 오후 7시 개표 후 최종 확정된다.
1차 투표 결과에 따라 최다득표자인 임현택 후보에 기호 1번, 차점자인 주수호 후보에 기호 2번이 각각 부여됐다. 결선투표 역시 100% 전자투표 방식으로 진행된다.
대한소아청소년과의사회 회장인 임현택 후보는 미래를생각하는의사모임 대표로 활동하고 있다. 의대 증원 저지를 위해 마련된 의협 비상대책위원회 위원으로도 참여하고 있다.
임 후보는 ▲의료수가 현실화 등 망가진 의료시스템 회복 ▲거대 담론을 통한 올바른 의료제도 구축 ▲면허취소법 개정 등 의사의 당연권리 회복을 주요 공약으로 내세웠다.
제35대 의협 회장을 지낸 주수호 후보는 현재 미래의료포럼 대표를 맡고 있다. 현재 의협 비대위에서 언론홍보위원장으로도 활동 중이다.
주 후보는 ▲강한 리더십으로 정부와 외부 세력에 주도적인 의협 ▲다양한 분야와 소통하고 회원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는 의협 ▲호감가는 의협 등을 기치로 삼고 있다.
두 후보 가운데 어느 후보가 최종 당선될지는 여러 변수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이중 하나는 정부와 의료계 간 갈등 양상이다.
교착상태가 강화돼 갈등이 극심해지게 된다면 임현택 후보가 유리할 수 있고, 협상 국면으로 전환될 가능성이 보인다면 주수호 후보에게 힘이 실리게 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의사회 관계자는 "임현택 후보와 주수호 후보가 결선행 티켓을 따낸 것은 의대 증원 문제에 의사사회가 심각하게 우려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단면"이라며 "누가 되더라도 대정부 투쟁이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어 "다만, 둘 중 누가 유리한지는 어떤 관점에서 보느냐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며 "가령 정부와 의료계 간 갈등이 더 심화될 것으로 보이면 임현택 후보에, 반면 협상 가능성이 예상된다면 주수호 후보에 약간 더 유리하지 않을까 조심스레 예측해본다"고 덧붙였다.
또한 예상보다 많은 득표 수를 보인 박명하 후보와 박인숙 후보의 지지자들을 얼마큼 흡수할 수 있는지도 관건이다. 후보의 확장성이 중요하다는 의미다.
1차 투표 결과를 보면 박명하 후보는 5669표, 박인숙 후보는 5234표로 총 1만903표를 얻었다. 1위와 2위 간 득표 차가 2185표라는 점에서 1만여표를 누가 확보하느냐가 당락을 좌우한다는 것이다.
또 다른 의사회 관계자는 "박명하 후보의 지지자 중에는 중도 성향을 가진 개원의들이 많을 것"이라며 "박인숙 후보를 지지하는 분들의 경우 중도 성향의 대학 교수"라고 설명했다.
그는 "어느 선거가 그렇듯 중도층의 표심잡기가 중요하다"며 "색깔이 명확하고 강력한 지지층을 보유한 임현택 회장에 비해 주수호 후보가 확장성 측면에서는 약간 유리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고 부연했다.
후보 캠프 관계자는 "사실 두 후보 모두 의사 사회에서 호불호가 강한 타입"이라며 "그럼에도 의사들이 선택했다면 대정부 투쟁에 있어 리더십이 있고, 인물 경쟁력이나 대외 인지도가 높은 쪽으로 표심이 움직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낙선한 후보 캠프 관계자는 "과거 선거를 보면 결선 투표에서 표 차이가 크지 않았다"며 "후보자의 색깔이 명확한 경우에도 표차가 적었는데, 둘 다 강경파인 상황에선 당선자와 낙선자 간 표차가 더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고 예상했다.
그러면서 "이번 의협 회장 당선자는 사실 시작부터 가시밭길을 걷게 된다"며 "임기 내도록 욕을 먹을 수 있고, 정부와 투쟁을 하면서 의협 비대위원장과 비대위원처럼 경찰서와 법원을 더 자주 가게 될 수도 있다. 암흑기에 수장을 맡기에 두 후보 중 누가 되더라도 쉽지 않은 기간을 보낼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