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도 전공의 모집이 시작된 가운데 지난해에 이어 비뇨기과 등 기피과 미달사태에 대한 우려감이 짙은 모습이다. 특히 최근 동요가 심한 내과의 불운이 예상된다.
대한병원협회에 따르면 2015년도 레지던트 1년차 모집인원은 3658명으로, 1일부터 3일까지 수련병원별 원서접수가 진행된다.
무엇보다 이번 전공의 모집에서는 지난해 처음으로 지방 수련병원에서 미달을 경험한 내과가 정원을 채울 수 있을지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내과 전공의 지원 감소는 수 년 전부터 지속돼 왔지만 올해에는 외부 환경변화의 영향으로 정원을 채우지 못하는 지방 수련병원이 속출할 것이란 예측이 나오고 있다.
실제 내과의 기피과 전락 우려는 최근 잇달아 발생한 전공의 파업사태에서도 읽어낼 수 있다
지난달 원주세브란스기독병원 내과에서는 전공의 모집 미달을 우려해 전공의들이 촉탁의 고용 등 수련환경개선을 병원에 요구하며 5일 간 파업에 나선 바 있다.
또한 전공의 미달을 우려하고 있는 수도권 소재 대학병원의 수련부장 역시 “지난해에도 내과의 경우 힘들게 정원을 채웠지만 올해는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며 “내과를 희망하는 지원자들이 정원보다 적은 상태”라고 전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대한내과학회는 학회 차원에서 전공의들이 과중한 업무를 줄일 수 있도록 입원전담전문의제도를 촉구하는 등 수련환경 개선에 나서기도 했다.
대한내과학회 정훈용 수련이사는 “선택진료 폐지, 수가 열악화, 원격의료 불안감 등이 지원자 감소의 직접적인 원인이 됐다”며 "현재와 같은 전공의 수련체계로 현실적인 문제를 극복할 수 없다고 판단해 대응책 마련에 나서게 됐다"고 밝힌 바 있다.
내과뿐만 아니라 매해 지원율이 떨어지고 있는 비뇨기과 역시 이번에도 전공의 모집 미달 악순환의 고리를 끊지 못할 것이란 전망이다.
비뇨기과의 연도별 지원율을 살펴보면 2013년도 모집에서는 44.8%로 정원의 절반도 채우지 못했고, 2014년도 모집에서는 25.3%로 곤두박질쳤다.
이 때문에 최근 비뇨기과학회는 전공의 지원율 향상을 모색하기 위해 15차례 공청회 등을 통해 현재 90명에 이르는 정원을 향후 50명으로 대폭 줄이겠다는 특단의 조치를 내리기도 했다.
대한비뇨기과학회 이상돈 수련이사는 “올해 역시 정원은 채우지 못할 것으로 예상한다”며 “흉부외과, 산부인과 등 가산금을 지원 받은 과에서는 전공의 지원율은 올라갔지만 비뇨기과는 정책상 소외돼 왔던 결과”라고 지적했다.
이 수련이사는 “단기적인 면에서라도 가산금 등 투자가 필요한데 복지부는 해당 지원정책은 효율성이 없다는 입장”이라며 “삶의 질 및 고령화 추세 등을 보면 비뇨기과는 매우 중요한데 당장 환자의 생명이 달려있지 않으니 외면하고 있는 것“이라고 토로했다.
“기피과 옛말, 충원 기대감 상승”
이 같이 내과, 비뇨기과에 예상되는 암울한 시나리오와는 달리 오래전부터 기피과로 낙인찍혀온 흉부외과와 산부인과 등은 이번 전공의 모집에 기대감을 나타내고 있다.
흉부외과의 경우 2011년 36.8% 이후 2012년 41.7%, 46.7%, 2014년 58.7%로 전공의 지원율이 소폭 상승하고 있는 추세를 이어가고 있다.
대한흉부외과학회 선경 이사장은 “흉부외과를 지원하는 전공의들의 전체적인 숫자는 늘었다”며 “흉부학회에 지원된 가산금을 전공의들에게 돌아가도록 노력한 부분 등이 효과를 나타낸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그러나 문제는 여전히 남아있다. 서울 및 수도권 대형병원에 지원자가 몰리고 지방 수련병원에는 지원자가 여전히 부족한 현실 때문이다.
선 이사장은 “지금은 수도권 및 대형병원으로만 전공의들이 몰리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신경을 많이 쓰고 있다”며 “환자들에 이어 전공의까지 쏠림현상에 휩쓸리게 할 수 없다. 각 수련병원에 전공의들이 적절하게 분배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산부인과 역시 학회 차원의 수련의 질 향상 노력, 복지부의 수가가산 정책 등의 결과물로 이번 전공의 모집에 기대감을 나타내고 있다.
산부인과 전공의 지원율은 2011년 65.6%, 2012년 70%, 2013년 73.6%, 2014년 78.4%로 상승곡선을 그리는 중이다.
대한산부인과학회 윤주희 사무총장은 “올해 전공의 모집 분위기가 좋은 것은 사실”이라며 “그동안 산부인과는 업무 로딩은 많고 의료분쟁에 휘말리는 문제 등 때문에 기피과로 여겨져 왔지만 점차 환경을 변화시켜왔다”고 전했다.
이어 “가중치 상향조정 등을 통한 수가인상과 같은 정책들이 안팎으로 작용한 것 같다”며 “앞으로는 미달을 피하는 것뿐만 아니라 지원자 수가 많아 경쟁하는 과가 되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