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연말, 서울 시청 광장에 모인 의사들은 유난히도 매서운 겨울바람을 느껴야 했다. 전국의사궐기대회였지만 저수가와 규제 일변도의 정책으로 막다른 골목에 다다른 개원의들이 대다수였기 때문이다.
오는 20일 다시 한 번 대한의사협회 주최로 개최되는 전국의사궐기대회가 개원의들뿐만 아니라 전공의, 봉직의, 대학교수들까지 집결시킬 힘을 발휘할 수 있을 지 주목된다.
서울시의사회 박홍준 회장[사진]은 15일 소리이비인후과에서 기자들과 만나 “최대집 회장 당선 직후 집단파업 추진 등 우여곡절이 있었지만 의료계는 이번 궐기대회에 역량을 집중하기로 했고 이제 단합된 힘을 선보일 차례”라며 힘줘 말했다.
특히 전국의사궐기대회를 목전에 두고 “더 이상 의료계 위기를 방관해서는 안 된다”는데 공감대를 형성한 전 직역이 궐기대회 현장으로 모여들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박 회장은 “의협 최대집 회장과 함께 전국 상급종합병원장들을 만나고 있다”며 “예전과 다른 기류를 감지한 것만은 분명하다. 때론 무관심하거나 방관하던 대학병원 교수들도 이번 만큼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고 전했다.
실제 건국대의료원, 한양대의료원, 연세의료원, 가톨릭의료원 원장들이 최대집 회장과 회동을 갖고 현 의료정책과 의료계 위기, 가깝게는 궐기대회에 대한 의견을 공유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 회장은 “의료계에 여러 직역과 진료 현장이 존재한다는 것은 엄연한 사실이다. 형태는 다르지만 의사라는 공통점이 있다”며 “궐기대회를 기점으로 직역을 막론하고 단합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개원가 집중 의협 회무도 봉직의, 학회, 상급종병까지 확대 필요"
박 회장은 “의협도 앞으로는 개원가에 집중돼 있던 회무의 무게중심을 봉직의는 물론 학회, 상급종합병원에 근무하는 의사들에게도 옮길 필요가 있다”는 소신을 피력했다.
당초 의협은 지난 4월 말 집단파업에 대한 의지를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전국 16개 시도회장단에서는 시기적으로 무리한 감이 없지 않고 동력을 얻으려면 숨고르기를 해야 한다는 점에서 방향을 선회했다.
박 회장은 “의견 수렴 이후 전열을 가다듬었다. 지난 궐기대회에 참석한 의사들의 90%가 개원의였다면 이번에는 전 직역이 불합리한 의료제도에 대해 한 목소리를 내는 데 초점을 맞췄다”고 강조했다.
일찌감치 서울시의사회는 산하 25개 단체를 비롯해 상급종합병원에 이번 궐기대회 참석을 독려하기 위해 협조를 구해 왔다. 참여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일일이 회람도 돌리고 있다.
다행인 것은 대학병원 교수들과 전공의들도 이번 궐기대회에 참여 의지를 내비치고 있다는 대목이다.
실례로 이번 궐기대회에서 전국의과대학교수의협의회가 의협 회장단과 함께 오프닝을 하는 흔치 않은 풍경도 연출될 전망이다.
박 회장은 “이번 투쟁에 대해 전반적으로 공감하는 분위기”라며 “다만, 당장 머리로는 불합리하다는 점을 생각하면서도 참여로 이어지기는 쉽지 않을 수도 있다. 시간이 더 필요할 수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한 때는 패배주의와 동력을 잃은 듯한 느낌을 지울 수 없었지만 점진적으로 참여가 늘고 강력한 연대가 갖춰진다면 전문가로서 위상을 바로잡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최근 진행되고 있는 정부와의 협상에 대해서는 분명한 입장을 견지했다.
박 회장은 “앞으로 의정협의체 등 정부와의 협상이 거듭 진행될 예정인 가운데 의협이 수동적으로 끌려가선
안 된다”고 선을 그었다.
이어 “그렇다고 해서 반대를 위한 반대도 옳지 않다. 진료 현장의 의료전문가로서, 의료정책을 능동적으로 이
끄는 행보를 보여야 한다”고 제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