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술 포기·고위험환자 외면 등 부작용 몰려온다
포괄수가제 확대 시행 6개월, 의료계-정부 온도차 여전… 병원 불만감 팽배
2014.01.02 15:40 댓글쓰기

[기획 1]지난 7월 의원, 병원급에만 적용되던 7개 질병군 포괄수가제가 종합병원에도 시행된 지 6개월이 흘렀다. 의료계에서 예상했던 수술 포기와 고위험환자 전원조치 등 이른바 ‘부작용 사례’들이 발생하고 있다. 개원가는 개원가대로, 대형병원은 대형병원대로 아우성이다. 뿐만 아니다. DRG 전면시행 이후 오히려 의사의 자율권은 침해되고 불필요한 업무량이 늘어나 의료기관들의 부담만 가중되고 있다는 성토가 줄을 잇고 있다. 포괄수가제 시행 6개월, 과연 무엇이 달라졌나.[편집자주]

 

7월부터 1일부터 총7개 질병군의 포괄수가제가 종합병원과 상급종합병원급에도 적용되고 있다.


포괄수가제란 특정 질병의 치료비를 처치 종류나 양에 상관없이 같은 금액으로 정하는 것이다.
백내장수술·편도수술·충수절제술(맹장수술)·탈장수술·항문수술·자궁과 자궁부속기 수술·제왕절개술 등 7개 질병에 도입됐으며 지난해 7월 1일부터 병·의원급에 우선 시행됐다.


올해는 진료비가 크게 차이나거나 발생 건수가 적어 포괄수가 적용이 어려운 신생아 탈장수술과 제왕절개 분만 후 출혈로 인한 혈관색전술은 적용 대상에서 제외됐다. 마취초빙료는 지난 4월 인상된 내용이 반영됐다.
당시 복지부는 포괄수가제 확대 시행으로 국민의 진료비 부담이 줄어들 것이라고 강조했다.


복지부 관계자는 “행위별수가제에 비해 보장성이 확대된 포괄수가제를 적용받게 돼 건강보험 혜택이 늘게 될 것이다. 의료계와 함께 상시 협의체를 운영해 포괄수가제의 문제점을 적극적으로 개선할 것”이라고 밝혔다.

 

政 “행위별수가제, 과잉진료 유발 대안 필요”


진찰·검사·처치·입원·의약품 등에 일일이 따로 가격을 매겨 합산하는 행위별수가제가 과잉진료를 유발하는 원인이 되고 있다는 지적은 십 수 년 전부터 이어져 왔다. 포괄수가제는 이에 대한 정부의 고육지책에서 설계된 셈이다.


하지만 의료계는 환자에 따라 상태의 차이가 큰데 똑같이 보상하는 것은 진료의 다양성을 보장하지 못해 의료의 질 저하로 이어지고 있다고 지금도 울상을 짓고 있다.


사실 이 같은 의료계의 반발은 예상된 수순이었다. 포괄수가제 전면 확대 시행에 있어 지난해에는 대한의사협회가, 올해는 대한병원협회가 주축이 돼 난색을 표했다. 심지어 의협은 ‘수술 중단’등의 카드를 들고 나오기도 했다.


그럼에도 결국 정부는 궤도 수정없이 포괄수가제 시행을 추진했다. 거듭 전면 확대 적용 의지를 밝히는가 하면 의료계가 우려하고 있는 문제들은 발행하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실제 복지부 보험급여과 배경택 과장은 지난 6월 사립대의료원협의회가 주최한 ‘민간의료기반에서의 포괄수가제 해법 진단’을 주제로 한 미래정책포럼에 참석해 “그 동안 펼쳐 온 시범사업을 통해 확인한 결과 포괄수가제 확대 전보다 중증도 1이상 환자 비율이 종합병원 이상 기관은 1%정도 감소해 중증도 환자의 쏠림은 두드러지지 않았다”고 추진 의지를 재차 밝힌 바 있다.


