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연합뉴스) 조정호 기자 = 대학병원에 50억원을 기부한 환자 보호자가 '갑질'을 한다며 간호사들이 고충을 호소하고 있다.
반면 해당 환자 보호자는 그런 적이 없다고 반박하면서 환자 입원 치료가 불가능하다면 50억원을 돌려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12일 해운대백병원과 환자 보호자 등에 따르면 사연은 2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뇌경색으로 거동을 못 하는 A씨는 2016년 10월부터 해운대백병원에 입원과 퇴원을 반복한다. 2017년 5월 A씨의 부인 B씨는 안정적인 입원 치료방법을 찾다가 백병원 재단에 50억원을 기부했다.
병원 측은 기부자에 대한 예우 차원에서 일반병실에 있던 A씨를 15층 VIP 병동으로 옮겼다. VIP 병동은 간호사 1명당 환자 2명을 담당하는 곳이다.
이때부터 간호사와 환자 보호자 B씨 간에 불편한 관계가 시작된다.
간호사들은 "B씨가 사사건건 문제를 삼으면서 간섭하고 반말은 기본이고 욕설과 막말까지 하면서 모욕감을 준다"며 "거액 기부자라는 지위를 이용해 개인 심부름을 시키고 간호를 잘 못 한다고 망신을 주는 등 속칭 갑질을 하고 있다"고 병원에 고충을 호소했다.
한 간호사는 "(보호자가) 전복·해삼을 시켜달라, 계좌이체 보내달라, 의료기 상사 가서 사달라 등을 요구했다"며 "정신적으로 너무 힘들고 이제 그만 눈물 흘리고 더는 상처받기 싫다"고 말했다.
지난 8월에는 전국보건의료산업노조 부산백병원지부가 "50억원 기부자의 폭언과 갑질로 인해 해운대백병원 직원들이 고통을 받고 있다.
간호사 20여 명이 병원 내 고충처리를 접수했고 스트레스를 받아 정신과 진료를 받은 직원도 있다"는 내용의 대자보를 병원 내에 게시하기도 했다.
반면 B씨는 "병실에 늦게 온 간호사에게 말을 걸었는데 간호사가 삿대질하면서 달려들어 언성이 높아진 것은 맞지만, 폭언한 적은 없다"며 "환자를 맡긴 보호자 입장에서 간호사들에게 언성을 높인 것에 사과하면서 떡까지 돌려 나눠 먹었다"고 반박했다.
B씨는 "오히려 한 간호사가 실수로 수액을 넘어뜨려 내가 미끄러지면서 허리를 다쳐 지금도 고생하고 있고 일부 간호사는 환자 관리에 소홀해 환자 생명을 위태롭게 했던 일도 있었다"고 말했다.
문제가 불거지자 병원 측은 A씨의 퇴원을 결정했으나 B씨는 퇴원을 거부하고 간호사들과 대면하지 않겠다며 병원을 떠났다.
병원 측은 퇴원 조치된 A씨를 응급실로 옮긴 뒤 간병인 없어 최대 2주간 환자를 치료하는 11층 통합간호병동으로 다시 입원시켰다.
통합간호병동 간호사들은 "면회시간 B씨가 환자의 상태를 보고 사사건건 간섭을 하고 큰소리를 치는 바람에 정신적인 고통을 겪고 있다"고 주장했다.
B씨는 통합간호병동에서는 면회 시간에 가 환자를 보고 나서 간호사에게 인사만 하고 나온다며 억울하다고 밝혔다.
병원 측은 간호사와 B씨가 얼굴을 마주칠 일이 없도록 간병인만 있는 다른 병동으로 A씨를 옮기려고 하지만 해당 병동 간호사들이 반발하고 있다.
문영수 해운대백병원장은 "A씨가 입원한 이후 병원 내 모든 구성원이 힘들어하고 있어 재단에 기부금 50억원을 돌려주는 방안을 검토해달라고 요청했다"고 말했다.
B씨는 "남편이 아플 때 좋은 곳에서 치료를 받게 해주고 옆에서 꼭 지켜달라고 당부했다"며 "병원에서 퇴원을 종용해 너무 가슴이 아프고 입원 치료가 불가능하다면 지금이라도 기부금을 돌려받아 다른 병원으로 가고 싶다"고 말했다.
백병원 노조 관계자는 "직원들이 1년 넘게 받은 정신적인 고통에 대해 보호자는 진정성 있는 사과부터 해야 하며 보호자의 지속적인 갑질시 민·형사상 고발도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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