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 수련병원이 임금 체불과 관련 진정에 참여한 의사들에게 선후배, 은사 등 다양한 경로를 통해 진정을 취하할 것을 종용하거나 협박하고 있다. 사실을 은폐하고 회피하려고만 하고 있어 더욱 안타깝다."
최근 전국 18개 수련병원에서 수련을 받은 총56명의 전직 전공의와 전국의사총연합이 주축이 돼 노동부에 진정을 낸 것과 관련, 후폭풍이 일고 있어 주목된다.
전국의사총연합(이하 전의총)은 7일 "근본적인 의료제도를 개선하려 참여한 뜻있는 의사들을 돈 몇 푼 더 받으려는 배신자로 폄하해 정신적으로 피해를 주고 있다"며 노동부 진정 이후 벌어지고 있는 상황에 대해 문제를 제기했다.
전의총은 최근 전공의 및 전임의의 근본적인 근무환경 개선과 정당한 급여지급 여건의 조성을 위해 수련을 마친 전공의들의 동의를 얻어 부당함에 대해 노동부에 진정을 낸 바 있다.
전의총은 "그러나 일부 수련병원의 대응은 여전히 구시대적 의사문화인 '까라면 까라'란 식의 사고에서 벗어나지 못한 처사"라면서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하고자 하는 의지는 전혀 찾아 볼 수가 없다"고 꼬집었다.
향후 피진정 병원들의 지속적인 사실 은폐 시도와 전직 전공의들에 대한 협박이 계속된다면 올바른 의료제도 개선을 위해 불가피하게 해당 수련병원을 공개할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전의총은 "이에 대한 책임은 해당병원에 있다"면서 "만약 이러한 경고에도 불구하고 진정성 있는 사태 해결의 의지를 보이지 않을 경우 2차, 3차의 진정을 계속 해 나갈 수밖에 없으며 필요할 경우 소송도 불사할 것임을 재차 밝히겠다"고 잘라 말했다.
대부분의 수련병원에서는 전공의와 전임의들이 '수련'이라는 이유로 착취를 당하고 있다는 판단에서 이번 노동부 진정을 계기로 관행을 뿌리뽑겠다는 계획이다.
병원의 우월적 지위에 불가피하게 약자일 수밖에 없는 전공의, 전임의들은 근로자로서 정당하게 요구할 수 있는 근로기준법의 준수를 요구하지도 못한 채 일방적인 희생만을 강요당하고 있다는 점에서 더욱 그러하다.
전의총은 "이미 수차례 전공의는 근로자라고 대법원 판례에서 결정됐으나 아직도 대다수 병원에서 전공의와 전임의는 주120시간 이상의 살인적인 근무강도와 열악한 환경에서 심적, 육체적 고충을 호소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심각한 것은 연장근무 또는 야간근무 등을 강요하면서도 이에 합당한 급여를 지불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그러면서 전의총은 "근로기준법상 주 40시간 이상의 업무는 근로자 건강을 위해할 수 있으며 집중력을 저해하여 산업재해가 발생할 위험이 있으므로 법적으로 초과하지 못하도록 규정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현행 제도에 따르면 만약 1주 12시간 한도로 근로시간을 연장하더라도 근로자와 서면 합의한 경우에만 그 연장이 가능하도록 하고 있다.
전의총은 "생명을 다루는 의업은 고도의 집중력이 필요하며 만에 하나라도 발생하는 실수는 곧 환자의 건강과 생명에 심각한 피해로 이어질 수 있다"며 "하지만 대부분의 수련병원들은 이런 규정들을 명백히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아직 뚜렷한 근무환경 개선의 의지를 보여주지 않고 있다"고 거듭 비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