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병원 '펠로우' 위기감…'펠노예' 회자
내달 응급실 당직법 시행 앞두고 '불안정 지위' 탄식
2012.07.12 20:00 댓글쓰기

'펠노예'. 오는 8월 5일 응급실 당직법 시행이 임박하자 일선 펠로우들 사이에서 회자되는 얘기다.

 

응급실 당직 현장에서 스텝(교수)과 펠로우 간 혼선이 빚어질 것이 자명하다는 목소리가 곳곳에서 흘러나오자 위기감이 팽배하다.

 

보건복지부는 비상호출체계 구축을 통한 당직을 허용하되 개설된 모든 진료과목에 대해 전문의 당직을 실시해 비상진료체계 강화하는 내용의 '응급의료에 관한 법률 시행규칙 개정안'을 발표한 바 있다.

 

당직 전문의가 응급환자를 직접 진료토록 하는 법 개정안은 8월 5일부터 전격 시행된다. 그 가운데 3년차 이상 레지던트의 응급실 당직을 강제해 문제시된 당직 전문의 자격에 관한 규정은 의견 수렴 과정에서 삭제됐다.
 
개정안에 따르면 전문의가 응급실을 찾는 환자를 직접 진료하지 않을 경우 병원장은 200만원의 과태료를, 당직 의사는 근무명령 성실 이행 위반으로 면허정지 처분을 받는 등 제재조치가 엄격해진다.

 

문제는 그 이후다. 서울 소재 A대학병원 펠로우는 "빅5를 제외한 대학병원은 솔직히 언제 그만둘지 모르는 펠로우다. 병원장 눈치, 각 진료과 과장 등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는 처지"라고 고충을 토로했다.

 

이 펠로우는 "인원 수가 적은 과들도 실제로 의국에서 교수들에게 항의하고 의국에 등 돌리기가 쉽지 않다"면서 "거기에 이후 취직 자리도 어레인지 해주는 경우가 많다는 점을 감안하면 정당하게 목소리를 낼 수 없다"고 말했다.

 

결론적으로는 어떠한 변화를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게 전반적인 분위기다.

 

그는 "이렇게 되면 펠로우를 포함한 상당 수의 전문의가 이탈할 가능성이 높다"면서 "1년 계약직으로 계약 조건에 응급실 진료는 없었는데 응급실 진료까지 떠넘겨진다면 중도하차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그도 그럴 것이 스텝 자리가 보장되는 것도 아닌데다 지위가 불안정하다보니 대거 사직할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펠로우들이 원하는 궁극적인 변화는 적정 수가를 보존받아 각 병원마다 전문의를 더 채용, 응급실 전담의를 두는 것이다.
 
지방 소재 B대학병원 펠로우는 "응당법 시행 이후의 시급을 계산해보면 근무시간외 초과근무 및 휴일근무에 대한 초과수당을 감안하면 최저임금보다 더 낮다"며 "만일 어떠한 보상도 없이 이대로 밀어붙인다면 그만두겠다"고 털어놨다.

 

문제의 심각성을 인지한 대한의사협회 노환규 회장이 대학 교수를 대상으로 적극 호소하고 있는 것도 이러한 이유에서다.

 

노 회장은 12일 의사 커뮤니티를 통해 '당직을 서야하는 처지에 놓인 교수님들께'라는 글을 게시하고 이같이 주장했다.

 

노 회장은 "교수들은 당직을 서야한다는 생각을 버려야한다"면서 "많은 외래도 봐야 하고, 강의도 해야 하고, 전공의도 가르쳐야 하고, 수술도 해야 하고 연구도 해야하지 않나"라고 운을 뗐다.

 

때문에 당직전문 전문의 채용을 병원측에 적극 요구해야한다는 것이다. 노 회장은 "아마도 병원에서는 경영 문제 즉, 수지타산이 맞지 않아 안 된다고 할 것"이라면서 "그렇다면 '원가 이하의 진료수가'라는 근본적 문제를 해결하려는 의협의 노력에 동참하고 교수들부터 앞장서달라"고 말했다.

 

이어 노 회장은 "하루아침에 되는 일이 아니겠지만 지금부터라도 시작해야 한다"면서 "상황에 맞춰 원칙을 만들것이 아니라 이제는 원칙에 맞춰서 상황을 만들어가자"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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