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병원협회(회장 박상근)와 대한의사협회(회장 추무진)가 전공의특별법을 두고, 첨예한 시각 차이를 드러내고 있다. 의료계 대표 단체가 상반된 시각을 보임에 따라 해당 법안의 올해 국회 통과 여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최근 병협은 전공의특별법을 발의한 새정치민주연합 김용익 의원에게 재검토를 요청했다. 박상근 회장, 오병희 부회장, 이혜란 부회장 등이 직접 김용익 의원을 방문했다.
병협은 김용익 의원에게 특별법이 규정하고 있는 수련환경 관련 내용을 필요하다면 의료법 권고사안으로 반영해 줄 것을 건의했다.
병협은 수련시간 등 전공의 수련환경 개선 8개 항목이 복지부, 의협, 의학회, 전공의협의회, 병협 등 관계기관이 합의해 이미 시행 중이라는 의견을 내세웠다. 현재 기준에 대한 평가 강화를 통해 충분히 해결 가능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또한 전공의 수련병원에 대한 재정지원 근거가 없는 만큼 예산확보 등 정부 재정지원이 확실히 정해진 후 시행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상근 회장은 “전공의의 수련환경 개선 및 지위 향상의 필요성에는 공감하지만 법안 제정 이전에 전문의 양성을 위한 수련시간 검토가 필요하다”며 “수련비용 국가지원, 대체인력 방안에 선결 합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병협의 건의를 청취한 김용익 의원은 특별법 제정은 원안대로 추진돼야 한다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앞서 병협은 성명서도 발표했다. 병협은 “수련환경 개선에 대해 공감하지만 전공의특별법 제정으로 무리하게 강행한다면 오히려 수련환경 개선을 저해하고 의료공백으로 인한 국민 피해가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이어 “전공의 업무 대체 인력으로 3600여명이 필요하고, 약 3500억원 추가 비용이 발생하지만 구체적인 대책이 나오지 않고 있다”며 “지역 병원 및 중소병원의 인력난은 더욱 가중돼 환자안전에 심각한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병협은 “근로자이기 이전에 피교육생인 전공의를 근로자 지위로만 판단한다면 제자가 스승을 고발해 범법자로 만들게 되는 악법의 소지가 있다”며 “이와 같은 부작용을 막기 위해 의료계 자율로 추진될 수 있도록 국회와 정부가 적극 지원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설문조사 등 ‘전공의특별법 통과’ 지원사격 나선 의협
의협의 판단은 병협과 다르다. 수련환경 개선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가 확산되고, 정치권 인식이 무르익은 현 시점에서 전공의특별법이 반드시 통과돼야 한다는 것이다.
의협에 따르면 현재 우리나라 전공의 수련환경 및 근로여건은 매우 열악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주당 100시간 이상의 과도한 근무량 ▲응급실 등 야간 취약시간대에 집중된 혹독한 근무여건 ▲언어 및 신체적 폭행 ▲출산과 육아에 따른 불이익 등이 대표적인 사례다.
의료정책연구소가 시행한 ‘2015 전공의 수련 및 근무환경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주 80시간을 초과해 근무하는 전공의가 52.9%(88시간 초과 44.7%)였다. 주 100시간 초과도 27.1%나 됐다.
25개 수련과 중 14개가 평균 100시간을 근무하고 있으며, 외과 계열이거나 연차가 낮을수록 주당 근무시간이 많은 것으로 조사됐다.
최대 연속 수련시간은 36시간을 초과하는 경우가 76.9%(40시간 초과 65.5%)로 주당 근무시간 상위 5개과는 평균 168시간을 연속 근무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장시간 근무하는 이유로 병원·의국의 암묵적 압박(36.2%), 직접적 지시(25.2%) 등이 꼽혔다.
인권 침해 문제도 심각해 성희롱 경험(33%), 성추행 경험(13.7%), 언어폭력 경험(86.3%), 신체폭력 경험(30.5%) 등 각종 폭력 및 폭언에 시달리고 있다.
이와 같은 열악한 근무여건과 수련환경으로 인해 전공의들이 정상적인 진료활동과 체계적인 수련을 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 의협 측 주장이다.
의협 강청희 상근부회장은 “전공의가 병원 진료의 상당부분을 책임지고 있고 특히 응급실 등 야간 취약시간대의 전공의 의존도가 매우 높은 상황”이라며 “전공의에 대한 인권침해를 막고 수련 및 근무환경을 개선하는 것은 환자안전을 보장하는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피력했다.
그는 “전공의는 우리나라 의료 체계를 유지해 온 희생양”이라며 “우수 의료인력 양성을 위한 정원정책, 수련환경, 학습권 등의 전공의 처우 및 수련환경 개선에 대해 국가 책무 이행을 더 이상 미뤄선 안 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