둘째 출산 女전공의 '3개월 추가수련' 어떻게
8일 저출산 개선방안 토론회서 제기, '실효성 의문 對 평등원칙 위배'
2012.09.09 20:00 댓글쓰기

▲(왼쪽부터) 의협 백경우 의무이사, 병협 수련교육위원회 김재중 부위원장, 대전협 경문배 회장, 대구가톨릭의대 박정한 석좌교수
근무환경이 불규칙하고 출산 후 육아 및 보육 정책이 큰 효과를 나타내지 못하고 있는 여성 전공의들의 저출산 양상에 대한 개선방안 일환으로 둘째 아이를 출산한 여전공의에 대한 3개월 추가수련 규정을 삭제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돼 논쟁이 일어났다.

 

8일 한국여자의사회는 연세대학교 의과대학 김소윤 교수를 비롯해, 대한의사협회 백경우 의무이사, 대한병원협회 수련교육위원회 김재중 부위원장, 대한전공의협의회 경문배 회장 등을 초청, '출산에 따른 여전공의 수련환경 실태와 저출산 개선방안' 토론회를 개최했다.

 

이날 발표를 맡은 김소윤 교수와 연세대학교 보건대학원 김상현 연구교수는 양육시설 부족, 주위 동료들에게 가는 업무 부담, 회식, 불충분한 출산 휴가 등을 이유로 여전공의들이 임신 및 출산 등에 부담을 느낄 수밖에 없는 구조임을 지적했다.

 

특히 김 교수 등은 "현재 전공의 과정 중 2회 출산의 경우, 3개월의 추가 수련을 받아야 하는지에 대한 여부가 이슈화되고 있다"며 "교육시간을 채우는 것도 중요하지만 과연 교육적 목적에 부합하고 실효성이 있는지도 짚고 넘어가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전공의 수련 표준안'에서 둘째 아이를 출산한 경우 받아야 하는 3개월의 추가수련 규정을 폐지해야 한다는 주장을 제기했다.

 

김 교수 등은 "이 규정이 피교육자로서 필수적인 교육시수를 채우는 목적이 강해 실제 의료현장에서 추가수련이 잘 이뤄지고 있는지는 미지수"라며 "심층 면접한 남녀 전공의들도 이 제도의 실효성에 의문을 갖고 있었다"고 전했다.

 

그는 "향후에는 2회 출산한 경우 3개월 추가수련을 받아야 하는 조항을 폐지해야 한다"며 "실질적으로 관련 전공과목에 대한 교육프로그램 실시를 통해 교육적인 성과를 올리는 것이 더욱 현실적일 것"이라고 주장했다.

 

형평성 위배 vs 현실 반영 '찬반 논쟁'

 

이 같은 주장을 두고 토론자들은 남녀 전공의 간 형평성 문제 등이 야기될 수 있다며 반대하는 의견과 현실적으로 공감한다는 찬성 의견이 엇갈렸다.

 

먼저 의협 백경우 의무이사는 "3개월 추가수련 규정을 삭제하게 된다면 근로자로서 형평성 문제가 있다"며 "둘째를 가진 경우에는 3개월 휴가 후 추가수련이나 1년간 육아휴직 가운데 당사자가 선택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을 제안한다"고 말했다.

 

병협 김재중 수련교육 부위원장도 "임신했으므로 수련에 소홀해도 되고 수련기간을 단축해도 된다는 것은 국민건강 수호라는 큰 틀에서 볼 때 위험한 생각"이라며 "능력 있고 검증된 전문의가 되기 위해선 학회에서 정해진 수련 프로그램에 따라 수련받아야 한다"고 전했다.

 

김 부위원장은 "임신 시 주어지는 3개월의 휴가 외에 3개월 추가수련 규정을 삭제하는 것은 납득할 수 없다. 전공의를 피교육자로 보지 않는 생각"이라며 "남성 전공의도 6개월 간 수련 안 해도 전문의 딸 자격을 줘야하지 않겠나. 평등 원칙에 위배된다"고 꼬집었다.

 

반면 이 같은 주장에 찬성하는 목소리도 다수 나왔다.

 

대전협 경문배 회장은 "추가수련을 받아야하는 기간인 '3개월'이 과연 수련으로서 어떤 역할을 하느냐"고 질문을 던진 뒤 "사실 수련 과정이 단순하게 반복되는 일들이 많다. 단순한 근무에 대한 3개월의 추가 근무를 하라는 취지라면 고심해봐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경 회장은 "단순한 업무의 반복이 아닌, 세분화되고 다각화돼 수련 프로그램으로의 개선이 필요할 것"이라며 "4년이라는 주어진 시간 속에 충분한 수련을 받을 수 있는 프로그램으로 개편된다면 이 같은 논쟁은 해결될 수 있다고 본다"고 강조했다.

 

대구 가톨릭대학교 의과대학 박정한 석좌교수도 "사실 전공의 후반부엔 전문의 시험을 준비한다고 수련 프로그램에서 빠지고 시험공부에 매진하는 경우가 많다"며 "이로 인해 수개월동안 수련에서 빠지나 출산으로 빠지나 매한가지다. 추가수련 규정 삭제에 동의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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