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이 강하게 추진하고 있는 원격의료의 효과가 충분히 입증되지 않아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여야를 막론하고 나왔다. 의료 영리화(혹은 민영화) 논란에 대해서는 여야가 대립각을 세웠다.
12일 국회 본회의에서 열린 교육‧사회‧문화 대정부질문에서 여야 의원들은 원격의료에 대한 안전성과 경제성 등에 대한 철저한 검토 필요성을 제기했다.
민주당 김용익 의원은 산업통상자원부(이하 산자부)가 고혈압·당뇨·비만 등을 대상으로 진행한 스마트케어서비스(원격진료) 임상시험 결과를 공개하며 “비만 관리를 제외하고는 원격진료가 대면진료보다 효과적이라는 근거가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산자부가 임상시험 결과를 긍정적으로 작성한 보도자료는 고혈압․당뇨 임상시험 결과 중 효과가 있는 것으로 나타난 일부분만 발췌해 전체 결과를 심각하게 왜곡한 결과라는 것이다.
같은 당 이언주 의원 역시 원격의료를 통한 초진 대상 환자 범위 기준의 맹점을 파고들며 원격의료를 “설익은 정책”이라고 정의했다. 또한 법 개정보다 시범사업 추진이 우선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의언은 “복지부는 환자에 대해 잘 하는 동네의원과 경증질환에 대해서만 원격의료를 통한 초진을 가능하게 했지만 환자를 잘 아는지 여부, 경증인지는 누가 판단하나. 국가에서 통제 가능한가”라며 날을 세웠다.
이어 “정부가 추진하려는 모델로 시범사업을 한 연구 결과가 단 하나도 없다. 이렇게 준비가 허술한 상태에서 논란을 자초하며 정책을 추진하려 하는지 이해가 안 된다. 시범사업 후 법 개정을 해도 늦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여당 의원도 원격의료의 섣부른 도입에 비판적 입장을 제기했다. 새누리당 문정림 의원은 "그간 진행한 시범사업의 유효성이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원격의료를 뒷받침하기에는 미약하다"고 진단했다.
문 의원은 “지금까지 진행된 시범사업에 대한 검토가 심도 있게 이뤄지지 않았다. 지금까지 진행된 적이 없는 장애인을 대상으로 한 추가 사업을 진행하는 등 장‧단점을 면밀하게 살펴야 한다”며 신중한 접근을 당부했다.
이 같은 의원들에 질문에 문형표 복지부 장관은 그간의 시범사업 의미를 긍정적으로 풀어내며 ‘법 통과 후 시범사업’이라는 기존 입장을 고수했다.
문 장관은 “지금까지 이뤄진 시범사업에 한계가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원격의료 안전성과 위해성에 문제가 없다고 해석할 수 있는 측면이 있다. 비용이 부담된다면 정부가 기기를 임대해주거나 지원해줄 수 있다. 법이 통과되면 1년 6개월 간 시범사업을 진행할 것이다”고 설명했다.
의료 민영화 괴담 vs 무분별한 시장만능주의
의료규제 완화에 대한 여야의 시각은 접점을 찾기 어려울 만큼 달랐다.
새누리당 박인숙 의원은 ‘맹장수술 1000만원설’을 언급하며 “정치권이 괴담의 근원지가 되기도 한다. 실체 없는 민영화 괴담을 만들려고 안달이다. 악의적인 괴담 생산 중지해야 한다”며 칼끝으로 야당을 지목했다.
그는 의료 산업 활성화의 신성장동력으로서의 가능성을 점친 후 “막차일지 모르지만 반드시 올라타서 서비스 제공을 통한 일자리 창출과 함께 국가재정 확보에 노력해야 한다. 여야가 머리를 맞대고 생산적 대안을 도출하길 바란다”며 야당에 끝장토론을 공식 제안했다.
같은 당 김현숙 의원은 2006년 노무현 정권 당시 의료산업선진화 위원회의 안과 현재 정부안을 비교하며 “만약 현재 정부가 하고 있는 게 영리화라면 2006년의 것은 더 나아간 영리화다”며 민주당을 압박했다.
문정림 의원 역시 의료 민영화를 ‘공보험, 민간보험을 선택해 가입하고 당연지정제가 폐지돼 영리활동을 할 수 있는 것’으로 정의하며 의료 규제 완화 정책과 민영화 사이 분명한 선을 그었다.
반면 민주당 김용익 의원은 정부의 보건의료 추진 방향을 “의료 영리화는 한국의 보수가 지향하는 잘못된 방향을 상징한다. 무분별한 시장만능주의다”라고 일갈했다.
같은 당 이언주 의원 역시 “의료기관의 영리 추구 범위가 넓어지고 있다. 문제는 견제 세력 없이 일방적으로 추진이 되고 있다는 것이다. 전문가 자문조차 받지 않고 있다”며 ‘의료 규제 완화를 의료 영리화’로 등식시켰다.
이어 이 의언은 “보건의료의 가장 큰 문제는 사회적 가치를 반영하지 않은 저수가다. 가격이 사회적 가치를 반영하지 못하면 가격은 시장에서 수급 조절을 잃게 된다. 확대된 부대사업으로 빈 곳을 채우라고 하는 것이 비정상의 정상화는 아닐 것이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