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경하는 선배님. 대한민국 의료가 큰 아픔을 겪고 있고 병원이 전공의들의 희생만으로 굴러갈 수 있는 시기는 지났습니다."
"전공의들에 의존해 대형병원이 굴러가는 지금의 왜곡된 의료가 회복되고, 지친 의사들로부터 환자의 생명이 보호되는 그 길로 후배들을 이끌어 주십시오."
'전공의특별법'이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법안소위원회 문턱을 넘을 지 주목되고 있는 가운데, 대한전공의협의회가 다시금 호소하고 나섰다.
지난 1일 법안소위에는 전공의특별법 안건이 상정되지 않았다. 2일 열리는 법안소위에서 해당 안건이 올려진다고 할지라도 논의가 이뤄질지 미지수인 상황인데다, 반대 의견에 부딪치면서 법안 통과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이에 대한전공의협의회(이하 대전협)은 호소문을 통해 "이 나라 현재와 미래 의료를 책임지고 있는 전공의들 희망이 무너져 내렸다"면서 이 같이 밝혔다.
대전협은 "의료계 선배님들 덕분에 우리나라 의료는 단기간에 발전할 수 있었다"면서도 "의료가 질적, 양적 성장을 이뤄냈으니 이제는 숨가쁜 걸음을 잠시 멈추고 의료를 키워내는 의료인의 삶에도 관심을 가져줄 때"라고 말했다.
이어 "세계 여러 나라의 근로기준법이 주 40시간 전후로 수렴하는 것은 그 정도에서 일과 개인의 삶, 건강이 균형을 이룰 수 있다는 사회적 합의 때문일 것"이라면서 "반면 우리 전공의들은 주 100시간 넘는 수련을 계속해왔고, 주 80시간 근무를 포함한 인간으로서의 기본권을 보장하고자 그 동안 미루고 미뤄왔던 ‘전공의 특별법’이 발의됐다"고 피력했다.
전공의특별법에 반대해온 병원 입장에 대한 재반박도 이어졌다.
대전협은 " 전공의 근무시간을 줄이면 당장은 병원의 비용 부담이 늘어나며 대체인력을 구하기도 쉽지 않다는 병원계의 현실적인 어려움에 대해서는 저희도 어느 정도 알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그러나 그것이 힘없는 전공의들이 모든 희생을 감내하는 것의 이유가 될 수 있는지, 또 졸리운 주치의에게 아픈 몸을 맡겨야 하는 환자들의 불안함에 대한 설명이 될 수 있느냐"고 되물었다.
그러면서 "특히 요즘처럼 대형, 기업화된 병원에서 병원은 갑이고 우리 전공의들은 을(乙)"이라면서 "저희는 힘없고 돈 없는 ‘절대 을’ 전공의"라고 호소했다.
대전협은 "저희들에게 병원 측의 노력 없는 희생을 강요한다면 그것은 ‘갑질’ 이며 그 피해는 젊은 의사들, 그들이 봐야 할 환자들, 그리고 결국에는 그들이 일하고 있는 병원에 돌아갈 것"이라고 말했다.
또 "병원 측은 지방 중소병원의 인력 공백을 우려하지만, 실상은 우리나라에서 수익이 가장 높다는 대형병원부터 앞장서서 구성원의 동의 없는 불법적인 임금인하를 계획해 실행하고 있고, 힘없는 전공의들은 하루 아침에 통상임금이 30%이상 깎여도 제대로 말 한마디 못하고 어떤 일이 일어난 지도 모른 채 지내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자정능력에 의해 의료계 내부적으로 해결할 문제라고도 하지만 ‘갑’ 과 ‘을’ 이 존재하는 현실에서 자정능력 한계는 역사가 증명하고 있으며, 우리 전공의들은 약자로 그저 법에 의해 보호받고 싶을 뿐이지 사제지간의 신고를 원하는 마음은 추호도 없다"고 말했다.
대전협은 "전공의들이 우리나라 의료를 짊어지고 묵묵히 일해 왔던 지난 날들을 떠올려 달라"고 거듭 호소했다.
이어 "과거의 잘못된 방식을 그대로 답습해 ‘전공의는 원래 그런 것이다’라는 말로 일방적 희생을 요구하는 것은 권위의 폭력이며, 안전하고 친절한 진료를 받을 권리가 있는 모든 환자들에 대한 위협"이라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