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차피 적자' 큰 병원으로 떠밀리는 산모들
醫 '포괄수가제 예고된 부작용 가시화·고위험 산모 부메랑' 경고
2013.07.30 20:00 댓글쓰기

지난해부터 포괄수가제가 시행된 이후 올해부터 상급종합병원까지 확대 적용되고 있는 가운데 일선 의료 현장에서 우려했던 일이 점차 현실화되고 있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최근 국내 유수 병원으로 손꼽히는 서울 A대학병원 산부인과 교수는  “전치태반, 임신성 고혈압, 산후출혈, 조기진통, 심한 골반 내 유착 등으로 고위험 상태에 놓인 환자에 대한 수가의 중증도가 터무니없이 낮게 반영돼 있는 현 포괄수가제가 상급종합병원까지 당연 적용되다 보니 요즘 고민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고 전했다.

 

상급종합병원이 이 정도 상황이라면 중소병원급, 종합병원급의 사정은 더 이상 언급할 것도 없는 실정이다.

 

이 교수는 “포괄수가제가 시행된 이후 달라진 풍경은 병원급, 종합병원급에서 할 수 있는 수술도 상당 수가 전원되고 있다”면서 “응급상황 대처나 태아의 안전을 가장 큰 이유로 꼽겠지만 포괄수가제 시행에 따른 영향도 배제할 수 없다”고 추측했다.

 

이면을 들여다보면 이들 병원급에서는 적자를 볼 수밖에 없다는 판단에서 웬만하면 환자들에게 ‘큰 병원’을 강력히(?) 권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

 

이 병원 또 다른 교수는 “산부인과 의사들이 현행 7개 질병군에 대해 선택적으로 적용해 온 포괄수가제를 상급종합병원까지 확대하는 것에 ‘주의보’를 내렸는데 결국 시행하다 보니 이 같은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수술 건수 증가도 힘든 상황이지만 더 중요한 것은 혈소판 문제, 3~4차례 반복 수술로 인한 문제로 찾는 환자가 급증했다는 점이다.

 

그는  “여간 고민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여기에 곧 진행될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현지조사 역시 부담스럽다”면서 “이 같은 현상은 그 동안 분만 수술이 집중돼 있던 국내 대형병원에서 공통적으로 나타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때문에 포괄수가제 상급종합병원 당연 적용은 1차, 2차 의료기관보다 더욱 연쇄적으로 악영향을 끼칠 것이라는 우려가 팽배해지는 실정이다.

 

서울 소재 B대학병원 산부인과 교수는  “이렇게 되면 수가 보전 조차 힘든 범위가 더 넓어지게 되고 대형병원 산부인과 역시 고전을 면치 못하게 될 것”이라면서 “특히 고위험 환자에 대한 진료는 어려워질 수밖에 없으며 환자들에게도 직접적인 피해로 돌아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산부인과의 경우에는 포괄수가제 해당 질병군에 제왕절개와 자궁수술이 모두 포함돼 악성수술을 제외한 거의 전 부분이 포함돼 있다는 점에서 이 같은 현상은 더 심화될 것”이라며 “오로지 진료비 감축만을 위해 도입하려는 포괄수가제의 폐해를 산부인과가 집중적으로 받고 있다”며 성토했다.

 

더욱이 이 교수는 "임산부와 산부인과 의사가 유도분만을 시도하다가 실패하고 결국 제왕절개 수술을 할 수밖에 없는 응급 상황은 허다하다"면서 "포괄수가제 시행 이후 정해진 금액 안에서 진료를 해야하니 병원에서도 애물단지로 전락할 수밖에 없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이 교수는 "유도분만이든 자연진통이든 결국 진통을 하다가 안 돼 수술을 하는 경우 이전 행위에 대한 인정이 되지 않아 원가의 손실이 지속적으로 발생하게 된다"고 짚었다.

 

이럴 경우 제왕절개 수술에 대한 결정을 빨리 해 산모을 위한 최선의 노력이 아닌 포괄수가제하의 의료 환경에 따른 최적의 노력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상당 수의 대학병원에서 벌어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뿐만 아니다. 조기진통 및 조기양막파수로 대학병원에 입원한 산모들은 입원 6일 이내 불가피하게 제왕절개를 시행하게 되는 경우도 포괄수가제에 적용된다.

 

대한산부인과학회 관계자는 "태아의 생명을 살리기 위해 사용되는 고가의 자궁수축억제제를 비롯한 모든 검사 및 처치 비용이 원가 손실로 이어지고 있다"면서 "이렇게 되면 대학병원에서도 고위험 산모에 대한 기피 현상이 악화될 것"이라고 우려감을 표했다.

 

그는 "근본적으로 저출산 고령화 시대의 출산 장려 정책에 위배되는 것 아닌가"라면서 "정부는 더 이상 포괄수가제가 마치 환자에게 만병통치약인 것처럼 포장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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