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한의사, 의사↔약사, 간호사↔간호조무사, 약사↔한의사 등 갈수록 심화되는 보건의료 각 직역의 첨예한 갈등 해소를 위해 정부가 나섰지만 출발선부터 형평성 문제에 봉착했다.
보건복지부는 지난 달 보건의료 직역간 갈등과 불신을 해소하고 상생과 신뢰로 나아가기 위해 보건의료직능발전위원회를 발족시켰다.
이 위원회는 직역간 갈등을 중재하고 국민건강증진 관점에서 종합적으로 발전방안을 논의, 타협점을 찾아내는데 목적을 두고 있다.
객관적 중재를 위해 위원장에 행정법원장 등을 역임한 송진현 변호사를 선임했고, 7인의 공익위원과 보건의료 직능단체 추천위원 7인을 포함, 총 15명으로 위원회를 꾸렸다.
특히 공익위원은 보건의료전문가, 법조계, 언론계, 소비자단체 대표 등으로 구성하고, 종합적 시각에서 갈등과제를 검토할 수 있도록 했다.
급변하는 의료환경 속에서 갈수록 심화되고 있는 각 직역의 영역 갈등을 정부가 중재하겠다고 나선 것 자체로 큰 관심을 불러 모았다.
때문에 ‘IMS’를 둘러싼 의사와 한의사의 갈등, ‘성분명 처방’에 대한 의사와 약사, ‘업무범위’에 관한 간호사와 간호조무사의 대립 등 해묵은 갈등을 해소할 수 있을지에 이목이 집중됐다.
하지만 출발부터 위원회 구성을 둘러싸고 논란의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직역 간 갈등을 해소하기 위한 기구이기는 하나 이들 직역 모두가 활동하고 있는 병원이 위원회 구성에 제외돼 있는 것은 부당하다는 지적이다.
더욱이 이 위원회에서 논의될 주요 의제 중에는 원내조제 허용, 처방전 2매 발행, 간호조무사 정원 등 병원들과 직접적으로 연관 있는 내용이 다수 포함돼 있어 병원계의 우려가 큰 상황이다.
만약 병원이 배제된 상태에서 각 직역 간 협의점을 찾게되면 일선 병원들은 따를 수 밖에 없기 때문에 위원회에 직접 참여, 목소리를 낼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A병원 원장은 “병원은 갈등 관계를 갖고 있는 모든 직역이 근무하는 곳”이라며 “중간자적 입장에서 이들의 대립을 조율할 수 있는 병원이 위원회에 배제된 것은 납득이 어렵다”고 토로했다.
B병원 이사장 역시 “직역간 갈등 해소를 취지로 발족한 위원회가 오히려 갈등을 조장하는 상황”이라며 “위원회의 취지를 십분 살리기 위해서라도 구성위원에 병원계 인사를 포함시켜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병원계의 이러한 반발은 보건의료직능발전위원회 운영 규정과 복지부 운영 계획이 각각 다른 점도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실제 복지부가 마련한 위원회 운영 규정에는 위원 추천단체로 의료법 제52조에 명시된 병원협회가 포함돼 있지만 운영 계획 상에는 병협을 제외시켰다.
이에 대해 복지부는 필요할 경우 병원을 포함시킬 수는 있지만 각 직역의 갈등을 논의하는 자리에 직능이 참여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는 입장이다.
복지부 관계자는 “병원은 직역이 아닌 직능으로 봐야 한다”며 “직역의 문제에 직능을 참여시키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판단”이라고 말했다.
이어 “각 사안 마다 공익위원 8명과 해당 직역단체 추천위원을 배석시킬 예정인데, 병원의 경우 모든 사안에 참여해야 하느냐”며 부정적 입장을 내비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