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로봇으로 수술을 받으면 3명 중 2명은 사망한다는 ‘로봇수술 괴담’이 돌았다. 이 괴담은 대한의사협회 노환규 회장의 ‘로봇수술 사망률 80%’ 발언으로 생성된 것이다.
노환규 회장 발언 후 국민들은 불안했고,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이언주 의원(민주통합당·경기 광명을)이 국정감사에서 로봇수술의 효용과 안전성 논란을 제기하며 보건복지부 실태조사까지 진행했다. 하지만 이 논란은 사그라들지 않고 급기야 최근 검찰 조사로까지 확대됐다.
노환규 회장은 개복수술을 하면 사망률이 2%에 불과한 ‘Whipple's operation(휘플 수술)’을 로봇수술로 하는 어떤 의사가 80%가 넘는 사망률을 보이는 데도 수술을 계속해 고민이라는 한 교수의 주장을 소개했다. 특히 자신의 SNS를 통해 “이 얘기는 같은 교실의 후배 교수 성적을 얘기하며, 비윤리성에 대해 염려하는 교수로부터 직접 들은 이야기”라고 강조해 로봇수술에 대한 불신과 불안을 촉발시켰다.
비록 휘플수술에 국한된 이야기이지만 상급종합병원에서 로봇수술을 집도하는 의사들은 노 회장의 발언으로 피해를 보고 있다. 이에 데일리메디는 로봇수술을 국내 처음으로 도입하고 현재까지 1만례의 실적을 올린 연세대학교 세브란스병원 로봇수술센터 최영득 센터장에게 로봇수술의 안전성에 대해 들어봤다.
“부작용 등 주장은 로봇수술을 모르기 때문에 할 수 있는 말”
최영득 센터장은 “노환규 회장이 로봇수술을 모르기 때문에 할 수 있는 말”이라면서 “로봇수술기는 사람이 조정해야 움직이는 것이지 로봇이 스스로 수술을 집도하는 것이 아니다. 어떤 수술을 하던 의사의 양심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최 센터장은 “의사는 자신의 환자가 단 한명도 사망하는 일이 없길 바라고 환자를 살리기 위해 불철주야 최선의 노력을 다하고 있다. 사망률이 80%가 될 때까지 로봇수술을 하는 의사는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우리나라 의술은 이미 세계 최고 수준이며 이에 걸맞게 첨단 의료기기 도입과 활용도 또한 높다. 이런 좋은 결과물이 생성됐기 때문에 수술용 로봇 다빈치 제조회사인 미국 인튜이티브서지컬사가 한국에 트레이닝센터를 지정하고 최근 더 많은 투자를 하고 있다”면서 “사망률이 80%나 된다면 IS사가 한국에 왜 투자를 하겠느냐”고 반문했다.
또한 최 센터장은 “로봇수술이 도입될 당시 식품의약품안전처에서도 안전성에 대해 인정했기 때문에 허가를 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복지부 전수조사 결과 로봇사망률 '0.09%'
최영득 센터장은 “이미 복지부에서도 로봇수술 사망률이 1%도 되지 않는다고 발표했다”고 언급했다.
복지부는 로봇수술이 국내 도입된 2005년~2011년까지 로봇수술을 받은 전체 환자 2만944명에 대한 전수조사를 실시, 18명이 사망해 사망률은 0.09%라고 발표했다.
로봇수술의 사망률 도출은 전문가 자문을 통해 통상적으로 사망률 규명에 사용되는 '수술 후 30일 이내 사망'에 대해 이뤄진 것이다. 대장암 수술 등 국내 수술사망률 조사에서는 '수술 후 30일 이내 사망'과 함께 '원내 사망'도 사용됐으나, 원내 사망의 경우 '수술 후 30일 이내 사망'에 모두 포함돼 한 가지 사망지표만 사용됐다.
주요 질환별로 보면 방광암은 수술환자 242명 중 4명이 사망해 가장 높은 사망률(1.65%)을 기록했고, 식도암(1.46%, 2/137), 신장암(0.21%, 2/975), 위암(0.17%, 2/1,162), 직장암(0.08%, 1/1,250), 전립선암(0.07%, 5/7,078) 등의 순이었다.
로봇수술 사망률 결과를 복강경수술(내시경하수술)이나 개복수술 등 다른 수술 사망률과의 비교를 위한 문헌고찰도 이뤄졌지만 사망률 80%에 해당하는 수술은 없었다.
최영득 센터장은 “로봇수술은 사람의 손 떨림 등을 보정해 주고 최소 절개로 이뤄지는 만큼 후유증도 적고 회복도 빠르다”고 설명했다.
최 센터장은 “다만 로봇수술을 처음 하는 의사의 경우 경험이 많은 의사보다 좋지 않은 결과물을 얻을 수도 있다. 하지만 충분한 트레이닝을 거친 다음이라면 문제될 것이 없다”고 말했다.
그는 “어떤 수술이든 의사의 양심이 문제”라면서 “의사는 환자의 상태에 따라 개복을 할 것인지 복강경이나 로봇을 이용한 수술을 할 것인지 양심적으로 선택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끝으로 최 센터장은 “노환규 회장이 공신력 있는 의사에게 그런 이야기를 들었다고 해도 확인 없이 발언한 것은 문제”라면서 “노 회장은 사적인 생각보다 의사사회 전체적인 의견을 피력하는 것이 의사협회장으로서의 역할”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