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계의 대표적인 고민 중 하나인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원외처방 약제비 환수.
병원경영을 책임져야 하는 원장이라면 환수금액을 줄이기 위해 안간힘을 쏟기 마련이지만 최근 서울의 한 대학병원장은 이 문제에 발목을 잡히면서 골머리를 앓고 있다.
경희대학교 동서신의학병원 허주엽 원장은 최근 심평원으로부터 약제비를 환수하겠다는 통보를 받았다.
산부인과 전문의인 허 원장이 자궁내막염 환자에게 처방한 약제 중 일부가 심평원 심사기준을 벗어낫다며 환수 조치를 내린 것이다.
이는 허 원장이 매주 화요일과 목요일, 두 차례에 걸쳐 회기동 경희의료원 부속병원에서 교차 진료를 해오던 과정에서 빚어졌다. 자칫 뜻하지 않게 의대 부속병원의 경영에 일정 부분 손실을 끼칠 상황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병원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해보면, 허 원장의 이번 환수는 지난해 12월부터 올해 2월까지 발생한 처방분에 대해 이뤄졌다.
심평원은 이 기간 동안 허 원장의 처방분 가운데 매달 평균 1000만원 상당의 약제비를 거둬들이기로 한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해 기준으로 의대병원 약제비 환수금액이 월 평균 300만원 정도였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금액이 상당히 큰 편이다.
환수에 대한 직접적 원인은 구체적으로 알려지지 않았다.
다만 병원 관계자들에 따르면, 허 원장이 자궁내막염과 관련한 약제를 처방하기 전 검사 등을 진료기록에 남긴 뒤 청구했어야 했는데 이 과정에서 일부 누락이 생겼던 것으로 보인다.
허 원장은 이에 대해 “레지던트에게 진료기록 등을 맡겨 정리할 것으로 지시했지만 중간 과정에서 착오가 있었던 것 같다”며 “현재는 이 부분을 다시 정리해 심평원 쪽에 이의제기가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설명했다.
병원은 허 원장의 환수금액 3000만원에 대해 심평원에 이의를 제기하고 내달 경 나올 결과를 기다리고 있는 상황이다.
병원 한 관계자는 “이번 환수도 금액적인 면에서 크긴 하지만 뜻하지 않게 환수 금액이 갑자기 치솟는 사례가 더러 있긴 했었다”며 “현재는 5월 중 이의제기에 대한 결과를 지켜본 뒤 앞으로의 대응을 모색해 나갈 생각”이라고 밝혔다.
환수에 대한 직접적 원인에 대한 심평원의 판단이 나오는 것을 본 뒤 병원으로서 가능한 조치를 취하겠다는 설명이다.
이어 이 관계자는 “다만 문제는 이러한 노력들에도 불구하고 워낙 심사기준이 복잡하고 의사들의 진료 소신과 맞지 않을 때 불가피하게 환수조치가 나올 수밖에 없는 구조에 있다”며 “앞으로 이러한 일이 없도록 정책적인 측면에서 해결책이 나오는 게 우선”이라고 주장했다.
한편, 원외처방 약제비 환수는 국회에서도 현재 논란이 일고 있는 사항으로, 지난해 4월 이와 관련한 법적근거를 마련하기 위해 국회 보건복지가족위 법안소위에서 통과됐으나 1년이 지난 지금까지 전체회의에 상정되지 않았다.