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대목동 의료진 구속영장 신청에 끓는 '의료계'
의협회장 인수위·여자의사회·병협·전공의협 등 반발 거세
2018.04.02 12:05 댓글쓰기

이대목동병원 신생아중환자실 사망사건과 관련해 경찰이 구속영장을 신청하자 의료계가 들끓고 있다.
 

서울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 의료사고전담팀은 지난달 30일 이대목동병원 신생아중환자실 사망사건과 관련해서 의료진 4인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서울남부지방법원은 오는 3일 영장실질심사를 열고 구속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의료진 4인이 구속될 상황에 놓이자 의료계는 강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제 40대 대한의사협회 회장직 인수위원회는 성명을 통해 이번 구속영장 신청이 여론에 떠밀려 이뤄졌다고 비판했다.


인수위는 “경찰은 의료인 주의의무위반에 대해 지나치게 범위를 넓히고 있다. 이는 죄형법정주의 대원칙과 법률명확성의 원칙에 반한다”며 “24시간 중환자실에 근무하며 주사액의성분변질이나 관리에 문제가 없음을 한 인간에 불과한 의료인에 전가시키는 것은 논리적 모순”이라고 지적했다.


인수위는 “경찰은 수사자료 임의제출로 충분한 중환자실의 장소적 특수성을 고려하지 않고 압수수색을 시행했다”며 “이는 적법절차 원리에 반한다. 이미 증거가 모두 확보된 상태에서 의료진의 증거인멸 우려는 없고 대학교수니 도망갈 이유나 가능성은 없다”고 비판했다.


법원의 구속영장 기각도 촉구했다. 최대집 40대 의협회장 당선인은 3일 서울남부지법 앞에서 1인 시위를 진행할 예정이다.


인수위는 “법원은 여론을 의식한 구속영장 신청을 기각해야 의료 대란을 막을 수 있고 의사의 방어권 보장 차원에서도 대원칙인 불구속 수사가 합당하다”며 “의사들의 진료위축, 나아가 진료거부 사태와 진료공백 등 의료현장의 대혼란을 원하지 않는다면 상식적인 판단을 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한국여자의사회는 의료인 4인에 대한 불구속 선처를 촉구하는 탄원서 서명을 받고 있다. 이 탄원서는 접수 이틀만에 1만2000여명이 서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여자의사회는 “그간 영장이 청구된 피의자 4명은 보건당국과 경찰조사에 성실히 임했고 사건 이후에도 평소처럼 생명을 살리는 교육, 진료 및 간호활동을 충실히 해왔다”며 “모든 자료는 경찰에 제출돼 증거인멸이나 도주의 우려가 없다. 때문에 이번 사건을 오롯이 의료인의 잘못으로만 몰아가 구속영장을 청구한다는 소식은 청전벽력과 같다”고 주장했다.


여자의사회는 “명확한 원인규명 없이 단순히 관리감독의 책임을 물어 의료진을 구속시켜 단죄한다면, 근본적인 문제해결과 재발방지의 실마리를 놓치는 안타까운 일이 반복될 뿐”이라고 지적했다.


병원계도 의료진 처벌을 목적으로 한 구속 영장 신청에 대해 우려를 표명하고 나섰다.


대한병원협회는 “의료진에 대한 구속영장 신청 소식을 접하고당혹감을 감추기 어렵다. 의료진 처벌이 결코 능사는 아니다”라며 “이번 사태로 제도 개선 필요성이 제기되는 상황에서 검찰의 구속영장 신청은 의료인의 사기를 저하시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병협은 “신생아 집단사망 사건의 위중함을 무겁게 받아들이고 깊은 책임감을 느끼고 있다”며 “재발 방지
대책을 논의하는 상황에서 의료진 처벌이 이뤄지는 것은 지나치다. 법원은 구속영장 발부 여부를 신중히 검토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사립대학교의료원협의회도 이번 구속영장 신청에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사립대의료원협의회 임영진 회장은 “이번 사태는 이대목동병원만이 아닌 중환자 진료를 책임지는 모든 병원의 공동책임이자 고통”이라며 “의료현장 감염관리체계에 대한 국가적·제도적 차원의 개선이 시급하다. 보건당국과 지속적인 대화를 통해 개선방안 마련을 위해 앞장설 것”이라고 밝혔다.


전공의·간호계도 구속 아닌 대책 마련 촉구

대한전공의협의회도 이대목동병원 의료진 구속 신청에 대해 이해할 수 없는 처사라는 입장이다.


대전협은 “이미 사건이 발생한 지 100일 이상의 시간이 지난 지금 피의자가 어떤 증거를 인멸할 수 있다는 것인지 피의자들에게 어떤 도망의 염려가 새로 생길 수 있다는 것인지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어렵다”며 “이런 식의 수사로는 명확한 감염경로를 찾아내는 것도 진짜 책임자를 가려내는 것도, 미래 신생아들을 안전하게 하는 것도 불가능하다”고 비판했다.


이대목동병원 사건 대책위원회의 간호사들은 정부 책임 문제를 지적했다.


이들은 “우리는 이번 사건의 범인이 누구인지 알고 있다. 경찰도 정부도 침묵하고 있지만 이 죽음의 책임은 병원들의 부실한 감염체계를 방조하고 부추겨 온 보건복지부에 있다”며 “신생아중환자실 관리 책임은 이대목동병원에, 이대목동병원 관리 책임은 복지부에 있다. 형식적인 의료기관 인증평가만으로 잘못된 관행을 양산해온 복지부가 이 사태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정부는 이대목동병원의 비극이 반복되지 않도록 제대로 된 진상 규명과 재발방지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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