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수밸브 삽입으로 만성폐쇄성폐질환(COPD)을 앓고 있는 환자의 호흡기능과 운동능력을 크게 개선시킬 수 있는 획기적인 장이 열렸다.
만성폐쇄성폐질환(COPD)은 자신도 모르게 폐가 망가져 탄성을 잃고 공기가 들어간 후 나가지를 못해 폐가 과팽창 돼 호흡곤란을 겪는 병이다. 일상생활이 어려울 정도로 숨이 차고 심하면 사망에 이른다.
2010년 국민건강영양조사에 의하면 만 40세 이상 성인의 유병률이 남성은 19.6%, 여성은 7.0% 정도이지만 현재까지는 약물치료 등의 보존적 치료 외에는 해결방법이 없었다.
서울아산병원 호흡기내과 이상도·이세원 교수팀은 만성폐쇄성폐질환으로 극심한 호흡곤란을 겪고 있는 7명의 환자에게 한 방향으로만 공기가 이동할 수 있는 ‘밸브 폐용적축소술’을 시행했다.[사진]
‘밸브 폐용적축소술’은 제일 심하게 망가진 폐기종 부위를 찾아 밸브를 삽입하는 술기다. 밸브는 공기를 한 방향으로만 통하게 해 숨을 들여 마셔도 공기가 폐로 유입되지 않는다. 내쉴 때는 폐에 남아 있던 공기만 빠져 나와 망가진 폐기종 부위를 작게 만든다.
"축소술 시행 환자들 폐기능 2배 향상"
또 밸브를 장착한 후 탄성을 잃고 축 늘어진 폐가 줄어들 뿐만 아니라 기도가 넓어지고 횡격막의 운동이 개선된다.
이러한 방식으로 폐기종 부위가 작아지면 건강한 남은 폐를 통해 산소와 이산화탄소 교환이 잘 이뤄져 편하게 호흡할 수 있다.
실제 ‘밸브 폐용적축소술’ 후 환자들의 폐기능이 2배 가까이 좋아지고 숨이 차 걷기조차 힘들었던 환자들의 운동능력 역시 크게 향상됐다.
구체적으로 폐기능 검사 결과 1초간 환자가 최대한 불어낼 수 있는 공기의 양(FEV₁)을 측정한 결과, 시술 후 많게는 580cc가 증가해 시술 전보다 2배 가까이 배출량이 늘었다. 또한 폐에 남아있는 공기가 줄어들면서 전체 폐용적 대비 폐잔류량 비율은 줄어들었다.
세계 최고의 의과학 저널인 ‘NEJM(New England Journal of Medicine)’에 게재된 연구 결과에 따르면 만성폐쇄성폐질환 환자가 약물치료로 볼 수 있는 평균 FEV₁의 향상 정도는 50cc~100cc 정도다. 그것에 비하면 이번 서울아산병원의 시술 효과는 매우 큰 셈이다.
또한 시술 전 6분간 단 50m밖에 가지 못하던 환자가 시술 후 230m를 걸을 수 있어 시술 전 보다 무려 4.6배 증가했다.
자연히 호흡곤란 척도도 크게 개선됐다. 시술 전 거의 모든 환자들이 숨이 차 집 밖으로 나갈 수 없고 옷을 입을 때조차 숨이 차는 단계인 4점이었다. 하지만 시술 후 2명의 환자는 평지에서 서둘러 걷거나 언덕을 걸을 때 숨이 차는 정도인 1점으로 낮아졌다. 일상생활조차 어려웠던 환자들의 삶의 질이 크게 개선된 것이다.
지난해 12월 일방향 ‘밸브 폐용적축소술’을 통해 밸브 3개를 삽입한 장모씨(67세)는 “평지에서 단 20m 만 걸어도 숨이 차서 힘들었는데, 지금은 150m는 쉬지 않고 거뜬하게 한 번에 걸어갈 수 있다”며 “지하철 계단을 오를 때의 고통을 잊게 해 준 고마운 치료법”이라고 전했다.
최근 이 시술은 보건복지부로부터 신의료기술로 선정돼 시술의 안전성과 유효성을 인정받았다. 앞으로 국내에서도 더 많은 COPD 환자들에게 안전하게 일방향 ‘밸브 폐용적축소술’을 적용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이세원 교수는 “밸브 폐용적축소술은 폐기종 환자 중 호흡곤란이 있으면서 폐 용적이 커진 경우 또는 기흉으로 공기 노출이 지속되는 환자에게 가능하다. 수술적 치료에 비해 합병증이 생길 확률이 현격히 낮다”고 전했다.
이상도 교수도 “기존의 보존치료에서 벗어나 적극적으로 치료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며 “만성폐쇄성폐질환 환자들의 삶의 질을 높이고 맞춤 치료를 통해 폐기종 등 만성폐쇄성폐질환의 정복을 앞당길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