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괄수가제를 놓고 의료계와 정부가 충돌하자 의료계 외 대부분은 의료계를 비판하고 포괄수가제를 옹호한 가운데 비(非)의료계 인사가 포괄수가제 무용론을 제기해 주목된다.
대구대학교 무역학과 전용덕 교수는 지난 23일 한국경제연구원에 ‘포괄수가제의 이중성’이란 제목의 칼럼을 게재했다.
그는 “의사와 병원의 과잉진료는 잘못됐고 포괄수가제가 이를 해결하는 한가지 방안이 될 수 있다”면서도 “먼저 의사가 왜 과잉진료를 할 수 밖에 없는지를 생각해봐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는 대한의사협회 주장과 맞닿는다. 노환규 회장은 지난 5월 “일부 의사들에게서 과잉진료가 일어나고 있지만 그로 인해 포괄수가제를 시행한다는 것은 옳지 않다”고 말한 바 있다.
전용덕 교수는 과잉진료와 국민건강보험공단 재정 악화가 구조적인 문제라고 보았다.
그는 “의약분업 도입 전에는 의사와 병원이 약을 끼워 파는 방법으로 노력에 대한 대가를 적절히 챙겼으나 도입 후 정부가 수가와 약가를 통제하면서 과잉진료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설명했다.
의사들이 부족한 수입을 메꾸기 위해 과잉진료 또는 진료시간을 단축해 진료 질을 떨어뜨리는 방법 등을 도입하게 됐다는 주장이다.
또 간간이 보도되는 서류조작을 통해 공단으로 보험금을 타내는 의사와 병원 등도 같은 문제라고 보았다.
전 교수는 포괄수가제의 또 다른 도입 명분인 건보공단 재정 악화에 대해서도 과잉진료와는 큰 상관이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급속한 고령화와 넓어진 보험 대상범위, 건보공단은 세금 지원을 받고 독점이기 때문에 절약 노력이 부족하며 환자 역시 진료비를 아끼기 위해 노력할 필요가 없다”며 "과잉진료를 제외하더라도 건보공단이 적자를 볼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포괄수가제를 도입하는 것은 또 다른 규제를 만드는 것으로서 그에 따른 더 많은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전용덕 교수는 “장기적으로 더 교묘한 과잉진료가 발생하고 이를 적발하는데 더 많은 자원이 소모될 것”이라며 “예를 들어 민간의료보험을 도입해 공적의료보험과 경쟁시키는 것 등 더 자유로운 선택을 보장해야 이러한 문제점을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