병·의원 적용 확대 후 진료 거부 및 중증환자 기피 현상은 없었다는 것이 골자다.


그는 “포괄수가제가 병의원에 당연 적용된 2012년 7월 전후 요양기관 종별 청구건수 점유율 및 중증도 질병군 발생비율에 유의한 변화가 없었다”며 “병원계가 우려하는 부분은 나타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배 과장은 “병원계가 포괄수가제 확대 적용 시 나타나는 문제점을 증명할 만한 충분한 데이터를 제시한다면 이를 바탕으로 빠르게 제도 보완을 해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醫 “확대 적용 늦더라도 제대로 준비해 시행하는 게 낫다”


하지만 여전히 의료계는 문제점을 제대로 해결하기 위해 지금이라도 포괄수가제 시행 중단을 고민해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경희대 김양균 교수는 “정부가 상승하는 의료비, 보장성 확대의 방안으로 포괄수가제를 시행하고 있는데 포괄수가제가 만병통치약이 아니다”며 “포괄수가제를 시행한다 해도 여전히 환자들은 대형병원에 쏠릴 것이다. 포괄수가제만이 아니라 보건의료 제도를 바꾸는 것에 대한 노력이 선행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포괄수가제 원가분석 연구를 경험한 적이 있다. 연구를 위해 경험한 결과 병원마다 포괄수가제 표준지침서를 갖추지 못한 상태였다”며 “개인적으로는 조금 늦더라도 정확하게 제도 시행을 준비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제도 시행 후 문제점이 나타나면 보완하겠다는 복지부의 방침에 대한 비판도 끊이지 않고 있다.


대한병원협회 정영호 보험위원장은 “대한병원협회가 2012년도 수가협상 시 부대조건으로 포괄수가제에 협조하겠다고 합의한 것은 수가조정기전, 환자분류체계 개선을 전제로 했던 것”이라며 “하지만 아무 것도 마련하지 않고 복지부는 선시행 후보완하겠다는 주장을 펼쳤고 그대로 이 제도를 추진했다”고 비판했다.


정 보험위원장은 “복지부는 제도 시행 목적을 진료비가 급격으로 증가해 그냥 두면 OECD 평균을 넘을 수 있다는 것을 주장하는데 어떻게 보면 대국민 사기극”이라며 “OECD 평균에 가기도 전에 미리 준비하겠다는 것인데 평균에 가서 준비해도 늦지 않다”고 지적했다.

 

진료행태 어떻게 변했나


그렇다면 포괄수가제가 적용된 종합병원급 이상의 의료기관은 이익을 유지하기 위해 어떤 방식으로 진료행태를 바꾸고 있을까.


최근 충북의대 강길원 교수 등이 보건행정학회지에 게재한 ‘7개 질병군 포괄수가제 도입에 따른 일개 대학병원의 진료행태 변화 모의실험’ 논문을 보면 병원은 DRG로 인한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행위량을 줄이려는 양상을 강하게 보이는 것으로 분석됐다.


모의실험 결과, DRG 도입 이후 총 진료비가 14.4% 감소했으며, 이중 약제비 감소가 8.8% 로 대부분을 차지했다. 다음으로 진료재료비 감소(3.2%), 검사비 감소(1.8%), 재원일수 단축에 따른 병실료 감소(0.5%) 등의 순으로 확인됐다.


같은 맥락에서 포괄수가제 확대 적용 이후 국내 주요 대형병원들이 포괄수가제 재원 일수 줄이기 등 의료서비스 제공량을 줄여 원가보전에 나서고 있다는 분위기다.


제왕절개수술 등 7개 질병군 수술 비용이 원가 이하의 포괄수가로 책정되면서 병원이 수익 손실을 막기 위해 경영합리화를 꾀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위 내용은 데일리메디 오프라인 겨울호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



댓글 0
답변 글쓰기
0 / 2000
메디라이프 + More
e-談