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약사로부터 불법 리베이트를 수령한 某병원 소속 의사가 병원 퇴사 후 개원을 이유로 처분을 회피하려고 했지만 법원은 이를 불인정, 두 달간의 면허자격 정지처분을 명령했다.
서울행정법원 제2부(재판장 윤인성)는 의사가 보건복지부를 상대로 낸 의사면허 취소 소송에서 리베이트 사실을 몰랐다는 의사의 주장을 기각, 복지부 처분을 이행하라고 판결했다.
병원 정형외과 과장으로 근무해온 의사 김某씨는 국내 한 제약사로부터 두 종류의 의약품을 처방해 달라는 부정한 청탁을 받고 총 12회에 걸쳐 현금, 기프트카드 등 합계 720만원을 수령했다.
제약사는 의약품 전문 시장조사업체와의 계약을 통해 의약품 설문조사 명목으로 설문지 1부당 30만원 상당의 기프트카드를 등기로 김씨에게 송부하는 수법으로 리베이트를 제공한 것으로 드러났다.
김씨의 불법 리베이트 혐의를 적발한 검찰은 배임수재를 명목으로 수사를 진행, 기소유예처분을 지시했다.
복지부는 이를 근거로 김씨에 의사면허자격정지 2개월의 처분을 명했지만 김씨는 "리베이트인줄 몰랐다. 당시 근무중이던 병원서 퇴사했다"는 이유를 들어 행정소송을 진행했다.
김씨는 ▲제약사가 아닌 용역업체로부터 설문에 따른 기프트카드 받은 것 ▲설문 이후 의약품 처방량 급격히 늘지 않은 것 ▲병원의 약품 선택권 단독으로 가지지 않은 것 ▲병원에서 퇴사 후 개인 의원을 개원한 것 등의 이유를 들어 "불법 리베이트 수수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리베이트를 제공한 제약사 영업사원은 "전문의약품 처방량을 유지하고 홍보하는 의미 있었다"며 "의사들도 형식적인 설문조사라는 사실 알고 있었다"고 진술했다.
또 조사과정에서 김씨는 설문지 작성시 초창기 일부만을 작성하고 나머지 설문지의 경우 자신이 아닌 제약사 직원이 대신 작성케 한 사실도 밝혀졌다.
재판부는 "설문지의 분량이 1, 2쪽에 불과해 내용과 항목이 빈약하고 매번 같은 설문내용에 의약품 이름만 바꿔 기재하는 것은 처방을 유도하거나 기존 처방 유지 목적으로 보인다"며 "그나마도 김씨는 설문지를 직접작성하지도 않고 영업사원들이 대신 작성해 금품을 제공했다"고 지적했다.
또 "김씨는 병원 정형외과 과장으로 의약품 채택, 처방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었으므로 설문조사는 사실상 불법 리베이트 관련 금품 수수"라고 밝혔다.
이어 재판부는 "의약품은 공공성이 높아 의료인에게 직무 관련 청렴성을 유지하도록 함으로써 부당한 의약품 선택 및 의료가격의 인상을 막을 공익상 필요성이 매우 크다"며 "병원을 퇴사해 개원한 사실만으로 복지부 처분이 재량권을 남용한 것은 아니다"라고 판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