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로 인한 병원들의 손실 보상 대상에서 자진폐쇄에 나선 의료기관이 제외됨에 따라 의료계 곳곳에서 한숨이 새어나오고 있다.
예산을 쥐고 있는 기획재정부는 지난 29일 국회 보건복지위 법안소위에서 피해 보상 대상에서 자진휴업 의료기관을 제외하겠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정부의 보상 기본원칙은 집중관리병원, 폐쇄 등 정부가 내린 행정조치에 대한 것으로 코호트 격리 지침이 내려지기 전 자진해서 휴업에 들어선 병원들이 손실 보전을 받을 수 없는 위기에 처한 것이다.
결국 메르스 확산 방지를 위해 선제적 대응에 나섰던 병원들은 정부의 긴급지원금의 조달이 불투명해지면서 손실 보상을 고스란히 떠안기 위해 은행권 대출에 기대고 있는 실정이다.
지난 18일 저녁부터 소속 의료진이 메르스 의심증상을 보여 3일간 자진폐쇄에 돌입한 다보스병원의 경우 4억원에 육박하는 손실을 봤지만 정부의 미온적인 지원방침에 낙담하고 있는 상황이다.
병원 관계자는 “메르스 확산을 막기 위해 자발적으로 병원을 폐쇄했는데 보상기준에 맞지 않다고 하니 억울한 측면도 있다”며 “병원으로서는 이번 사태로 출입문 통제 등에 인력을 추가 투입하는 등 더 많은 투자를 하고 손실은 손실대로 감당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그는 “당장 병원 직원 월급 등의 문제가 있다 보니 은행권에 대출 요청을 해놓고 답변만 기다리고 있다”며 “병원 손실보상에 형평성 문제 등이 제기되고 있지만 전혀 반영이 되지 않는 것 같다”고 말했다.
또한 자진폐쇄에 나선 의료기관이 메르스 대응 모범적 사례로 소개되며 국민들의 격려가 이어지고 있는 상황과 달리 정부정책이 역행하고 있다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실제 자진폐쇄로 19억원의 손해를 감당하게 된 창원SK병원의 경우 정부 보상이 전무한 가운데 “의료진의 용기와 희생에 감사하다”는 게시문이 병원 외벽에 부착되는 등 국민들의 지지를 얻고 있다.
115번 환자가 입원했던 창원SK병원의 경우 11일부터 28일까지 휴업에 돌입했다. 정부는 5·6·7층 3개 층만 폐쇄하고 외래진료는 가능하다고 판단했지만 병원 자체적으로 전체폐쇄를 결정한 것이다.
결국 부도위기에 처한 SK창원병원은 묵묵부답인 정부지원과는 별개로 경남은행으로부터 무담보로 5억원의 긴급자금을 우선적으로 지원받기로 했다.
이 같은 정부의 지원방침에 의료계는 메르스와 사투를 벌이고 있는 병원과 의료인만 고통을 감수하게 됐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앞서 자진폐쇄를 통해 긍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는 성모가정의학과의원 심홍석 원장은 “또 다른 신종감염병이 발생한다고 해도 대다수 병원들이 의료인으로서 감염병 확산을 방지하기 위한 자진폐쇄 등의 노력을 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국가가 손실 보전을 해주지 않는다면 결국 의료인으로서 기본 자질에 따라 행동한 병원들은 피해를 면할 수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