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3월 3일 조건부 총파업을 결의한 대한의사협회(회장 노환규)와 정부가 17일 처음으로 마주앉아 본격적인 협상 준비에 들어가면서 핵심 쟁점을 놓고 어떻게 접점을 찾을지 주목된다.
노환규 회장은 이날 "이번 투쟁의 단기 목표는 원격의료와 영리병원 추진을 중단시키는 것과 건강보험제도를 구조적으로 개선하는 작업"이라며 대정부 투쟁 취지를 재확인했다.
특히 노 회장은 "올바른 의료제도를 바로 세우고 의료의 본질적 가치를 회복시키는 것이 급선무"라면서 "이를 위해 '의사협회는 국민의 편이다'라는 인식을 확산시키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앞서 정부와 의협은 회의를 통해 협의체 명칭을 '의료발전협의회'로 명명하고 산하에 보건의료정책제도 개선과 건강보험제도 개선 협의체를 각각 두기로 결정한 바 있다.
1대 1 의정 협의체가 마련된 만큼 동네 개원의사들의 이해와 직결된 수가 인상과 대외적 파업 명분인 원격의료 및 영리자회사 허용 철회라는 두 축을 중심으로 논의가 이뤄질 가능성이 크다.
이날 진행된 상견례는 사전 모임의 성격이지만 양측이 평행선을 달리고 있는 상황에서 의정협의회 긴장감은 고조되고 있다.
이용진 기획부회장은 "그 동안 의사들의 전문성을 인정받지 못하는 보건의료정책들로 인해 애로사항이 많았다"며 "의료발전협의회를 구성해 큰 틀에서 논의를 시작해 나가는 것은 큰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이 부회장은 "상견례에서 의료 현안에 대해서는 의·정 간 입장 차이가 컸지만 다양한 의견이 오갔다"며 "국민 건강을 위해 과거의 틀에서 벗어나 비정상의 정상화를 위한 논의의 장이 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 부회장은 "앞으로 협의회 운영을 통해 국민이 안전하게 치료 받고, 의사들이 자부심을 가지고 진료할 수 있는 의료 정책과 건강보험 제도 개선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정부와의 간극차가 좁혀질지는 미지수다. 한달 반의 협상을 통해 이 모든 이슈를, 공식 위원회를 통해 합의해내는 일은 만만치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복지부는 "의료법인 자회사 설립 등 정부 정책은 의협과의 협의 과정에서 조정·개선할 여지가 있지만 관련 정책을 유보할 수는 없다"는 입장이다.
오는 22일부터 본협상이 시작되면 원격의료를 허용하는 의료법 개정안의 국무회의 상정 시점 역시 논란이 될 전망이다.
노환규 회장은 지난 기자회견에서 의료법 개정안이 14일 국무회의에 상정되지 않은 것을 '정부의 적극적 대화 의지'로 해석했다.
그러나 복지부는 원격의료에 대한 추가 논의는 국회에서 얼마든지 가능하며 의료법 개정안은 예정대로 국무회의에 상정하겠다는 뜻을 밝힌 상태다.
건강보험제도 개혁 문제와 관련해서도 의협은 고질적인 저수가 문제를 지적하며 수가 인상을 요구하고 있고, 정부는 건강보험료 인상 등을 우려해 확답을 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의료계 한 관계자는 "새로운 협의체가 구성된 만큼 정부가 일단 의협의 제안을 토대로 대화 채널을 열어두겠지만 만약 끝까지 접점을 찾는데 실패하고 파업이 현실로 바뀌면 의정 갈등은 극으로 치달을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