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들 '정부 압박이 오히려 파업 부추겨'
시도의사회장 “정부와 협상으로 2차 파업은 안 일어나길”
2014.03.10 20:00 댓글쓰기

지난 10일 전국 의사들이 청진기를 내려놓고 대규모 파업을 단행했다. 대한의사협회 최종 집계 결과, 이날 개원의 참여율은 49.1%에 달했다. 단축진료까지 포함하면 실제 참여율이 60% 이상 되는 것으로 관측됐다.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수치 20.9%와는 차이가 있지만 일단 의료계 입장에서 정부의 관심을 끄는데 효과를 보였다는 분석이다. 의료계는 오는 24일 2차 파업 준비에 들어간 상태다. 정부가 강한 압박을 가하면서 전국 시도 병·의원의 파업율에 편차를 보였지만 대체로 정부에 대한 반발 심리가 강하게 투영됐다. 데일리메디는 이날 있었던 총파업과 관련해 전국 시도의사회장들의 의견을 들어봤다.[편집자주] 

 

“파업 전부터 정부 업무시정명령…고민하던 개원의도 파업”

 

10일 1차 총파업 전 까지만 해도 열악한 환경 속 경영난을 호소해온 개원의들의 고민은 이만 저만이 아니었다. 하지만 점점 커지는 정부의 압박 수위가 파업 결정에 확신이 없던 의사들의 선택에 불씨를 던졌다는 관측이다.

 

특히 이번 인천시의사회 자체 조사에서 휴진율 66%로 전국 최고 수준을 보인 인천 지역은 전공의들에 대해서도 높은 파업율을 이끌었다. 

 

인천시의사회 윤형선 회장은 전화통화에서 “인천시 대학병원 전공의 파업율이 높았다. 일단 상황이 급박해 오후 6시까지 진행될 예정이었던 파업을 조금 더 일찍 철회했다. 하지만 그 만큼 강한 파업 의지를 확인할 수 있었던 계기”라고 밝혔다.

 

윤 회장은 이어 “전체 개원의 중 51%가 전면 휴진을 했고, 약 15%는 부분 파업을 했다. 전체 66%에 해당된다. 인천 지역은 의약분업 투쟁 때부터 지도부 결정을 많이 따랐다. 물론 파업투쟁에 우려와 염려도 많았다. 하지만 파업을 시작하기 전부터 정부가 업무개시명령을 내려 회원들이 자극받고 결국 결집하게 됐다. 마지막까지 흔들렸던 회원들까지 상당수 동참하게 됐다”라고 설명했다.

 

대구시의사회 역시 정부 행동이 의사들의 휴진 동참에 기름을 부었다는 입장을 보였다. 김종서 회장은 “전공의들도 파업에 참가하는 상황에서 선배들이 가만히 있을 수 없었을 것이다. 이번 휴진은 정부가 의사들을 범죄자 취급을 한 것에 대한 반발로 비춰진다. 물론 파업을 안 하고 싶다. 이제 정부와 원만한 결과를 도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충청북도의사회 홍종문 회장도 “사실 파업 결정 과정에서 논란이 있었기 때문에 회원들의 응집력이 떨어졌던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정부가 업무정지 등의 압박카드를 꺼내, 반발심리가 더 커질 수 밖에 없었다. 정부가 귀를 막고 무조건 파업을 막으려고 압박한 결과”라고 피력했다.

 

“24일 2차 파업률 더 거세질 것…그 안에 해결해야”

 

의료계는 오는 24일 2차 파업도 예고해놓은 상태다. 정부와의 협상이 중요해진 시기다. 하지만 정부가 지속적으로 압박을 가한다면 2차 파업율은 지금보다 높아질 것이란 목소리가 우세한 상황이다.

 

제주도의사회 김군택 회장은 “파업 전부터 있었던 정부의 압박은 우리가 이미 이전에도 겪어봤던 일이다. 때문에 부담을 느끼지 않았다. 2차 파업이 있을 24일까지 협상 해결이 나지 않는다면 파업 분위기는 더욱 확산돼 휴진율은 당연히 올라갈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대전시의사회 황인방 회장의 경우 정부와의 소통을 강조했다. 황 회장은 “대전 지역은 파업율이 높진 않았지만 나름 파업에 대한 의지를 볼 수 있었다. 앞으로 2차 파업 때까지 2주 남았다. 정부는 우리 의사들 말에 귀를 기울여줬으면 한다. 환자들에게 정말 미안한 마음뿐이다. 24일 파업은 진행되지 않았으면 한다”고 당부의 목소리를 전했다.

 

높은 파업율을 보인 경상남도의사회의 박양동 회장은 “파업을 얼마나 하는 게 중요한 것이 아니라 단 한명이 휴진을 하더라도 정부에 그 의미를 잘 전달하고 정부 역시 이를 이해하는 게 중요하다. 이번 파업을 계기로 정부가 진지한 자세를 보여주길 바란다”고 피력했다.

 

아울러 의료단체의 단결력 필요 목소리도 제기됐다. 경상북도의사회 정능수 회장은 “앞으로 2차 파업 시작일인 24일 이전에 다시 비상대책위원회를 구성, 시도의사회를 비롯한 회원들의 의견을 한 목소리로 모으고 대형병원들과 함께 행동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강애란·이영성 기자 (lys@dailymedi.com) 기자의 다른기사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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