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원격의료 도입에 대한 강한 의지를 내비치며 의료계와 마찰을 빚고 있는 가운데 정부 입장만을 대변하는 보고서가 나와 의료계의 반감이 커지고 있다.
특히 의료계는 ‘바쁜 현대인은 스마트폰 진료’라는 자극적인 제목이 대중에게 원격의료에 대한 왜곡된 이미지를 심어줄 수 있다고 비판했다.
KOTRA(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는 최근 ‘바쁜 현대인은 스마트폰 진료! 日 원격의료 시장 현황’ 보고서를 발간하면서 "선진국인 일본은 지난해부터 원격의료 도입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일본 정부는 2015년 6월 성장전략, 2016년 5월 국가 전략특구 개정법 등을 통해 원격의료 보급 확대를 추진했다.
성장전략은 원격의료 허용 여부 재검토를 포함하고 있으며 국가 전략특구 개정법은 국가 전략특구 내에서 처방약에 대한 원격 복약지도가 가능하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한 걸음 더 나아가 2015년 8월 후생노동성은 원격의료가 가능한 경우를 반드시 낙도 및 벽지 등으로 한정할 필요가 없고 원격의료가 가능한 대상을 고혈압 환자 등 만성질환자로 제한할 필요가 없다는 점을 명확히 하며 사실상 원격의료를 허용했다.
이어 2016년 4월 규제개혁회의 건강∙의료 워킹그룹에서 원격의료 보급을 위한 로드맵까지 발표한 상태다.
이처럼 원격의료가 허용되면서 올해부터 바쁜 직장인 등을 대상으로 하는 원격의료 시스템 제공도 본격화되고 있다.
대표적으로 원격의료 건강 상담 서비스 ‘포켓 닥터’, 온라인 통원 시스템 ‘클리닉스’, 원격의료 플랫폼 서비스 ‘포트 메디컬’ 등이 출시됐으며 의료법인사단 ‘나이즈’도 인터넷전화 ‘스카이프’를 활용해서 원격의료 서비스를 제공하기 시작했다.
일본 원격의료 서비스 시장의 확대도 예상된다.
시장조사 기관 시드 플래닝에 따르면 시장은 2016년 77억엔에서 2020년에는 192억엔으로 2.5배 확대될 것으로 전망됐다. 특히 원격 보험진료와 건강상담 서비스가 시장 성장을 견인할 것으로 기대됐다.
코트라 관계자는 “세계 최고 고령화 사회인 일본에서는 의료인력 부족 등 사회적 문제 해결을 위한 방안으로 원격의료 도입이 추진되고 있다”며 “도입 확대 시 만성질환 컨트롤, 시의적절한 의료 서비스 제공, 간병가족 부담 경감 등 혜택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번 보고서를 바라보는 의료계의 시선은 곱지 않다.
대한의사협회 김주현 대변인은 “일본 사례를 들며 원격의료가 좋다, 나쁘다고 논하는 것 자체가 문제”라며 “더욱이 현지 원격의료 실상을 전하기보다 원격의료 도입에만 초점을 맞춰 국민들에게 혼란을 주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정부가 도입하려는 원격의료는 만성질환자가 길을 걷다가 사진을 찍어 병원에 보내는 식”이라며 “이 같은 형태의 원격의료는 국제적 웃음거리가 될 가능성이 크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대면진료를 원칙으로 삼는 가운데 이를 보완하는 개념으로 원격의료를 도입하는 것이 맞다. 또한 정부 및 산업계에 입장만을 대변하는 보고서는 의료계 발전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