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이 건보공단의 병원 원외처방약제비 전액 환수에 대한 위법성을 표명한 이후, 이 판례가 적용된 진료비 소송이 잇따라 선고되고 있지만 별다른 이변은 없는 모습이다. 사건을 심리한 재판부는 달랐지만 급여기준을 벗어난 처방에 대한 법원의 시각은 동일했다.
차병원은 건강보험공단과의 원외처방약제비 소송에서 경희대, 백병원이 일부승소해 획득한 의학적 정당성 인정비율인 20%를 뛰어넘지 못했다.
서울고등법원 제1행정부는 원심에서의 차병원 패소 부분을 취소하고 급여기준을 초과한 원외처방약제비 환수금에 대한 책임을 공단과 병원이 2:8로 나눠 분담하라고 최근 선고했다.
이로써 차병원은 이미 환수당한 1억1000여만원 중 20%에 해당하는 2200여만원을 되돌려 받게 됐으며 공단은 환수금 중 80%인 8800여만원만을 법적 환수할 수 있게 됐다.
이번 판결은 앞서 경희대, 백병원 등 원외처방약제비 소송에 뛰어든 다수 대학병원 재판부가 고등 제1민사부인것과 달리 차병원의 경우 고등 제1행정부가 맡아 사건을 심리, 책임비율 변동에 대한 기대감 등 병원들 시선이 집중됐다.
그러나 법원은 건강보험 체계를 무너뜨릴 수 있는 급여기준 외 약품처방은 제아무리 의학적 타당성이나 처방의 불가피성을 지녔어도 해서는 안되는 위법한 행위라는 판단을 고수했다.
판박이 재판 결과를 두고 일각에서는 "40여개 대학병원이 일제히 뛰어든 진료비 소송에서 공단 책임 비율이 커지게 되면 다른 수 십개의 판결에 영향을 미쳐 보험재정이 타격을 입게 되는 만큼 법원이 타당한 근거 없이 책임비율을 쉽사리 바꿀 수는 없을 것"이라는 주장이 제기되는 실정이다.
법원이 적시한 '손해분담 공평' 원칙에 따라 20%의 환수액만을 되돌려 받게 된 차병원은 판결에 대한 실망스러움과 함께 일방적으로 병원이 불리한 판단이라는 입장을 표명했다.
차병원 법무팀 관계자는 "대법원 파기 환송 뒤 원외처방약제비의 책임 비율을 다시 재판받게 된 병원측 입장으로서는 크게 실망스러운 소송 결과"라며 "상고 여부는 현재 내부 논의 중이다"라고 전했다.
지난 7월 26일 차병원보다 앞서 진료비 소송결과를 받아든 경희대병원과 인제대백병원은 현재 상고를 제기해 진행중이다.
병원측 소송대리인 세승 정혜승 변호사는 "차병원의 경우 세부안 차이에 따라 행정재판부 심리를 받게 됐지만 결과엔 차이가 없었다"며 "수 십여개의 병원이 소송을 진행중이라 인정비율이 10%만 높아져도 보험재정(공단측 부담금)의 타격이 커지게 돼 병원이 다소 불리한 판결을 받게 된 측면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8월 말까지 고려대, 이화여대 등 대학병원들의 진료비 소송결과가 선고를 앞두고 있지만 책임비율 20%에 대한 법원 판단이 쉽게 바뀌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